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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1] 기둥27의 한 지점에 대한 X레이사진과 드릴저항검사 결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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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대들보, 중보 등에 사용되는 전통 사찰건축의 핵심적인 부자재인 목재의 가장 큰 약점은 미생물에 의한 부후와 곤충 등에 의한 식해(食害)에 취약하다는 것. 이와 같은 요인으로 인한 목재의 변질과 질적 저하 현상을 열화(劣化)라 한다. 건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열화 상태가 심각한 부재를 교체해야만 한다. 열화 상태 판단은 육안에 의존하는데, 육안으로 내부 상태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부재를 잘라 속을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해줄 수 있는 비파괴검사법이 이전제 서울대 교수팀(임산공학과)에 의해 개발됐다.
비파괴검사법이란
이 교수팀은 직접 개발한 열화상태 비파괴검사법을 조계사 대웅전 공사에 적용, 육안으로는 건전해 보이는 기둥과 보의 내부 상태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 ‘비파괴검사법을 이용한 조계사 대웅전 주요 목재부재의 열화상태 조사’를 최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육안으로는 건전해 보이는 목재에서 심각한 손상을 발견하는 등의 개가를 올리며, 비파괴검사법의 효과를 입증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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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2]드릴 저항 검사 결과를 이용한 부재 내부 밀도 분포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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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서 이 교수팀이 비파괴검사에 사용한 주요 방법은 X레이·드릴저항검사. 원래 초음파검사법도 사용하지만 직경이 60~70cm나 되는 조계사 대웅전 기둥에는 초음파검사법이 무용지물이어서 제외됐다.
X레이검사는 부재 내부의 전반적인 열화상태 파악과 결함의 존재여부 및 위치·크기 확인에 활용됐고, 드릴저항검사는 X레이검사를 통한 부재 내부의 열화부분을 집중조사하고, 내부상태를 확인하는 데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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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3] 중보5의 한 지점에 대한 X레이사진과 드릴저항검사 결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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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저항검사란 드릴이 회전하면서 목재에 구멍을 내면서 목재로부터 받게 되는 저항값을 측정, 이를 영상화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단면 영상으로 만들어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은 검사법의 핵심. 이 교수팀은 열화상태 비파괴검사법 개발에 들어간 3년여 전부터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 목조건축물 해체보수공사에서 나오는 폐부자재를 수거해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한편, 데이터 처리 기술을 개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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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4] 드릴 저항 검사 결과를 이용한 부재 내부의 밀도 분포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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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 틈은 있지만 건전한 경우
연구팀이 기둥27로 명명한 이 부재는 육안으로 틈(할렬)이 확인되는 경우다. 이 기둥의 한 지점에 대해 직각방향으로 X레이를 촬영하면 [그림1]과 같은 사진이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밝은 부분은 부재의 밀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며, 어두운 부분은 밀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어둡게 나타나는 부분에서 부재에 할렬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드릴저항값은 기준선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는데, 이를 통해 저항이 큼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밀도가 높고, 조직이 건전함을 의미한다.
이 단면의 상태를 영상화한 것이 [그림2]다. 파란색은 밀도가 낮음을, 빨간색은 밀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색상으로 미루어 이 부재는 건전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결론| 이 부재는 전체적으로 할렬이 나타나지만 열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할렬이 압축강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므로, 기둥으로 사용하는 데 지장은 없다. 따라서 재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할렬이 커지지 않도록 철륜을 설치할 필요는 있다.
#사례2 - 건전해보이지만 열화가 심각한 경우
중보5는 할렬이 짧게 나타나는 부재인데, 할렬이 없는 부위의 단면을 조사해봤다. [그림3]의 X레이 사진부분을 보면 상대적으로 밝은 부분이 많으므로 밀도가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열화가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드릴저항값에서 또한 c방향의 값이 0에 가깝게 나타나는 등 밀도가 상당히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영상으로 표현하면 [그림4]와 같이 나타났다. 이 교수팀은 중보5는 밀도가 낮아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하고, 해부학적 분석을 시도해봤다. 그 결과 [그림5]와 같은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직이 연결되지 않고 끊어지거나 누렇게 비어있는 부분은 조직이 파괴된 것을 의미한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그림6]과 같아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림5]를 육안으로 볼 때에는 [그림7]과 같이 멀쩡해 보인다는 점이다.
|결론| 이 부재는 열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므로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비파괴검사법의 과제
연구를 지휘한 이전제 교수는 “목조건축물은 늘 열화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열화 예방 및 조기 진단은 필수적이다”며 “비파괴검사법은 목조건축물을 해체하지 않고도 내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 검사법이 △보수공사시 부재교체 여부 판단 △보수공사 필요성 진단에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 기술력의 한계는 많다. 산속에 있는 사찰에 이 기술을 적용하려면 휴대가 가능한 장비를 개발해야하는데, 부피를 줄이려다보면 성능이 낮아진다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 교수팀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검사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를 영상화하는 기술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의 연구성과는 지난 6·8월 핀란드와 일본 목구조학회에서 발표돼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 목조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 지역 참가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이 교수는 오는 11월 일본 목재학회에서 비파괴검사법의 목조문화재 적용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