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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간화선은 돈오점수의 수행체계"
인경스님 등 보조사상연구원 학술대회서 주장
인경 스님은 이날 발표에서 임제종의 간화선은 돈오점수 수행체계임을 주장했다.
또다시 돈점 논쟁이 불붙을 것인가.

‘간화선 수용과 한국 간화선의 정체성’을 주제로 11월 27일 법련사에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의 제16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인경 스님과 김방룡 박사가 돈오돈수론을 반박하며 돈점문제를 다시금 이슈화함에 따라 돈오돈수론 진영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간화선과 돈점문제’를 발표한 인경 스님(명상상담연구원장)은 한국 간화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대혜·몽산 스님의 사상은 돈오돈수가 아니라 돈오점수의 수행체계임을 보이면서 “임제종의 간화선은 돈오점수의 수행체계다”고 주장했다.

또 김방룡 박사(보조사상연구원 기획실장)는 ‘여말 삼사(三師)의 간화선 사상과 그 성격’이라는 논문을 통해 “태고보우·나옹혜근·백운경한 스님의 간화선은 석옥청공·평산처림 스님보다는 고려 후기 간화선 사상을 계승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보우 스님의 사상적 근원을 지눌·혜심 스님에서 찾았다.

이들의 문제제기는 위빠사나 및 각종 명상 등 다양한 수행법이 확산됨에 따라 일기 시작한 간화선에 대한 반성과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한국 간화선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두 논문 및 논평, 토론의 요약.


◇ ‘간화선과 돈점문제’- 인경 스님

한국 간화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대혜종고·몽산덕이 스님의 간화선은 돈오돈수의 수행론인가. 그렇지 않다. 임제종의 대표적 종장(宗匠)이라 할 수 있는 두 스님은 간화선을 돈오돈수가 아닌 돈오점수의 수행체계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혜 스님은 <서장>에서 “이치는 단박에 깨닫지만 일은 점차로 이뤄진다”고 했고, 이참정과 교환한 서신에서는 “깨달았다고 오만하지 말고 숙세의 장애를 부끄럽게 여겨 번뇌가 발생하는 인연과 업을 바꾸는 공부를 계속 수행할 것”을 부촉하고 있다. 몽산 스님 또한 <몽산화상보설>에서 “이치는 단박에 돈오하지만 일은 점차 닦는다(漸修)”며
“오랜 번뇌의 습기를 제거해 과거의 행리처(行履處)를 바꿀 것”을 당부하고 있다.

11월 27일 법련사에서 열린 보조사상연구원 정기 학술대회. 성본 스님이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간화선에서의 돈오는 증오(證悟)다. 번뇌가 단박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경각이 아니며, 지해(知解)의 병통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해오(解悟)도 아닌 것이다.

간화선이 성립된 이후 송·원대 어록에는 돈수란 용어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것은 다만 경전 교판시 사용된 술어로서, 종파불교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논평】윤원철 교수(서울대)

성철 스님이 임제종 간화선의 종장으로 인정하는 대혜 스님의 수행론이 돈오돈수임을 논증함으로써 돈오돈수를 임제종의 정통 수행법이라 주장했던 바와 같이 발표자는 대혜 스님의 수행론이 돈오점수설임을 논증함으로써 임제종은 돈오점수의 수행체계임을 보여주는 전략을 취했다. 성철 스님의 주장에 대한 효과적인 반박 방법이라 할 만하다.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론은 학술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으나 현대적인 학문 방법과는 거리가 있어 개념의 정의나 그것들을 연결한 명제에는 자의적 측면이 있다.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밝혀내면 성철 스님의 이론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성철 스님의 사상의 진면목을 보기 위해서는 학술이론으로 다루기보다는 한 선사의 설법으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럴 때 그 안에 담긴 가르침을 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

