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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시의 맥을 잇고 있는 김원각 시인이 강원도 인제에서 살며 엮은 단순하고 소박한 시조시 60여 편을 책으로 묶었다. “단순한 쇠 소리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영혼을 맑게 씻어주는 풍경소리 같은 시”를 지향하는 시인은 “우리나라 정형시의 한 얼굴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할 만큼 강한 자부심으로 시조시를 짓고 있다.
“산 속 허름한 집, 문 열고 들어서니/ 메뚜기 한 마리가 먼저 와 쳐다보네/ 반갑다/ 오늘 숙박비는 내가 다 낼게”(‘민박’ 전문)
시인이 강원도로 거처를 옮긴지도 벌써 3년 째. “거처를 옮긴다고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면서도 그동안 “풀 한 포기, 벌레 하나도 이웃임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한다. 자연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자연의 가르침에 귀 기울일 수 있기에 방에 들어온 청개구리가 ‘그저께 명함 내밀고 간/ 사람보다 반갑’고, 왕벌에게도 ‘이/ 산 속에선/ 너와 나 같은 벌레다’며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의 운율을 잘 살린 담백한 시어와 종장(終章)의 반전, 해학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시와 어우러진 전각가 정병례 씨의 전각도 글맛을 더한다. 토방, 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