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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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미술은 종교를 뛰어넘는 정신적 세계"
온라인전시관 '예술과 세상' 통해 문화운동 펼치는 김영수 대표
온라인전시관 "예술과 세상"의 김영수 대표.
"두부가 떨어져나간 티베트 분노존, 머리만 남은 보살상ㆍ천수관음상, 조각나버린 18나한석상 등, 파불은 불교미술만의 아픔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철학이며 예술이자 종교를 만나게 하는 하나의 상징입니다. 그런 미술품들이 파괴될 수밖에 없었던 시대와 사회의 고통을 이번에 개최되는 파불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0여 년 동안 꾸준히 한국과 중국, 티베트 등지를 돌며 불교미술품을 모아온 '예술과 세상(www.artandworld.com)' 김영수 대표는 '파불전(破佛展)' 온라인전시 개최의의를 위와 같이 밝혔다. 문화미술품에 대한 뚜렷한 연구경력도 없지만 미술품에 대한 타오르는 수집열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정형(正形)을 유지하고 있는 미술품보다도 파괴된 미술품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쓰라려온다는 그는 '파불'의 원인을 "사찰의 붕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리소홀"에 두고 있다.

특히 중국이 티베트를 침략해 문화재를 수탈하고 문화혁명 이후 사찰에 대한 억압을 강화해 소중한 고미술품들이 파괴된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시기에는 파불의 정도가 더욱 심했다.

금동으로 만들어진 십일면관음상 파불.
다행히 1979년 개혁개방정책이 실시돼 문화상품으로 불교미술품들이 가치를 인정받아 관심을 갖게 됐고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이미 김 대표가 만난 대부분의 유물은 세월의 억압을 견디지 못하고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들이 많았다.

"중국과 티베트 등지를 돌아다니며 불상을 모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원형 그대로 만났으면 충분히 아름다웠을 소중한 미술품들이 사람들의 손을 타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모습으로 제 눈앞에 놓였을 때입니다."

그가 처음부터 불교미술에 심취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정읍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그에게 산속에 있는 사찰과 탑, 단청, 불상 등은 생활 속의 일부였을 뿐 예술적 가치에 대한 생각은 할 여유도 없었다. 더욱이 고등학교 때까지 개신교 신자였던 김 대표는 처음으로 단청의 오색빛깔에 심취하고 불상도 수집하다보니 조형물 속에 담긴 불교의 깊고 진실한 가르침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됐다.

"평소에도 100불을 모셔놓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수집만 하다 보니 경제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됐고, 가족과 친지를 비롯한 주변의 친우들까지도 '헛수고 하고 있다'는 시선을 거두지 못하더군요. 그래도 어쩝니까. 처음 만나보는 미술품만 보면 사고 싶어 몸서리가 쳐지는 것을요."

옥으로 만들어진 송자관음상 파불.


카드빚에 아끼던 차까지 팔아 모을 정도로 '수집광'이 돼버린 김 대표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술품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은 수집품들이 이제 2천여 점이 넘는다. 상황이 그렇게 되고 보니 주위의 사람들도 시각이 달라졌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장품들을 "혼자만 독차지 하지 말고 같이 나눠보자"고 권유해, 결국 불교미술품 온라인 전시관인 '예술과 세상(Art and World)'을 개관하게 된 것.

금동으로 만들어진 가루다호 파불.


"불상을 수집하다보니 스님들의 생활도구를 비롯한 서민들이 집에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 순으로 가루다주물형호신부적ㆍ원형목각귀면호신부적ㆍ입삐뚤이목탈ㆍ목각인형.
모셔둔 부적 등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그러다 자연을 숭배하면서부터 부족의 안녕을 빌던 애니미즘과 동물을 조상의 뿌리로 삼고 신격화했던 토테미즘 등을 포함한 원시 샤머니즘의 문화가 수집품들 속에 녹아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결국 '예술과 세상' 홈페이지(www.artandworld.com)에 '중국 가면, 불교유물, 와당, 부적, 인형, 차도구, 톡차' 등의 주제로 나눠 전시할 수 있었죠."

현재 온라인상에서 진행 중인 테마기획 '파불전'이 끝나고 '동양탈'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는 김 대표는 개인 수집가들의 전시회가 활발한 일본과는 달리 국내는 문화관광부에서 지원하는 소량의 지원비를 제외한 투자가 미비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술품을 모은다고 대단하게 바라봐주길 기대하지 않습니다. 자부심보다 더 큰 것이 미술품을 모으면서 커져가는 정신적 만족입니다. 미술품은 이론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다가 아닙니다. 많이 보고 많이 만져보세요. 그러기위해선 돈과 시간이 투자될 수밖에 없겠죠. 물질을 투자해서 미술품을 보고 충만함을 느끼는 것… 물질적 만족과 정신적 만족 모두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

12월 '예술과 세상' 사이트 오픈을 앞두고 "뭐든지 미치지 않으면 진정으로 이룰 수가 없다"는 '수집 삼매경'을 강조하는 김 대표. '파불전' 온라인전시가 끝나고 동양탈의 한 묶음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의 탈 문화를 통해 서로의 연관성과 뿌리를 파헤쳐 관람객에게 문화의 가치를 심어주고 싶다는 그의 너털웃음에서 시원함이 뭍어 나온다. 문의: 02)733-3130
권양희 기자 | snowsea7@buddhapia.com |
2004-11-23 오후 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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