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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산 스님은 영결사에서 “스님은 중생(衆生)의 근기(根機)에 따라 마음을 열고 닫을 줄 아는 눈 밝은 우리 종문(宗門)의 종장(宗匠)이었고 법시(法施)의 문(門)을 넓히고 전등(傳燈)의 불꽃을 이어서 감로법문(甘露法門)으로 중생(衆生)의 마음을 비옥케한 만행보살(萬行菩薩)이었습니다”라며 원적을 애도했다.
또한 “이제 큰 스님의 자애(慈愛)스런 진용(眞容)과 법음(法音)을 어디서 뵙고 들어야 합니까? 참으로 스님에게 귀의(歸依)하여 해탈(解脫)의 근본(根本)을 깨닫고 실리(實利)를 얻는 사람들의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라며 “속히 사바에 돌아오셔서 이 땅의 미혹(迷惑)한 중생(衆生)을 구제(救濟)하소서“라고 기원했다.
다음은 영결사 전문.
영결사
산과 들에 금풍(金風)이 가득하더니 이제 낙엽(落葉)이 조락(凋落)하고
삼라만상(森羅萬象)의 본체(本體)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스스로 떨쳐 버릴 것 모두 버리고 허통공적(虛通空寂)하여
신령(神靈)스런 빛이 곳곳에 충만(充滿)하고 물건(物件)마다 진여(眞如)를 나툽니다.
자연(自然)은 이처럼 덜고 닫는 것을 자재(自在)하여 때로는 무언(無言)으로 설(說)하고
때로는 양구(良久)를 하여 우리에게 말후구(末後句)를 보입니다.
석주(昔珠) 큰스님!
어느 세계(世界)로 출리(出離)하셔서 이처럼 깊고 적막(寂寞)합니까?
스님이 남기신 적멸(寂滅)이 깊고 고요하여 진용(眞容)을 뵈올 수가 없고
마음으로도 그 경지(境地)를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면전(面前)에서 걸림없이 출입(出入)하던 무위진인(無位眞人)은 어디로 갔습니까?
보고 듣고 말하던 견문각지(見聞覺知)를 거두시고 환귀본처(還歸本處)하시니
일월(日月)은 빛을 잃고 사부대중(四部大衆)은 가슴이 무너집니다.
일생(一生)동안 종횡무진(縱橫無盡)하고 가는 곳마다 자애(慈愛)함을 보이었던 그 주인옹(主人翁)의
일기일경(一機一景)을 보지 못해 사부대중(四部大衆)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석주(昔珠) 큰 스님!
스님이 이룬 적멸(寂滅)의 분상(分上)에 어찌 오고감이 있고 시종(始終)이 있을 수 있으며
생사(生死)의 출몰(出沒)이 있겠습니까?
다만, 무생법계(無生法界)에 태어나서 우리와 같이 사바에 머무신 것은
생사자재(生死自在)한 법신(法身)의 묘용(妙用)을 보이신 것입니다.
큰 스님!
여기 모인 사부대중(四部大衆)을 위해 용무생사(用無生死)의 본분소식(本分消息)을 보이시고,
평소 우리에게 보였던 인자(仁慈)한 그 진상(眞相)을 한번 나투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격외지기(格外之機)로 석녀(石女)가 노래를 부르고 목인(木人)이 점두(點頭)하는 진리(眞理)로
저희들의 미혹(迷惑)을 일깨워 주십시오.
큰 스님!
스님께서는 일찍이 우리 종문(宗門)에 귀의(歸依)하여 열반(涅槃)에 드실 때까지
운수가풍(雲水家風)을 저버리지 않았고 직지일념(直指一念)으로 무생법인(無生法印)을 깨달아
용무생사(用無生死)의 삶을 사셨고 불조혜명(佛祖慧命)을 전승(傳承)하여 이 땅의
조계선문(曹溪禪門)을 빛낸 눈 밝은 선지식(善知識)이셨습니다.
그리고 큰 스님께서는 역경(譯經)과 포교(布敎)에 남다른 관심(關心)과 원력(願力)을 가지고
부처님 경전(經典)을 번역(飜譯)하는데 공헌(貢獻)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포교(布敎)에 심혈(心血)을
기울여 부처님 교리(敎理)로 밝은 심성(心性)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오늘날 한글 대장경(大藏經)은 스님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경전(經典)이 없습니다.
이렇게 스님은 중생(衆生)의 근기(根機)에 따라 마음을 열고 닫을 줄 아는 눈 밝은 우리
종문(宗門)의 종장(宗匠)이었고 법시(法施)의 문(門)을 넓히고 전등(傳燈)의 불꽃을 이어서 감로법문(甘露法門)으로
중생(衆生)의 마음을 비옥케한 만행보살(萬行菩薩)이었습니다.
큰 스님!
큰 스님께서는 일체사(一切事)에 걸림이 없고 이사무애(理事無碍)한 기용(機用)을 항상 보였습니다.
역경(譯經)과 포교(布敎)에 전념(專念)하시다가 종단(宗團)에 부름이 있으면 총무원장직(總務院長職)을 맡아
난마(亂麻)와 같이 어지러웠던 종단(宗團)의 내분(內紛)을 수습(收拾)하고 미련없이 자리를 떠나
우리에게 출가(出家)의 본분(本分)을 보이신 분이 바로 큰 스님입니다.
스님께서는 비록 산(山)에 들어가지 않아도 해탈(解脫)의 문(門)을 열고
생사(生死)를 떠난 도리를 보였고 곳곳에 제불(諸佛)의 도업(道業)을 일으켜
법계(法界)를 윤택케하였습니다.
이제 큰 스님의 자애(慈愛)스런 진용(眞容)과 법음(法音)을 어디서 뵙고 들어야 합니까?
참으로 스님에게 귀의(歸依)하여 해탈(解脫)의 근본(根本)을 깨닫고 실리(實利)를 얻는 사람들의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스님 속히 사바에 돌아오셔서 이 땅의 미혹(迷惑)한 중생(衆生)을 구제(救濟)하소서.
佛紀 二五四八年 十一月 十八日
大韓佛敎 曹溪宗 元老會議 議長 宗山 合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