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 스님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숭산(崇山)당 행원(行願) 대종사 원적을 애도하는 법어를 12월 2일 발표했다.

법전 스님은 법어를 통해 “겨울 삭풍(朔風)이 지나간 자리마다 실상(實相)이 드러나고 처처(處處)에서 고향(故鄕)으로 돌아가는 문(門)이 열리더니 서래(西來)의 일구(一句)를 남기고 숭산(崇山) 큰스님이 환귀본처(還歸本處)하셨습니다”라며 “구하려고 하면 창용굴(蒼龍屈)에 빠질 것이요 얻으려고 하면 본분(本分)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스님의 입적(入寂)이 생사투탈(生死透脫)입니까, 신명상실(身命喪失)의 허물을 드러낸 것입니까”라고 원적을 애도하는 법어를 내렸다.

다음은 법어 전문.

겨울 삭풍(朔風)이 지나간 자리마다 실상(實相)이 드러나고
처처(處處)에서 고향(故鄕)으로 돌아가는 문(門)이 열리더니
서래(西來)의 일구(一句)를 남기고 숭산(崇山) 큰스님이 환귀본처(還歸本處)하셨습니다.

생사투탈(生死透脫)하여 견문각지(見聞覺知)를 거두었지만 본래면목(本來面目)은 신령(神靈)하여
오고 감이 없으며 시방법계(十方法界)에 충만(充滿)해 있습니다.
무형무상(無形無相)하여 진용(眞容)을 뵈올 수는 없으나
두두물물(頭頭物物)이 감흥(感興)하고 지나가는 바람이 스님의 본분소식(本分消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깊고 고요하여 형상(形象)은 없지만 우주만물(宇宙萬物)과 더불어 벗을 하고
비록 텅 비었으나 스님의 생사자재(生死自在)한 묘용(妙用)은
만상(萬象)을 통(通)해 나투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찾아도 볼 수 없고 떠나도 항상(恒常) 우리 곁에 있는
전신탈거(全身脫去)한 스님의 면목(面目)이 어느 곳에 있습니까.
산하대지(山河大地)가 이 마음을 벗어나지 않았으니 두두물물(頭頭物物)이
스님의 법신(法身)이요, 일월성신(日月星辰)이 스님의 본래면목(本來面目)입니다.

구하려고 하면 창용굴(蒼龍屈)에 빠질 것이요
얻으려고 하면 본분(本分)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스님의 입적(入寂)이 생사투탈(生死透脫)입니까,
신명상실(身命喪失)의 허물을 드러낸 것입니까.

생사투탈(生死透脫)이라고 한다면 불구덩이를 면하지 못할 것이요
신명상실(身命喪失)이라면 육도생령(六道生靈)들이 금대(金臺)에 오를 것입니다.

이것이 노화상(老和尙)이 우리에게 전(傳)한 서래(西來)의 일구(一句)입니다.
대중(大衆)은 회마(會磨)(알겠는가?)

정저홍진생(井底紅塵生)
고산기파랑(高山起波浪)
석녀생석아(石女生石兒)
구장수촌장(龜長數寸長)

우물 밑에서 붉은 티끌이 일고
높은 산 봉우리에서 파도가 치네.
돌계집이 돌아이를 낳고
거북 털이 날로 자라네.

불기 二五四八年 十二月 四日
大韓佛敎曹溪宗 宗正 法傳 焚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