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레디메이드 보살’은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불교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아 사이언스 주최 2004년 제1회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단편소설 ‘레디메이드 보살’의 작가 박성환 씨는 11월 10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자신의 소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소설 ‘레디메이드 보살’은 사찰에서 일하던 로봇 ‘인명’이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렸다. ‘로봇도 깨달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그 와중에 권력층은 로봇의 깨달음을 은폐하려는 한다는 내용이다. 그의 소설 속에서 인간과 로봇은 둘 다 ‘불성’을 가진 존재다.
“조주 선사가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라고 화두를 던졌듯이, 불교에서는 인간 자체를 다른 존재와 동등한 입장에 놓고 봅니다. ‘나’라고 할 만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심으로 출발하는 불교는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과학계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줍니다.”
로봇 부처의 이름인 ‘인명(因明)’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불교법명인 동시에 자아인식방법을 뜻하는 불교논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과연 인간의 자아는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정의는 어떻게 내려야 할까’를 화두로 던진 소설의 상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불교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자주 사찰에 드나들었던 박 씨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닥치는 대로 불교관련서적을 찾아 읽었다고 말했다. 경전 중에서는 특히 <반야심경>이 감명 깊었다고 말하는 박 씨는 아예 소설 마지막 장면에 로봇 부처인 ‘인명’의 입을 빌어 ‘모든 것은 공(空)하다’는 <반야심경>의 핵심을 풀어 썼다.
그는 불교가 과학과 대치되지 않으며 오히려 과학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종교라고 말한다.
“그간 과학과 종교의 만남을 그린 SF는 많았지만 기독교가 아닌 불교적 관점에서 과학과의 연관성을 다루는 시도는 적었습니다. 그러나 과학을 ‘신에 대한 인간의 반란’으로 보는 기독교와는 달리, 불교는 과학과 연결고리가 많습니다. SF가 그런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는 가교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