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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으뜸의 삶으로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고 사는 그들에게 테러리즘이야 말로 가장 두려운 위협이기 때문에, 이라크 전쟁도 일종의 적극적인 테러와의 전쟁으로 받아들였으며, 무엇보다도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의 상품화를 비롯한 도덕적 혼돈, 그리고 가족의 붕괴 등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들이 약간은 진보적인 케리 후보에게서 약간의 불안을 감지하고 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 주요이유라는 것이다.
부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의 소신에 대해 항상 ‘나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함으로써 동지에게나 적에게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정치가들이 여러 이익집단들의 상충된 이해관계 때문에 눈치를 살피는 성향에 반해서, 분명하게 ‘아니다’를 말하는 것이 사실에서 신뢰를 얻었다고 평가할 수 도 있을 법하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황우석 교수가 연구하는 배아복제연구에 대해 부시는 이에 대한 금지를 분명히 했고, 동성결혼이나 낙태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를 표명함으로써 가족제도를 수호하고 가정을 중요시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의 이슈는 이러한 ‘도덕적 가치’가 상당히 부각되었고, 그러한 가치를 지지하는 약 80%가 부시의 지지자였다고 한다.
도덕적 가치와 안보 그리고 가족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어느 사회이건 보편적으로 가치있는 것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도덕적 가치 속에는 미국중심, 기독교중심, 백인중심의 가치가 내재해 있으며, 그러한 자국중심의 이분법적 가치관들이 문화를 달리하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인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도덕적 가치’에 대해서는 기대하지만, 선과 악을 둘로 나누는 흑백논리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를 갈구하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고, 정복의 대상으로 일방주의로 몰고가는 것은 결코 미국인의 선량한 시민들이 추구하는 ‘도덕적 가치’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인들에게 있어서 테러를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는 것 보다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인에게 있어서 전쟁의 발발은 위협이 아닌 치명적인 재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보여준 승복하는 패자와 위로하는 승자의 모습에서 세계평화와 공존, 화합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점이다. 이러한 희망이 미소와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미국의 시민들이 추구하는 그 ‘도덕적 가치’와 어우러져 자국 우선의 미국이 아닌 진정한 세계 속의 미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