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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나의 고향"
소설가 강석경 씨의 경주예찬
소설가 강석경 씨(53)가 올해로 꼭 10년째 살고 있는 경주에서의 단상들을 기록한 수필집이다. 1991년 인도에서 2년을 살기도 한 지은이는 경주로 돌아온 것을 “나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온 회귀”라고 말한다. 그에게 고향이란 “육신이 태어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강석경 씨의 <경주산책>.
많은 사람들에겐 ‘관광지’의 이미지로 남아 있지만, 지은이에게는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역사 속의 인물을 만나고, 얼굴만 돌려도 설화의 장소와 맞닥뜨리는 곳이자 영원한 안식처가 바로 경주다. 그곳 경주에서 지은이는 ‘비움’이란 화두를 잡고 느리지만 풍요로운 사색의 길에 나섰다. 황룡사지 앞에서는 “내 영혼이 얼마나 준엄하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묻게” 되고, 낡은 남산동 한옥촌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교동법주 전수자인 최부잣집 배영신 할머니가 어떻게 전통을 이어왔지, 식혜골 누비장 김해자 씨의 누비 작업을 보여주며, 이들이 바로 경주의 모습임을 이야기한다.

“대도시 아파트의 직선 문화에 비해 경주의 기와집 골목은 인간적이고 정겹다. 집집마다 뜰엔 맷돌이며 골동 냄새가 나는 물확 같은 것이 놓여 있고, 석류니 무화과니 과수들이 운치있게 자라 있다. 처마마다 달려 있는 메주들과 골목에 널려 있는 빨간 고추는 또 얼마나 예스러운지.”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감탄해마지 않았던 황오동 골목이 포클레인의 무력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원형을 잃고 고도 신라의 정신까지 퇴색되어가는 경주의 모습에 마치 자신이 병들어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워한다.

“경주는 짓고 세울 것이 아니라 수도승처럼 비우고 비워야 할 도시가 아닐까. 1500년 전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원형을 발견하고 달팽이집 같은 일상에서 비켜나 근원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맞도록, 그것이 민족의 고향으로서 경주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수십년째 경주에 살아 온 화가 김호연(동국대미술학부 서양화과) 교수의 풍경 그림도 책에 보태져 사색의 향기를 더한다.

□ <강석경의 경주산책>(강석경 지음, 열림원, 9천원)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11-24 오전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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