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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성 이 모(68) 할머니는 “딸의 이혼을 막기 위해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했지만 딸은 결국 이혼했고 아들까지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부처님이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고 원망하다 개신교로 개종했다.
개종하는 불자들이 적지 않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은기수 교수의 논문 ‘한국종교의 개종유형 특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개종경험자들만을 대상으로 봤을 경우 불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한 비율이 전체의 72%였다. 불교를 등지는 비율이 다른 종교에 비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불자의 개종비율이 높은 것은 불교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불자 개인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복적 요소만을 내세우며 정법을 가르치지 않는 사찰들이 많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결과 개종하는 불자들은 다른 종교에 매력을 느껴서라기보다는 불교교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불교에 실망한 후 등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을 제대로 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개종하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사찰이나 도반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개종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에서 삼십여 년 동안 열심히 절에 다녔던 강 모 할머니(78)는 2년 전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불교에서 돌아섰다. 며느리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와 교우들이 밤낮으로 빈소를 지키며 아들의 명복을 비는데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믿음이 힘든 순간의 실질적 도움으로 인해 바뀐 셈이다.
수효복지대학 상조회 정양훈 실장은 “복지대학 노 보살들이, 주변 노인 불자들 중 임종을 앞두고 타종교의 자상함에 마음을 뺏겨 개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상례(喪禮) 문제에 관한 한 타종교가 한 발 앞서 가는 것이 사실이다. 수효복지대학에서도 장의봉사 신청자에게 수의를 비롯한 물자를 지원하고 염불봉사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양훈 실장은 “이 정도 지원도 가톨릭에 비하면 7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털어놨다.
개종하는 불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를 이제열 법사(유마선원장)는 “공덕만 내세우며 맹목적인 신행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제대로 배웠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신심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사는 “사찰은, 불교가 불행을 면하게 해주는 종교가 아니라 실상을 바로 보고 극복하는 지혜를 깨닫는 종교임을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이나 노동자 등 사회에서 홀대받는 계층의 개종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지체장애 2급 박 모 씨(30)는 신심을 북돋우고자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주 사찰을 찾았던 불자였다. 그러나 절에 갈 때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이해도 부족한 불교계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친구의 권유로 찾은 연수제일교회의 장애인 전용 리프트 시설과 장애인을 위해 개판한 성경책 등에 감동, 개종을 결심했다. 박 씨는 "현재 연수제일교회의 200여 장애인 신도 중 나와 같은 이유로 개종한 이가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10년 넘게 장애인 포교에 힘써온 광림사 해성 스님은 “불교계가 장애인 심리를 읽지 못할뿐더러 프로그램도 갖춰놓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불교를 떠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대 박경준 교수(불교학과)는 “철저한 교육과 함께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자신의 신앙에 대해 확신을 갖고 신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