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한국불교가 기복신앙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참으로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는 사찰들이 기도위주의 법회를 운영하는데 큰 원인이 있다. 그나마 일부 사찰에서 교양대학을 개설하거나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불교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우선, 사찰에서 열리는 초하루, 보름, 재일 법회가 주말법회로 바뀌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행해지는 초하루, 보름, 재일 법회는 농경사회에는 적합할 수 있겠지만, 현대생활과는 맞지 않는다. 불자들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주말에 법회를 개최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법음을 전해야 한다.
아울러 법회는 공부하는 법회로 변화되어야 한다. 축원이나 천도, 발원기도에 의존하는 법회로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울 수 없다. 선수행 법회나 교리법회, 봉사법회, 나눔법회 등 다양한 테마를 법회에 도입하여 불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신행으로 이끌어주기 위한 사찰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거의 모든 사찰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도의 경문을 알고 있는 불자들이 많지 않다. 의미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채 절과 염불을 강요하는 일은 곧 무조건적인 기복을 조장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우리말 독경과 염불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말 독경과 기도, 염불은 바른 신행풍토를 조성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보다 많은 사찰이 사찰공간을 활용하여 각종 문화강좌와 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찰이 범접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는 포교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사찰이 배움의 쉼터, 문화공간의 역할을 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사찰이 먼저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열리지 않고는 보다 많은 이들을 사찰로 불러들일 수 없다. 불러들이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문화강좌와 교양프로그램은 좋은 방법인 것이다. 사찰이 더 이상 일부 불자들만을 위한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와 함께 각 종단별로 소속 사찰들로 하여금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불교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자교실’ ‘글쓰기 지도’ ‘생활예절’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용, 불자들의 자녀로부터 시작해 일반인들의 자녀들까지 확대한다면 불교와 사회의 괴리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같은 프로그램 외에도 ‘찬불가’ ‘불교 구연동화’ ‘레크리에이션’ 등을 보급한다면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수없이 많다. 또한 이들 문제가 결코 바꾸지 못할만큼 큰 문제도 아니다. 한국불교가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정책 반영, 개선노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