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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버스 도서관 1호 ‘뚜뚜’의 조준영 씨
부천 중앙공원 일대에서는 한국의 안델센으로 통해
그림책 버스 뚜뚜의 조준영 원장이 꾸러기 친구들과 함께 찰칵. 사진기자=고영배 기자
“보고 싶은 뚜뚜야!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랑 꼭 같이 와서 그림책이랑 선물 많이 가져왔으면 좋겠다….”, “그림책 버스 뚜뚜의 조준영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정해찬입니다. 소록도 또 언제 오세요? 빨리 와서 선생님이랑 그림책도 읽고 재미난 놀이도 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어요. 학교가기 싫어요. 친구들이 북한에서 왔다고 막 놀려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빨리 와서 또 책읽어주세요….”

또박또박 꼭꼭 눌러 쓴 아이들의 편지뭉치가 라면 박스에 가득하다. 모두다 ‘그림책 버스 도서관 뚜뚜’를 운영하는 조준영(40) 씨에게 5~8살 아이들이 보내 온 팬레터(?)들이다.

소록도를 비롯해 전국의 낙도(落島)·산골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조준영 씨는 ‘한국의 안델센’으로 통한다. 예닐곱살 철부지들을 한 두 명도 아닌 수 십 명을 상대하다 보면 짜증도 날 성 싶지만 그의 목소리와 얼굴은 언제나 ‘맑음’이다.

자신이 읽어 주는 그림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조준영 씨.

그는 매주 화요일이면 부천 중앙공원에 나가 유모차를 미는 엄마들과 자전거를 탄 꼬마들에게 ‘어서 빨리 와’하며 함께 그림책을 보자고 손짓한다. 그러면 아이들과 엄마들은 냉큼 신발을 벗고 ‘뚜뚜’ 속으로 뛰어든다. 조 씨와 함께 ‘뚜뚜’를 타고 떠나는 신기하고 재미난 그림책 여행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버스 안을 가득 메운다.

조준영 씨가 ‘그림책 버스 뚜뚜’를 정식 개관한 것은 2003년 9월. 동화 기획가인 그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3년 ‘어린이 작은 극장 파란나라’라는 명칭으로 자신의 집에서 동네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슬라이드를 보여준 것이 시작이 됐다.

“10년 전에는 단행본으로 된 그림책이 거의 없어요. 뜻있는 동네 주부들과 ‘가정 도서관’을 운영해봤는데, 널리 확산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이사 다닐 때마다 도서관을 새로 만들어야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움직이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그림책 버스 뚜뚜’였죠.”

이름을 ‘그림책 버스 뚜뚜’로 지은 이유는 ‘아기공룡 둘리’ 나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아이들의 친근한 친구이자 생명력 있는 캐릭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2천 만 원을 들여 중고 버스를 사고 내부를 개조해 ‘가정 도서관’시절의 그림책 500여권을 채워 넣었죠. 경제적 부담 때문에 운전기사를 따로 둘 수 없어 1종 대형운전면허도 땄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뚜뚜’는 곧바로 도서관이 되지는 못 했습니다. 버스 도서관 건립에 대한 법적 조항이 없어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3년 동안의 끈질긴 노력 끝에 드디어 ‘버스 도서관을 허가한다’는 지자체의 허가를 받았다. 없던 법조항까지 새로 만들어가며 ‘도서관 버스’로 정식 허가를 받은 것이다. 삽화가들의 도움으로 단조로웠던 버스가 동화 속 숲이 되고 500여 권이던 그림책이 1500여 권으로 늘면서, 마침내 2003년 9월, 쓸모없던 중고 버스가 희망과 행복의 도서관 ‘뚜뚜’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도서관을 운영할 돈이 문제였다. 기름 값과 무료로 아이들에게 나눠 줄 도시락을 준비하는 돈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만 둘 순 없었다. 하루에 3시간만 자며 중학생 과외를 시작했다. 이렇게 2년 동안 낮에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밤에는 과외를 하며 돈을 벌었다. 오직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보여 주겠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그에게 피곤함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뚜뚜’를 향한 어린이와 엄마들의 관심과 사랑도 기대 이상이었다. 숲속의 동물 친구들을 그려 넣은 버스 외관도, 의자를 떼고 거실처럼 꾸며놓은 내부도 무척 재밌어 했다. 아이들과 엄마들은 ‘뚜뚜’를 친구로 생각했다. 아이들은 ‘뚜뚜’가 오는 화요일 2시를 손꼽아 기다리게 됐고, 자발적으로 사서(司書) 일을 돕는 엄마들도 생겨났다.

“폐차된 버스를 이용하면 한결 저렴한 돈으로 도서관을 만들 수 있어요. 기업들과 지자체가 폐차와 책을 후원해 준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죠. ‘뚜뚜’가 전국 방방곡곡에 생겨나 우리 아이들에게 옆집 아줌마, 아저씨가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사라졌던 우리의 공동체 문화를 다시 살린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해질 거예요.”

또 조준영 씨는 주부가 주축이 되는 ‘평화 앞치마 부대’ 창설이라는 야무진 계획도 세우고 있다. “평화라는 말은 비단 ‘전쟁과 평화’에서의 한정된 의미가 아닙니다. 인종차별, 기근, 왕따, 빈부차이, 성폭력 등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합니다. 이 일은 한 집안의 살림살이를 이끌어나가는 앞치마를 두룬 우리 주부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그는 직접 앞치마를 제작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또 ‘무기 장난감 화형식’도 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분별력이 없는 어린이들에게 폭력적인 무기는 위험한 장난감이며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태우게 하고 있다.
<산골 총각>과 최초의 남북합작 그림동화<령리한 너구리>를 기획한 그는 내년 5월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각 시도를 순회하며 ‘그림책으로 여는 희망과 평화’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평화와 공동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버스 도서관이 지역마다 생겨나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껏 전국을 돌며 ‘뚜뚜’를 통해 얻은 가능성을 남김없이 알릴 계획이다.

‘희망과 평화 프로젝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통일이 되어 탈북어린이들을 ‘뚜뚜’에 태우고 북한에 두고 온 친구들을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 주는 그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한다. 오늘도 조준영 씨는 이런 희망을 ‘뚜뚜’에 가득 싣고서 동심의 길을 통해 행복의 나라를 ‘씽씽’달린다.
노병철 기자 | sasiman@buddhapia.com |
2004-11-18 오전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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