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의 고승 수월 스님(1855~1928)의 행적을 좇은 책 <물 속을 걸어가는 달>이 나왔다. 이 책은 지난 1996년 출간된 <달을 듣는 강물>의 개정판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수월 스님의 생애를 춘천지방검찰청 김진태 강릉지청장이 고증, 복원한 것이다.
수월 스님은 근대 선불교를 중흥시킨 경허 스님의 제자로 만공·혜월 스님과 더불어 ‘경허의 세 달’로 일컬어지던 고승이다. 그러나 스님의 고향이나 속성(俗性)은 물론 그 행적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1973년 사찰에서 수월 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접한 김 지청장은 이 때부터 수월 스님에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후 스님의 자취를 찾아 중국 연변조선족자치구내 도문시와 지리산 오대산 충남 홍성군 일대 등을 직접 답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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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세의 고승 수월 스님의 행적을 쫓은 책 "물 속을 걸어가는 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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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검사가 복원한 스님의 생애는 이렇다. 수월 스님은 어릴 적 부모를 잃고 머슴살이를 하다 스물 아홉 살에 충남 홍성 천장암으로 출가했다. 이때 천장암에는 경허 선사의 형인 태허 스님이 주지로 주석했으며, 스님은 그의 가르침을 받아 ‘천수다라니’를 지속적으로 암송하며 깨달음의 경지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후 평생을 스스로 노동해 얻은 곡식으로 밥을 짓고 짚신을 삼아 중생들에게 베푸는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스님에 대한 마지막 기록은 1928년 여름안거를 마친 후 지리산 화엄사 옆 개울에서 짚신을 머리에 얹고 열반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는 스님이 일제시대 초기 중국 투먼(圖們)시와 만주, 러시아 등에서 소먹이꾼으로 일하며 독립운동가들을 보살펴 준 이야기가 덧붙여졌다.
김 지청장은 “스님은 한마디로 자기가 없이 남을 위해 살다 간 분”이라며 “수월 스님의 삶을 통해 이 사회에 더불어 사는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