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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끝났지만…
한 수행자가 경청 화상에게 물었다. “저는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와 같으니 부디 화상께서는 밖에서 껍질을 깨뜨려 주십시오.” “그러면 잘나올 수 있겠느냐.” “만약 제가 밖으로 잘나오지 못하면 스님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입니다.”그러자 화상이 그를 질책했다. “예끼, 이 멍청한 놈!”
<벽암록>

이 이야기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일러주는 선사들의 ‘줄탁동시’ 화두다. 줄탁은 스스로 깨치고 나오지 못하면 그 안에서 목숨을 잃고 마는 병아리처럼 공부도 스스로 깨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 즉, 부모나 스승은 안에서 치열하게 공부(수행)하는 병아리를 격려할 뿐 부모와 스승을 위한 공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11월 17일 고3 수험생들의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12년 동안의 공부를 평가받는 결정적 순간이었을 것이다. ‘공부(工夫)’라는 말은 원래 중국 선종의 ‘묵묵히 수행을 쉬지 않고 쉼 없이 정진하는 것’에서 유래 되었다. 마찬가지로 수능시험을 보았다고해서 이들의 공부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다시 대학진학을 통해 보다 큰 공부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인천의 큰 스승인 부처님도 제자들에게 공부에 임하는 자세를 일러주기 위해 많은 말씀들을 하셨다. 그러면 부처님은 어떤 공부를 하라고 하셨을까? 부처님은 공부하되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공부를 하라고 가르쳤다.

자신에게 이로우면서 남에게도 이로운 ‘원력’을 가진 공부를 말씀하신 것이다. 단지 대학가서 출세하고 잘 살기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깨우치고 그 깨우침으로 세상을 밝히는 ‘참다운 공부’에 원력을 세우기를 바란다.
조용수(취재부 기자) |
2004-11-29 오후 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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