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인을 했지요. 우발적인 사고라 변명하고 싶지만, 결국 내 마음의 엇나감으로 남의 생명을 해친 것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참회해야 하는지….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지 부처님께 기도를 하며 저로 인해 해를 입은 영가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극락왕생을 비는 것뿐입니다.”
쉬는 시간 그가 건넨 말 속에서 깊은 후회가 느껴졌다.
여주교도소(소장 신상철)에는 초범 1,700여명이 수용돼 있다. 절도, 폭행, 살인 등 그 죄목들은 각각이지만, 그들이 죄를 뉘우치고 있다는 점은 같았다.
여주교도소 불교분과위원회가 주목한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교도소라는 곳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재소자들과 정신적 교감을 통한 교화교육을 담당하고 싶었다.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라 생각했고, 이를 위해서는 법회뿐만 아니라 보다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교도소 직원신행모임 불심회(회장 함대식)와 함께 ‘붓다 아카데미’를 기획했다.
붓다 아카데미는 11월 8~20일 2주간 발우공양과 연등 만들기, 명상 및 요가, 삼보일배, 죽음체험 등 불교 수행프로그램들로 매일 다르게 진행된다.
프로그램의 효과는 지난 8월 시범 운행된 제1기 붓다 아카데미를 통해 드러났다. 아카데미 실시 이후 수용자들은 발우공양을 통해 내게 주어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삼보일배를 통해 참회의 시간을, 명상과 요가를 통해 심신의 정화를 느끼고 있었다.
“그 동안의 교육은 전문강사가 와서 하는 강의 일변도라 가슴에 크게 와 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찬불가도 부르고 사경도 하고 명상 등을 하며, 내 안의 화가 사그라지고 마음이 점차 편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신OO·징역 5년)
특히 지난 11월 5~6일 여사(女舍)에서 진행된 유언장 작성과 죽음체험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수용자들에게 지난 삶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죽음체험을 위해 수의를 입고 해탈문을 지나는 순간 ‘정말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칠성판에 누워 손발이 묶인 채 관속에 들어간 순간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여사를 찾아 붓다 아카데미에 참여한 류씨는(징역 1년 6개월)를 만나봤다. 그녀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또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막상 죽는다 생각하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을 나와서는 못난 어미로 인해 방황하고 있는 딸아이가 생각났다.
“복역을 마친 후 남은 생을 딸아이 같이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 겁니다. 그리고 죽을 때에는 제 장기를 필요한 이들에게 기증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볼 위로 흐르는 눈물 사이로 싱끗 웃어보였다. ‘희망’. 붓다 아카데미는 단순한 정신교육이 아닌 참회를 통한 희망을 수용자들에게 심어주고 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으로 여사를 빠져나오는데 몇몇의 수용자들이 며칠 전에 작성한 유언장을 기자에게 건넸다.
“저승 가는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를 믿어준 이들에게 상처와 아픔만을 안기고 떠나게 되다니.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딸아. 죄 많은 엄마를 용서하고 항상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며, 좋은 업을 짓고 행복하게 살으렴…. (유OO)”
“참회합니다. 온갖 죄를 짓고 남을 해친 점 부처님 앞에 참회하며, 다시 태어나면 봉사하는 삶으로 속죄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박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