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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해체와 조립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이 기회에 원 소재지로 돌려달라”는 요구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
남양주 봉인사(주지 적경)가 보물 제928호 봉인사부도암사리탑 반환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원주시도 지자체 차원에서 문화재 반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봉인사부도암사리탑은 기구한 유전(流轉)으로 잘 알려진 탑. 광해군11년(1619년) 왕세자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기 위해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해 세워진 이 탑은 1907년 사찰 화재 등 어수선한 틈에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일본인 소장자 이와다센소 씨의 유언에 따라 1987년에야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반환된 데는 1979년 봉인사를 재건하고 이와다센소 씨에게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했던 한길로 법사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사리탑의 시련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온전하게 반환됐던 사리와 사리탑이 ‘생이별’을 하게 된 것. 봉인사 주지 적경 스님에 따르면 정부는 1987년 사리탑과 사리장엄구를 보물 제928호에 지정하고 박물관이 소장케 하는 한편, 사리는 신앙의 대상이라 해서 사리와 사리를 담은 유리병만 봉인사에 돌려줬다.
그 후 봉인사는 문민정부 시절에도 반환을 요구한 바 있으나 당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봉인사의 관리능력이 의심스러우며 반환하게 되면 선례가 돼 다른 문화재들까지도 반환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
반환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2년여 전부터 매달 초하루면 신도들과 함께 사리탑을 찾아 탑돌이를 하고 있는 적경 스님은 “사리와 사리탑이 따로 있어야 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사리탑은 봉인사의 역사인 만큼 반드시 봉인사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봉인사의 관리능력을 증명해 보이는 한편 남양주시와 함께 반환운동을 본격화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봉인사 측의 반환 요구에 대해 박물관은 “이와다센소 씨는 봉인사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기증했다”며 “현 봉인사가 옛 봉인사 절터에 세운 절이라 해서 사리탑 조성 당시의 소유권이 그대로 귀속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소유권에 대한 법적 해석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10여년 동안 원주문화재 반환운동을 벌여온 원주시 또한 최근 국보 제101호 법천사지지광국사현묘탑, 보물 제190호 거돈사지원공국사승묘탑 등 원주에서 가져간 문화재에 대한 반환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등 반환 요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문에서 원주시는 “문화재란 제자리에서 원형 보존될 때 가치가 있다”며 “원주시민들의 정신적 뿌리이기도 한 해당 문화재들은 마땅히 원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화재들이 반환될 경우 원주시는 보존·관리를 위해 약 15억원을 들여 거돈사지에 관리소를 설치하고 관리원을 상주시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복궁 뜰에 있는 석조문화재들을 내년 3~7월 용산 박물관으로 이전하되 훼손상태가 심각해 이전 시 심각한 손상이 우려되는 봉인사부도암사리탑과 법천사지광국사현묘탑은 이전을 유보하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우선 해체보수공사를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