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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추진위원단 조차 승개추 제도개선의 의미와 방향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어 당초 예정됐던 내년 상반기 입법화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23일 총무원 회의실에서는 제2차 승개추 회의와 제도개선 분과위(위원장 지안) 회의가 열렸다. 승개추 발족 후 3차례 실무위원 회의와 연구위원 워크숍을 통해 마련한 제도개선안내용을 점검하기 위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 추진위원들은 후득도의 개념정의와 사회교육이 정하는 학위과정에 도입의 타당성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 3시간 내내 추진위원들은 개선안의 실질적 내용을 겉도는 원론적인 문제제기로 일관, 교육원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교육제도개선안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선교육 후득도’ 원칙을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한 고민이 엿보였다.
승개추가 이날 검토한 개선안의 골격은 출가본사에서 3개월 행자생활, 2년 기초(행자)+2년 기본교학과정(강원)을 통과 후 학사학위(사미(니)계)를 수여, 다시 석사(전문)과정 2년(비구(니)계)을 마치는 6년 후에 정식 스님을 배출하는 안이다. 현 승가교육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기초(행자)교육의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기간을 2년으로 대폭 늘인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뒀다. 또 기본과정을 마치고 정규 학사학위를 전문과정을 마치고 석사학위를 이수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주목 할만 하다. 승개추는 이를 위해 상설 행자 교육장 마련, 중앙승가대의 확대 개편, 일부 강원의 통폐합(사미 5곳+사미니 5곳)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승개추회의가 이렇게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은 데는 사업의 성격이 승가사회 전체틀을 뒤흔드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과 제도분과 실무위가 제안한 초안이 단순한 ‘개선’의 정도가 아니라 ‘개혁’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제도개선위의 초안대로라면 기초ㆍ기본ㆍ전문교육과정 전체시스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11월 21일 열린 전국강원교직자연수에서 나타났듯이 승개추 안에 대한 강원 교직자들의 거부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기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통강원, 동국ㆍ중앙승가대, 기본선원’의 각자 역할과 이해관계 조율 역시 쉽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기초교육과정의 변화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습의ㆍ교수사를 지원하는 ‘율원’의 협조와 상설교육장, 교과내용 등 기존 행자교육이 2년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제도개선안이 완성 됐다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추는 문제역시 쉽지 않다. 출가 본사와 은사들이 부담하던 승려들의 교육비용 증가, 집단 교육에 드는 대규모시설과 이를 운영해나갈 행정체계, 석박사급 전문 교수진 마련에 이르기까지 선결과제 대부분은 막대한 재정과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산적한 문제들에 앞서 승가교육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승가구성원 전체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한 추진위원 스님은 “승개추 이전에도 이미 수차례 교육제도의 틀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교육주체들의 합의를 이뤄 내지 못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승가 구성원의 ‘고통분담’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