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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천안 선문대에서 열린 한국종교교육학회(회장 박선영) 추계 학술대회에서 ‘현대문화와 학교에서의 죽음 교육과 종교’를 주제로 강연한 일본 교토대의 칼 베커 교수는 죽음학(Thanatology)의 대가답게, 죽음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과 방향성, 그리고 원칙 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명쾌하게 제시했다.
베커 교수는 “현대교육은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잃고, 혹은 우리 스스로 죽음에 대비해야하는, 이 같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죽음 교육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베커 교수는 “죽음 교육은 보건, 범죄, 노동생산성 차원에서 비용절감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죽음을 기다리며 삶을 반추하며 마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영적인 가치를 갖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초등ㆍ중고등ㆍ대학·성인ㆍ전문인으로 대상을 구분해, 각각 어떤 방식의 교육이 요구되는지 설명하고 미국의 사례를 설명한 베커 교수는 “한국의 죽음 교육은 한국의 문화와 필요성에 바탕을 두고 개발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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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전통적으로 생사문제에 관한 상담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사별한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도 스님들의 역할이었다. 죽는 순간 마음의 혼탁함을 정화하는 데 불교는 큰 도움이 된다.
▷일본에서의 죽음 교육은
일본은 2005년 400만 달러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 죽음교육과정을 개발할 예정이다. 죽음 교육을 통해 엄청난 자살률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사회문제를 완화하고, 각종 폭력범죄를 경감시키며, 급속히 증가한 노령인구의 부양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데 죽음 교육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나다와 핀란드에서 죽음을 공론화하면서 자살률이 낮아지는 효과를 본 바 있고, 일본에서도 실험적인 교육을 통해 효용이 입증된 바 있다.
▷어떤 효용이 있나
학생들이 알던 죽음은 영화나 게임을 통해 접한 것이 거의 전부다. 죽음의 고통이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 것이다. 죽음 교육은 이 같은 현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은 죽음교육을 통해 자기 삶의 중요성과 의미를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 죽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성찰적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죽음을 주제로 한 학생과 제자, 자녀와 부모 간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돼 의사소통이 한결 원활해졌다.
▷죽음 교육이 성공하려면
죽음 교육은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종교적 차원과 연결된 전혀 다른 교과임을 알아야 한다.
실험시행 초기에는 주입식 교육과 등급 평가에 익숙한 교사와 학생은 처음에 당황해했고, 많이 반대했다. 교안도 없고, 구체적이지도 않고, 평가가 불가능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죽음 교육은 정답이 없고 등급을 측정할 수도 없는 과목이었으니 말이다. 교육의 성공을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자신이 무언가 정보를 줘야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학생들도 스스로 생각하는 데 익숙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도 합의된 죽음교육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할까
죽음은 종교의 문제이기 이전에 인간의 문제다. 모든 종교는 공통되게 인간적인 삶을 설파함에 있어서 △인생의 목적 △타자에 대한 배려, 돌봄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은 끝이 아니다 △유족에 대한 위로 등의 다섯 가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적인 삶’이라는 공통분모에 근거하면 종교적 차원의 논의를 진행하면서도 특정 종교에 입각하지 않은 죽음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다고 본다.
▷죽음 교육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도움이 된다면
생로병사에서 출발한 불교는 생로병사로부터 자기를 구제하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불교에서 죽음은 중요한 주제라 할 수 있다. 교리면에서 불교의 강점은 죄의식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윤회는 죽어가는 이에게 심적 안정도 제공한다. 수행면에서 참선은 마음의 평화와 집중을 유도하는 데 탁월하다. 이는 죽어가는 이에게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