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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 스님은 “덕숭산중견효성(德崇山中見曉星)하고 일구흡진오해수(一口吸盡五海水)로다. 구반수처섭흑백(球盤隨處攝黑白)하고 벽안세계진선풍(碧眼世界振禪風)이로다. 덕숭산에서 사마외도의 항복을 받은 뒤 한 입으로 오대양의 바닷물을 다 마시도다. 지구촌 가는 곳마다 흑과 백을 섭수하시고 눈푸른 세계에 선풍을 떨치시도다”라며 원적을 추도했다.
다음은 추도사 전문.
追悼辭
덕숭산중견효성(德崇山中見曉星)하고
일구흡진오해수(一口吸盡五海水)로다.
구반수처섭흑백(球盤隨處攝黑白)하고
벽안세계진선풍(碧眼世界振禪風)이로다.
덕숭산에서 사마외도의 항복을 받은 뒤
한 입으로 오대양의 바닷물을 다 마시도다.
지구촌 가는 곳마다 흑과 백을 섭수하시고
눈푸른 세계에 선풍을 떨치시도다.
대한불교조계종 원로(元老) 숭산당(崇山堂) 행원(行願) 대종사님이시여! 어제까지 세계를 비추이던 태양이 검게 물들고 식어버렸습니다.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캄캄하고 북두성(北斗星)을 따르던 성신(星辰)들도 빛을 잃고 잠연(潛然)합니다.
제행(諸行)이 무상(無常)하고, 만물(萬物)은 성주괴공(成住壞空)의 법칙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며, 무릇 이 세상에 존재하는 형상(形像)이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생멸(生滅)의 도리(道理)를 따른다지만 오늘 대선사께서 적멸(寂滅)에 드시니 저희 종도들은 황망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염원하시던 큰스님께서는 일찍이 생사일여(生死一如)의 본분사(本分師)를 깨달아 그 실상을 여실(如)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생사(生死)가 무상(無常)한 것인 줄 모르는 사부대중(四部大衆)은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대선사님을 영결(永訣)하려 함에 아쉬운 마음이 슬픔의 눈물이 되어 흐르고 또 흐릅니다.
숭산 행원 대종사님!
스님께서는 한 생을 해외포교와 한국의 전통선불교(傳統禪佛敎)를 심어오신 선구자(先驅者)이셨습니다. 일본 홍법원(弘法院)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32개국에 120여 홍법원을 개설하시고 5만여 벽안납자(碧眼衲子)와 제자들을 두셨습니다.
“허무한 세상을 실체의 세계로
실체의 세계를 실상의 세계로
실상의 세계를 실용의 세계로
세세상행 대보살도를 성취하려고
일분 일초도 쉴 사이 없었네”
라고 토로하심에서 여실하게 나타나듯이 스님께서는 크나크신 대원력(大願力)의 성취자(成就者)이시며, 대법력(大法力)을 나투신 불보살(佛菩薩)이셨습니다.
불교무지(佛敎無知)의 땅을 찾아다니시며 감로(甘露)의 법문(法文)을 내리시고, 성성(惺惺)한 활구(活句)로써 선문(禪門)을 베풀어 주심으로써 물질만능의 서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번뇌(煩惱)의 불을 끄는 정로(正路)를 열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스님을 추앙(推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오나 스님께서는 “나는 한국의 선수행법을 가지고 해외를 다니며 전법을 하는 수행자일 뿐이다”라고 한사코 하심(下心)하셨습니다.
숭산 행원 대종사님!
돌아보면 스님께서는 일찍이 1927년 평안도 순천에서 태어나시어, 충청도 마곡사(麻谷寺)에서 축발(祝髮)하시고 당대(當代)의 선지식(善知識) 고
봉(高峰) 선사로부터 수법(受法)하시니, 경허(鏡虛) 만공(滿空)으로 이어지는 정통 임제가풍(臨濟家風)의 법맥(法脈)을 계승(繼承)하시었습니다.
22세에 견성(見性) 득력(得力)하시어 고봉 선사로부터 법을 전수(傳受)하셨고, 이후 누더기를 걸치시고 11 하안거(夏安居)를 성만(成滿)하신 후 31세에 효봉, 동산, 청담, 경산스님 등과 불교정화운동(佛敎淨化運動)에 매진하셨습니다.
이후 1960년 33세에 지금의 불교신문(佛敎新聞)의 전신(前身) 대한불교신문을 설립(設立)하시어 초대 사장에 취임하시었으며, 1961년에는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하시는 등 대한불교조계종의 오늘이 있기까지 산파(産婆) 역할을 하시었습니다.
또한, 1962년에는 비구(比丘) 대처(帶妻) 통합종단(統合宗團)의 비상종회 초대(初代) 의장에 피선되는 등 혼란기 종단을 일으켜 세우는 선봉장(先鋒將)의 역할을 수행하셨습니다.
이렇게 부종수교(扶宗樹敎)하시고 전법도생(傳法度生)에 앞장서 오신 그 열정(熱情)은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세계적인 선승(禪僧)으로, 생불(生佛)로 존숭(尊崇)받는 법력(法力)의 바탕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스님의 불퇴전(不退轉)의 정진력(精進力)과 화안활어(和顔活語)의 법도로써 전세계인(全世界人)을 제접해 오신 면목(面目)에 저희 후학들뿐 아니라 세계인이 감복(感服)하고 머리 숙여 존경(尊敬)의 예를 표하고 있습니다.
숭산 행원 대선사님!
이제 스님께서는 세계 각국에 선풍(禪風)의 바람을 일으켜 놓으시고 인연(因緣)의 고리를 풀어 오고 감에 걸림이 없는 대자유인(大自由人)이 되시었습니다.
스님께서 열반적정(涅槃寂靜)에 드시던 날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은 또 하나의 커다란 가르침으로 저희들 가슴에 남겨져 있습니다.
“다 걱정하지 마라! 만고광명(萬古光明)이 청산유수(靑山流水)로다.”
참으로 선객도담(禪客道談)의 진수(眞髓)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생사거래(生死去來)의 진상(眞相)을 보여주시었습니다.
하오나 스님을 따르던 세계의 불자(佛子)들이 큰스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이 더 필요하여 목을 놓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림부동초(入林不動草)하고
입수부동파(入水不動波)라.
숲속에 들어가도 풀이 움직이지 않고
물속에 들어가도 파도가 일지 않도다.
숭산 행원 대선사님!
부디 적멸(寂滅)의 세계에 들었으나 중생을 어여삐 여기사 여여(如如)한 모습을 시현(示現)하사 광도중생(廣度衆生)하옵소서.
삼가 합장하고 향 한 자루 사루옵나이다.
불기 2548년 12월 4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분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