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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부었지. 사바사바해도 모자랄 판에. 게다가 박 부장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도 모르고 하룻강아지처럼 대들었다 거덜났다지. 아마”
알면서 모르면서 자주 쓰는 우리말. 과연 이 대화에서 사용된 말들의 뜻과 유래를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또 ‘갈매기살, 마누라, 사바사바, 도루묵, 건달, 거시기, 을씨년스럽다’ 등과 같은 말들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과연 알까? 아마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 것이다.
그럼, 기우인지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 ‘거덜났다’는 말이 어디서 비롯됐을까? 거지들이 덮고 자는 거적에서 유래됐다고! 미안하지만, 아니다. 거덜은 조선시대 관아에서 가마나 말을 돌보는 종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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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ㆍ2>는 이처럼 일상어에서부터 비속어에 이르기까지 우리말 100가지의 유래와 어원에 대한 궁금증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또 잘못된 우리말 쓰임을 바로잡고 엉뚱한 가설이 정설로 둔갑해 본래 의미를 왜곡하는 것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올 6월 한 달간 10대에서 50대 1만3천여 네티즌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싱싱한’ 말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눈길을 잡는다.
1권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뜻도 잘 모른 채 무심코 쓰거나, 뜻은 알지만 자세한 어원을 모르는 말들을 위주로 베스트 50가지를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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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에서는 말이 당대의 시대정신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말한다. 가령 쓸쓸하고 스산한 풍경을 표현할 때 쓰는 ‘을씨년스럽다’는 을사조약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로 전략했던 을사년의 비통함과 허탈함에서 유래됐다고 그 어원을 설명한다. 또 조선시대 억압받던 불교의 모습을 반영한 말들에서도 이를 확인하고 있다.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을 비유하는 ‘아사리판’, 끝장을 뜻하는 ‘이판사판’, 게으르고 무능함을 일컫는 ‘건달’ 등의 말이 그런 예들이다. 이외 ‘왕따’ ‘제비족’ ‘짱’ 등 사회상을 담은 말들도 소개한다.
책은 무엇보다도 어원에 대한 국어학적 설명과 그 적확한 출처를 풍부한 사료 등을 통해 조목조목 밝혀주고 있다. 어원이 한글인지 한자어인지, 발음상의 유사점으로 엉뚱하게 어원을 곡해ㆍ와전시킨 가설은 없는지, 본래 어원과 지금의 뜻이 축소되는 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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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태도가 분명치 않을 때 표현하는 ‘감질나다’의 경우, 질병과 관련된 말임에도 맛을 나타내는 ‘감질맛나다’와 혼용됐고, 한 살 된 강아지를 의미하는 ‘하릅강아지’가 ‘하룻강아지’로 와전된 점도 사례로 들고 있다. 이밖에 남자 동기를 부르던 말이었던 ‘오빠’, 지체 높은 여성과 남성을 부르던 ‘마누라’ 등이 오늘날에 그 의미가 좁아져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책에서는 쓰지 말아야 할 말들을 덧붙이고 있다. 인종이 다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뜻하는 ‘튀기’, 이야기가 곁길로 샌다는 ‘삼천포로 빠지다’ 등은 편협한 인종차별, 불쾌한 지역감정을 조장하기 말들이기에 조속히 일상적인 언어생활에서 거둬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은이 조항범 충북대 국문과 교수는 출간 배경에 대해 “방대한 참고문헌과 검증된 자료에 근거해 우리말 어원에 얽힌 설화와 유래설이 어떤지를 다채롭게 묶어봤다”며 “뜻도 모르고 쓰던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 우리말의 밑뿌리를 알게 되면서, 일상의 대화가 즐거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 1.2’
조항범 지음 / 각 9천원
예담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