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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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ㆍ말, 논쟁 속의 불교는?
‘대한민국史를 바꾼 핵심논쟁50’
대표적인 불교논쟁
1960년 겨울, 서울 광화문 거리. 비구승들이 ‘불법에 대처승없다’는 플래카드를 치켜든다. 명분은 이랬다. 일제가 이식한 대처승 제도를 말끔히 걷어내겠다는 것. 논쟁의 발단은 사실 이보다 앞선다. 이승만 대통령의 ‘정화유시’가 비구ㆍ대처간 갈등의 뇌관을 건드리면서 비롯된다. 곧바로 양측은 ‘절 뺏기’ 싸움에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다. 이후 세속법에 기댄 법정다툼은 결국 비구승들의 승리(?)로 끝난다.

이른바 ‘불교정화운동’ 논쟁. ‘사찰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놓고 벌인 이 논전은 20세기 한국불교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과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마무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말ㆍ말 말-대한민국史를 바꾼 핵심논쟁 50>은 정화운동 등의 불교논쟁을 비롯해 광복 이후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진행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대표적인 논쟁 50가지를 책으로 묶었다. 해방 이후 상해 임시정부와 이북 인민공화국 사이의 주도권 경쟁, 민족문학 논쟁 등 격동기 한국사의 굵직한 쟁점은 물론, 최근 대립 중인 배아 복제, 전교조와 교총의 교육이념 논쟁, 호주제 폐지, 사형제 존폐 등의 핫이슈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논쟁으로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주제별 논쟁을 시대 순으로 배치해 쟁점은 무엇인지, 전개는 어떠했는지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기에 그렇다.
이런 배열은 각 논쟁들이 시대나 분야를 불문하고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민중불교운동을 적극적인 현실참여로 볼 것인가, 교리적 정당성 확보로 볼 것인가에 관한 80년대 민중불교논쟁은 ‘예수도 민중이다’라며 시작된 민중신학 논쟁과 별반 차이가 없다. 또 개신교의 토착화와 단군신화 해석에 둘러싼 쟁점도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불거진 민족주의 열기와 맞닿아있다.

책은 이처럼 그간 한국현대사를 달군 격렬 논쟁들을 통해 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논쟁을 일궈왔는지 보여주기에 당대를 산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논란을 가져온 문제들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불교계를 달군 논쟁으로는 보조국사 지눌과 성철 스님의 ‘돈오점수, 돈오돈수’ 논방, 조계종 법통과 관련된 정체성 문제, 민중불교 운동 등이 불교 논쟁의 흐름을 이끌었다. 특히 ‘돈점’ 논쟁은 ‘깨침의 본질’과 ‘닦음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여는 불교논쟁과 달리 생산적인 쟁점을 끄집어내 불교사상의 깊이와 폭을 넓혔다.

정화운동. 사진은 비구승들의 시가행진 모습
불교 논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책은 최근 ‘간화선이냐 위빠사나냐’를 두고 벌이는 수행법 논쟁, ‘대승이냐 소승이냐’의 한국불교 정체성 문제, ‘기복과 정법’의 기복불교 논쟁, ‘여자에겐 불성이 없다’는 성차별 문제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우선 수행법 논쟁의 경우, 한국불교의 중심 수행법인 간화선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문제의식이 논쟁의 출발이 된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한국의 선수행 기풍이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수행법 쟁점 핵심과 논쟁흐름을 상세히 소개한다.

무엇보다도 전통불교의 간화선이 위빠사나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한다. 그 이유로 바쁜 현대인들이 짧은 시간 안에 깨달을 수 있다는 위빠사나 서적과 강좌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현실을 꼽았다. 위빠사나 수행법 확산에 따른 간화선 전통을 따르는 수행자들의 ‘속앓이’도 가감 없이 언급한다. 현재 조계종단이 다른 불교 수행법들을 용인 내지 묵인할 수 있다는 너그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속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간화선 수행지침서 발간, 선원장 초청 법회 등을 예로 들며, ‘안간힘을 쓴다’는 표현을 쓰는 데에서도 이를 확인할 있다.

또 기복불교 논쟁은 불교의 정체성과 맞물린 문제로 접근, 불교계의 가장 첨예한 논쟁의 하나로 평가한다. 지은이는, 정법을 제일의 가치로 하는 불교계에서 기복은 여전히 불교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토대로서 기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신 조건을 단다. ‘불교는 미신에 가깝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없앨 것은 없애고, 씻어내야 할 것은 씻어내고, 벗겨야 할 것은 벗겨내어 참다운 불교 본연의 모습을 되살려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세계일보에서 오랫동안 종교 전문기자로 지낸 지은이는 “일관된 시각에서 현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집대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들 논쟁은 곧 ‘우리 역사와 당대 지식인의 고민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환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새겨봐야 할 담론”이라고 말한다.

‘말ㆍ말 말-대한민국史를 바꾼 핵심논쟁50’
권오문 지음
삼진기획 / 1만5천원
김철우 | in-gan@buddhapia.com |
2004-11-10 오후 3: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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