윤원철 교수: 설법이나 설교는 개념상의 오류가 다소 나타나도 그 안에 담긴 가르침의 가치까지 폄훼할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성철 스님의 말씀에 학술적 오류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설법이라는 관점에서 받아들임으로써 가르침까지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경 스님 : 성철 스님의 역할은 지대했고, 나 자신도 그 분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 분이 한국 선종사를 곡해한 측면 또한 분명하고, 그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설법으로 받아들이라는 말은 무조건 믿으라는 말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이런 태도는 객관성 상실 내지는 역사 왜곡을 낳을 우려가 있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김영욱 박사 : 성철 스님의 말씀은 간화선 화두공부의 본질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고 본다. 화두의 속성상 단계를 상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성철 스님은 수행자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말씀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덕진 교수 : 돈오돈수의 효과는 인정해야한다. 돈오돈수는 구경각에 미치지 못하는 깨달음을 경험하고 그 선에서 자신과 타협할 여지를 없애준다.
발표자는 대혜종고와 몽산덕이 사상만 검토했다. 두 스님이 돈오점수를 말했다 해서 그 입장을 간화선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좀더 많은 선사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 ‘여말 삼사(三師)의 간화선 사상과 그 성격’-김방룡 박사

태고법통설은 태고보우 스님이 중국의 임제종 스님이었던 석옥청공 스님의 법을 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석옥청공 스님이 태고보우 스님을 인가한 것은 사실이라 해도 석옥청공 스님과 태고보우 스님간의 사상적 연계성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 보우 스님이 석옥 스님을 찾은 것은 국내에서 무자 화두를 타파한 뒤의 일로, 깨달음의 경지를 확인하고 임제종 본분사의 인가를 받기 위한 것이었지 화두를 받아 참구하거나 수행법을 배워 온 것은 아니었다. 이 사실은 둘의 선문답을 통해 입증된다. 나옹혜근 스님과 평산처림의 관계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보우·나옹 스님에 대한 지눌·혜심 스님의 영향은 분명하다. 보우 스님이 알음알이의 병통을 극복하기 위해 무자 화두를 든 점이 지눌 스님과 닮아 있고, 백운 스님의 선교일치 사상 또한 보조 스님의 것과 다르지 않다.

이를 근거로 할 때 보우·나옹·백운 스님은 보조·혜심 스님을 거쳐 완성된 고려 간화선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논평】김영욱 박사(가산불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
무자 화두는 대혜종고 스님 이래 대표적인 화두 공부 중 하나였으므로 굳이 지눌·혜심 스님의 영향으로 연결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화엄과 선사상의 일치가 삼사에 나타난다는 주장 또한 수긍하기 어렵다. 지눌 스님이 교선일치의 분위기를 갖고 있었음은 인정하지만 혜심 스님의 화엄 도리 인용은 선의 정취를 드러낼 목적으로 사용되며 태고·나옹 스님 경우 또한 그렇다는 점에서 ‘일치’라 말할 수 없다.
돈오와 점수를 범주로 간화선사의 사유체계를 포착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말하자면 참구 방법과 화두의 본질적 속성상 돈오일 수밖에 없다. 간화선에서 디디고 올라갈 무엇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화두를 공부하는 이의 분별을 자극하여 망상을 걷어내기 위한 전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토론
이병욱 박사 : 최근 보조 스님과 혜심 스님의 차이점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방룡 박사 : <선문염송>을 내는 등 본격적인 간화선사로서의 면모를 보인 것은 혜심 스님이지만, 화두를 들여온 이가 보조 스님이다. 혜심 스님을 인가한 것도 보조 스님 아닌가. 보조 스님의 법어가 남아있지 않아 혜심 스님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한계는 있지만 위와 같은 사실들을 감안할 때 두 스님의 사상적 연속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덕진 교수 : 혜심 스님의 <구자무불성화간병론(狗子無佛性話揀病論)>을 보면 보조 스님과 많이 다르다. 보조 스님이 말기에 간화선을 강조하긴 했어도 교학과 냉철하게 비교하며 간화선을 연구했던 분이다. 혜심 스님에서 한국적 간화선은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성본 스님 : 보조 스님은 <간화결의론>에서 ‘십종병’을 통해 간화선 수행의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이미 보조 스님에서 간화선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11-29 오전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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