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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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과 함께하는 음악-2004 다악 페스티벌
이상규 교수의 <만파식의 세한고절>과 어울어진 울산불교문화원의 다례시연
다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주할 때 피어오르는 음악은 어떤 선율일까?
흔히 ‘찻자리 음악’이라고 풀이되는 다악(茶樂)은 차를 마시며 들을 만한 조용하고 선(禪)적인 음악이나 찻자리 풍경을 묘사한 음악을 일컫는다. 하지만 전통 국악을 선별해서 듣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의 정서에 맞는 다악을 창작, 발표해 온 단체가 있다. 바로 1982년 창단된 한국창작음악연구회(회장 김정수, 추계예대 교육대학원장)다.

우리 고유의 음악언어에 뿌리를 둔 창작음악을 연구하기 위해 창단된 한국창작음악연구회는 98년 ‘차와 우리음악의 다리놓기’의 일환으로 창작 다악을 발표하고 이를 악보집과 앨범으로 발매함으로써 다악이란 장르 개척에 앞장 서 왔다.

매년 창작 다악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공연을 마련하고 있는 한국창작음악연구회는 지난 11월 13일 서울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2004 다악 페스티벌’을 개최해 200여 차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다악 페스티벌’은 차와 만나는 정취를 음악에 담아냄으로써 찻자리에 국악의 향기는 전하는 무대.
백승우 교수의 <다악 깊은 계곡의 가인>에 맞춰 다례시연을 선보인 반야로차도문화원
98년 ‘차와 우리음악의 다리놓기, 다악(茶樂)’을 시작으로 99년 ‘그 푸른 날들의 찻잔-초의(艸衣)’에서 차문화의 중흥조인 초의 선사를 재조명했고, 2000년 ‘찻잔에 스민 사계(四季)’ 2001년 ‘차마시기 좋은 때, 풍정(風情)’ 등의 공연을 펼쳐왔다. 공연에서 선보인 음악은 모두 앨범으로 발매됐다.

‘사군자에 스민 다향’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공연에서는 네 명의 작곡가가 매화와 난초, 국화, 대나무 등 사군자를 화두로 삼아 작곡한 음악이 첫선을 보였다. 박일훈(국민대) 교수의 ‘봄볕을 깨우는 매향’ 백승우(경원대) 교수의 ‘깊은 계곡의 가인’ 김정수(추계예대)의 ‘흰 서리 속에 피는 만향’ 이상규(한양대) 교수의 ‘만파식의 세한고절’이 초일향다회와 반야로차도문화원, 울산불교문화원의 다례시연과 함께 펼쳐졌다. 특히 고요한 무대 위에서 펼쳐진 행다와 단소 대금 해금 양금 가야금 거문고 등으로 풀어낸 사군자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감동을 더했다. 이번에 발표된 ‘사군자에 스민 다향’은 이달 중으로 음반으로 묶여 발매될 예정이다.

한국의 다악을 해외에 알리기 위한 공연을 준비 중인 김정수 회장은 “차는 몇 천 년을 우리 겨레와 함께 해온 기호음료이자 우리의 소중한 문화”라며 “차인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차문화를 알리고, 차와 음악을 통해 우리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작 다악을 발표하고 있다”고 연구회의 활동을 소개한다. “다악이란 단순한 차와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차에 내재된 정신을 담아내는 작업”이라는 박일훈 교수는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행위를 통해 삶의 진정한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4-11-17 오후 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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