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면죄부’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환경 ㆍ 교통 ㆍ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이하 환경영향평가법)이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불교계도 법개정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개정은 환경부가 지율스님과의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약속을 파기하고 독자적인 검토안을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련 정당과 단체들은 이미 여러 차례 토론과 워크숍을 거쳐 구체적인 안을 만들고 있으며, 완성본이 마련되는 대로 국회에 개정안을 낼 계획이다.
▶왜 개정해야 하는가=환경영향평가법은 대형 사업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환경파괴에 대한 영향을 △자연환경 △생활환경 △사회경제환경 등의 분야에서 미리 예측하고 분석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지금의 환경영향평가는 규제보다 피해최소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정책입안 단계가 아닌 실행직전에 행해져 형식화되기 쉽고 △사업자 비용부담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또 △시공업체와 지자체의 소극적인 행태로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이 개입하기 어렵고 △부실평가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북한산 문제의 경우 터널 입ㆍ출구 부근에 법정보호종인 고란초 등이 서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보호대책이 전혀 없었다. 또 교통영향평가 승인처분이 위법으로 드러났고 환경영향평가 또한 협의절차가 무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천성산 문제 역시 유효기간 7년이 지나도록 재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30여종의 보호동식물이 누락됐으며 22개의 늪과 12개의 계곡, 39개의 저수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장은 “지금까지의 환경영향평가법은 난개발 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존재한 수단에 불과했다”며 “이제부터라도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법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무엇인가=환경부는 올해 7월 환경영향평가법을 부분 개정했다. 관련서류 공개를 의무화하고 중요평가항목에 대해서는 중점평가제를 도입하며 설계업자가 설계와 평가를 동시에 실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분개정안이 진일보하긴 했지만, 평가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았고 구속력을 갖는 강제조항을 두지 않는 등 여전히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개정안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율 스님이 청와대 앞 단식을 진행할 때 현장을 직접 방문해 법 개정을 약속했던 단의원은 이미 초안을 마련해둔 상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서의 협의내용을 승인기관장 및 전문가에게 통보하는 것 외에 지역 주민도 그 협의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주요평가내용이 허위 또는 부실하게 작성된 경우 영향평가대상지역의 주민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시 주요 내용이 부실하거나 누락된 경우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환경부장관은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응할 수 없도록 하며 △환경부장관은 환경영향평가서의 재평가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는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에 반드시 재평가를 요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교계의 향후 대책은=북한산과 천성산 문제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계는 향후 대형개발사업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적지 않은 사찰이 아직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산중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법을 개정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법과 제도를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교환경전문가들은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사후약방문식의 대책은 무의미하다”며 “사전에 법과 제도를 검토하고 이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영향평가법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지율 스님은 “중요한 것은 정부 당국이 철저하게 법을 지키는 것”이라고 정부당국의 행태를 꼬집으며 “수많은 폐해를 낳아 온 환경영향평가법은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