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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고요함을 나타내는데 시만큼 적절한 표현수단이 있을까. 경북 봉화에 위치한 ‘일소암(一笑庵)’에 기거하고 있는 시인 적음 스님이 산사에서 느낀 감상을 담은 시집 <저녁에>를 펴냈다.
직접 붓으로 쓴 시 30여 편에 신동여 씨의 수묵화가 더해졌다.
스님은 “가지가 휘도록 조롱조롱 열린 감”을 따는 사람도 없는 일소암에서 “집 뒤 산자락에서 옮겨다 심은 앞뜰의 산죽이 저도 깨어나 으스스 몸을 떠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그 어떤 가치판단이나 주관의 개입도 없이 조용히 바라만 보고, 그것을 그대로 시로 옮겼다.
“숲에 가려서 달은 조금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고 서서/ 달을 보았다”()
표성흠 시인은 발문에서 “적음 스님은 인생살이의 고달픔과 욕심을 벗어 던지고 바람처럼 떠도는 그야말로 운수납자(雲水衲子) 그 자체”라며 “달과 하나가 된 시인이 무기교의 기교로 쓴 시를 통해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공감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 <저녁에>(적음 스님 시집, 홍익21,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