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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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 가르침 통해 본 한국불교 자화상
<이판사판 화엄경>(성법스님, 정신세계원, 1만1천원)
인터넷 불교 홈페이지 ‘불교경전총론(www.sejon.or.kr)’을 운영하는 성법 스님(용화사 주지)
“하나 가운데서 한량없음을 알고 한량없는 가운데서 하나를 알아 그것이 서로 함께 일어남을 알면 마땅히 두려울 바 없음을 이루리라”는 ‘문수사리 보살의 게송’으로 우주 창조에 관한 ‘빅뱅(Big Bang)’ 이론과 ‘프랙탈(Fractal,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구조를 가진 기)’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터넷 불교 홈페이지 ‘불교경전총론(www.sejon.or.kr)’을 운영하는 성법 스님(용화사 주지)이 <화엄경>의 45개 게송을 쉽게 풀이한 <이판사판 화엄경>을 펴냈다. 이미 시중에 <화엄경> 해설서가 많이 나와 있음에도 성법 스님의 책이 주목을 끄는 것은 무아(無我), 공(空),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등 불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오늘날의 사회와 불교계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법 스님이 <화엄경>의 45개 게송을 쉽게 풀이한 <이판사판 화엄경>
흔히 ‘막다른 궁지’라는 뜻으로 쓰는 ‘이판사판(理判事判)’은 <화엄경>에 나오는 말로 이판이 보이지 않는 본질의 세계에 대한 판단이라면, 사판은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에 대한 판단을 뜻한다. 각 장의 소제목인 ‘욕심이 불심인 양 착각하지 말라’ ‘종교가 상식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나는 중이고 너는 신도라는 분별심도 버려라’ 등에서도 ‘이판사판’이 되어버린 한국불교계와 혼동에 빠진 현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세찬 죽비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간은 욕심으로 꽉 찬 욕계(欲界)에 머문, 불교적 세계관에서 보면 형편없는 꼴찌”라고 지적하는 스님은 보시바라밀을 강조하는 불교계가 다른 종교에 비해 기부에 인색하다거나, 법문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많이’ 들었다는 것을 자랑삼는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부처와 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고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위한 방법을 일컫는 ‘방편’이라는 말이 절의 시주금을 모으고 대형 불사를 일으키는 명목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솔직히 신도들을 탓하기에 앞서 그들을 바른 불법의 세계로 인도해 주지 못하고 있는 승가의 일원인 저도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2천년 전 대승 불교 사상이 태동되었듯, 지금이야말로 미래의 불교를 위한 또 다른 사상적 불교 개혁이 일어나야할 시기입니다. 그것이 어떠한 사상이어야 한다고 정확히 제시할 순 없지만, 책에서는 그에 대한 나의 견해를 펼쳐 보이고자 했습니다.”

책 끝 부분에는 깨달음과 수행에 관한 숱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강정진 거사의 책 <영원한 대자유인>을 조목조목 비판한 글을 담았다. 지난해 9월 스님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세존’에 연재됐던 글로, 스님은 “이 책이 갖는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단지 재가자라는 이유만으로 수행의 경계까지 무시하고 냉대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11-16 오후 7: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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