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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 스님은 “수득수실(誰得誰失)고 약향자리(若向者裏) 득일척안(得一隻眼)하면 변지낙처(便知落處)하리라. 누가 얻고 누가 잃었는가? 만약 이 속을 향하여 바른 안목을 얻는다면 바로 낙처를 알 것이니라”라고 법어를 내렸다.
한편 안거(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 보름에서 차년도 정월 보름까지)과 하절기 3개월(음력 4월 보름에서 7월 보름까지)씩 전국의 스님들이 일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몰두하는 것으로,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 내려오는 한국불교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 바르사바사(vrsvs)의 역어로 인도의 우기(雨期)는 대략 4개월 가량인데, 그 중 3개월 동안 외출을 금하고 정사(精舍)나 동굴에서만 수행했다. 우기에는 비 때문에 도보여행이 곤란하고, 또 초목과 벌레 등이 번성해지는 시기이므로 외출 중에 이들을 밟아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부처님이 우기 중에는 지거수행(止居修行)을 하도록 규정한 것이 안거의 기원이다.
동안거 결제는 하루전날인 25일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26일 입제 당일 오전 10시 30분경 방장스님 등 큰스님을 모시고 결제법어를 청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계종에서는 매년 전국 91개 선방(禪房)에 2천 3백여 명의 수좌스님(참선수행에 전념하는 스님)이 방부(안거에 참가하겠다는 신청 절차)를 들여 수행하고 있으며, 지정된 선원 이외에 토굴이나 일반사찰에서도 이 기간 동안에는 수행에 매진하게 된다.
90개 선원(올해 하안거 기준)은 총림선원 5, 비구선원 53, 비구니선원 34이다.
다음은 법어 전문.
<조계종 종정 2548(2004) 동안거 결제 법어>
법안문익선사께서 결제철의 어느 날, 사시공양 시간이 되기 전에 큰방에 들어와서는
손가락으로 발(簾)을 가르켰습니다.
그러자 동시에 두 승려가 발을 걷어 말아 올렸습니다.
이에 법안 선사가 말하였습니다.
“일득일실(一得一失)이로다. 하나는 얻었고 하나는 잃었도다.”
결제란 얻는 것이 있다거나 잃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일득(一得)이라거나 일실(一失)이라고 말한다면 제대로 결제를 하는 납자가 아닙니다. 지금 ‘일득일실(一得一失)’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까닭은 마음의 깨달음이 분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병을 알지도 못하면서 선지식 노릇을 하려고 한다면 이 사람은 다른 이가 알아도 모를 것이요, 더우기 다른 사람이 모른다고 하면 더더욱 모를 것은 뻔한 일입니다. 얻음과 잃음의 소견을 내는 자리에서는 이를 전혀 가려낼 수가 없습니다. 가려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남을 위하여 그리고 어떻게 남에게 자신있게 일득일실(一得一失)을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한 사람은 얻고 한 사람은 잃었다고 하니 누가 그 곡절을 알겠습니까? 그러므로 모름지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산승이 고구정녕하게 당부하는 말을 듣고서 발심하여 결제동안 참으로 용맹정진을 한다면 마침내 일득일실(一得一失)의 경지를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청량원에서 법안문익선사가 손으로 발(簾)을 가르키자 두 스님네가 똑같이 좌우에서 그 발을 걷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법안스님의 말은 한 승려는 득(得)했다고 하고 한 승려는 실(失)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좌우에서 똑같이 발을 걷어 올렸는데 왜 한 사람은 얻었다고 하고 한사람은 잃었다고 했겠습니까?
이번 결제철에 한 철 동안 잘 참구해보시기 바랍니다.
수득수실(誰得誰失)고
약향자리(若向者裏)
득일척안(得一隻眼)하면
변지낙처(便知落處)하리라.
누가 얻고 누가 잃었는가?
만약 이 속을 향하여
바른안목을 얻는다면
바로 낙처를 알 것이니라.
2548(2004) 동안거 결제일 조계종 종정 도림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