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은 돈으로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니까 기분 좋아요.”
11월 7일, 부산 금화사 초등불교학교(교장 김광호) 학생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다. 저마다 원숭이저금통 하나씩을 앞에 놓은 아이들의 얼굴엔 뿌듯함이 넘친다. 현대불교신문사에서 원숭이저금통을 분양 받은 지 6개월 남짓. 그동안 한푼 두푼 아껴 채워온 원숭이저금통을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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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원숭이 저금통 채우는 것을 게을리 하다가 오늘 거둔다고 하니까 만 원짜리를 급하게 넣은 사람도 있지?” 저금통 분양을 제안한 김광호 법사의 짓궂은 질문에 아이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원숭이 저금통 분양에 전교생 34명이 모두 참여했기에 이날 첫 시간은 원숭이 저금통을 거두며 보시의 의미를 되새기는 수업으로 진행됐다. 저금통에 돈을 모으며 느낀 점을 얘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중간에 과자 사먹고 싶어 꺼낼 뻔 했지만 유혹을 참았어요.” 정도의 솔직한 고백이다. 정도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던 소연이도 “처음엔 과자 먹고 싶어 꺼내기도 했는데 너무 돈이 적어 다시 열심히 모았다”며 저금통을 들어보였다.
그러나 전국 최고의 어린이법회를 자부하는 금화사 초등불교학교 학생들이 철없는 과자 타령만 할리 없다.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선영이는 “평소에 천사원에서 장애인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저금통을 통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 참 좋다”는 말로 보시행의 즐거움을 전했다.
김광호 법사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려운 친구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일으켜 함께 동참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줬다는 생각조차 잊어버려야 진정한 보시”라고 덧붙였다.
이날 거둔 저금통은 모두 38개. 학생수는 34명이었지만 부모님이 참여했거나, 집에 있던 코끼리 저금통까지 들고 온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총 45만 8천 190원을 모금한 학생들은 이날 또 다시 원숭이 저금통을 분양받았다. 배고픈 친구들이 없어질 때까지, 저금통에 사랑을 모으겠다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