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숯을 피운 차화로 위의 솥에서 보글보글 물이 끓는다. 조심스레 물을 따라 차를 우리면 방안 가득 차향이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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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동 나눠요 갤러리에서 <차화로전>을 열고 있는 몽평요 정철수 대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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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차도구 중에서 겨울이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바로 차화로다. 빨간 불씨를 뿜으며 물을 데우고 찻자리에 온기를 더하는 차화로. 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전기주전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겨울의 문턱에서 잊혀져가는 차 도구인 차화로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끈다. 도예가 정철수 씨(55, 몽평요 대표)가 인사동 나눠요 갤러리에서 12월 1일까지 펼치는 ‘차화로전’을 통해 차화로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차화로란 숯불을 피워 차솥이나 탕관(湯罐)을 올려놓고 찻물을 끓이는 다구로, 흔히 다로(茶爐)라고도 한다. 옛날 우리네 가정에서 화로는 유일한 보조 난방기구이자 간단한 취사도구로 쓰였다. 겨울이면 으레 아궁이에 타다 남은 숯불을 재와 함께 화로에 담아 방안에 두어 밤을 굽거나 물을 끓였다. 요즘에는 차화로를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전통 다례의식 시연이나 다례 발표회 때에만 사용한다.
차화로는 크게 바람구멍이 없는 화로와 바람구멍이 있어 불을 세게 피울 수 있는 풍로로 나뉜다. 재질에 따라 진흙으로 만든 질화로와 은화로(銀火爐), 놋화로, 무쇠화로 등이 있고 풍로에는 흙으로 만든 전로나 곱돌로 만든 것 등이 있다. 석재화로는 열에 강하고 온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가공이 어려워 주로 활석(滑石)이나 곱돌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숯불이나 섶나무를 피우는 번거로움을 덜기 위해 크롬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전기열선 혹은 알코올 램프를 넣어 사용하는 화로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차화로는 추운 겨울날 찻자리에 훈훈함을 더하는 중요한 차도구입니다. 생활방식도 변하고 다양한 전기기구들이 쏟아져 나와 설 자리를 많이 잃었지만, 은근하게 찻물을 끓이는 차화로 하나가 찻자리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30여 년간 전남 무안에서 작품 활동을 펼쳐 온 정철수 대표. 그동안 분청사기에 전념해 온 그가 잊혀져가는 차화로의 전통을 잇기 위해 올해 봄부터 차화로를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과 다도 강의를 하고 있는 부인의 찻자리를 좀 더 아늑하게 만들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일반 찻그릇 보다 훨씬 굽이 두껍고 큰 차화로를 만드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장작 가마의 열을 너무 높여 화로가 터지거나 깨지는 경우도 수차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야 ‘그럴듯한’ 차화로가 완성됐다.
정 대표는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두드리거나 눌러서 차화로를 만든다. 단조로움과 정형화를 피하기 위해서다. 화로의 겉면에는 돌맹이나 나뭇가지 등을 두드려 자연스러운 질감을 만든다. 이러한 질감 때문에 그의 차화로는 언뜻 보면 나무나 돌을 깎아 만든 것이라는 착각을 갖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은 30여 점. 아직 작품이 무르익지 않아 전시회까지 열 계획은 없었지만 지인들의 요청으로 전시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지역에서도 차화로 전시를 하고 싶다”는 정 대표는 “처음 차화로를 만들어 시행착오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애정과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