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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불교음악을 비롯해 우리 전통 음악과 인연을 맺은지 올해로 꼭 40년째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박 교수 제자들의 모임인 ‘범성회(凡聲會)’가 음악회를 마련했다. 11월 11일 오후 6시 반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리는 ‘박범훈 소리연(緣) 40주년 기념의 밤’이 그것이다. 국수호 정재만, 손진책 등 명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자신의 수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기 때문에 그들과의 인연을 기념하자는 뜻에서 제목을 ‘소리연’으로 정했다.
“우리 소리가 좋았어요. 그래서 음악을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니까 이렇게 시간 가는줄도 몰랐네요. 청탁한 작품들을 주로 만드느라 변변하게 개인 발표회 한번 제대로 못했는데 제자들이 뜻을 모아 마련해 준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김성녀 중앙대 교수(국악대학)의 사회로 진행될 이번 공연에서는 피리 3중주 ‘메나리’와 가야금 합주 ‘돈돌날이’, 해금 4중주 ‘잽이’, 얼후 협주곡 ‘향’, 사물놀이 협주곡 ‘신모듬’ 등 박 교수의 대표작이 연주된다. 특히 이날 공연의 마지막인 ‘신모듬’ 협주곡 연주때에는 한상일 동국대 교수, 김재영 중앙대 교수, 이용탁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자 등 그의 제자 3명이 릴레이로 지휘를 맡아 제자들의 스승 사람을 물씬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박 교수의 작품들을 초연했던 국악인 김성녀 교수가 ‘귀거래’ ‘배 띄워라’를, 김영임씨가 ‘한 오백년’과 ‘해주 아리랑’을 부른다. 이외에도 장사익씨는 그의 대표곡인 ‘찔레꽃’과 ‘티끌같은 세상, 이슬같은 세상’을 음성 공양하며, 김덕수씨도 출연해 사물놀이를 공연한다.
이번 공연을 기념해 그의 대표작들을 모은 전집 음반도 신나라 뮤직에서 출반될 예정인데, 그 수가 무려 CD로 40장에 이른다. 1차 출반분 20장은 공연 시기에 맞춰, 나머지 20장은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 낼 예정이다. 또한 자서전 <내가 만난 소리, 내가 만든 소리>(경향신문 출판부)도 곧 출간된다.
40여년전 오늘날의 그를 있게 만든 것은 우연히 만난 남사당패였다. 전국을 떠돌며 공연하던 남사당패가 마침 박교수의 고향인 양평에 들러 그의 집에 잠깐 기숙한 것을 계기로 '우 리소리'와 만났다. 이후 국악예고와 중앙대 음악과, 일본 도쿄 무사시노 음대에서 탄탄한 기초 실력을 쌓았다.
박 교수가 지금까지 작곡한 작품들도 불교음악, 무용곡, 관현악곡, 독주곡, 중주곡, 교성곡, 창극, 오페라 등 걸쳐 수 몇백 편에 이른다. 박 교수는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다작(多作)을 쏟아내는 작곡가다. 목정배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가 지어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라’ 는 뜻인 자신의 호 ‘범성(凡聲)’처럼 말이다. 그중 박 교수가 불교음악에 쏟은 열정은 대단했다.
1990년 불교 최초의 국악 교성곡인 ‘용성’을 비롯해 ‘부모은중송’ ‘진감’ ‘불향’ 등을 발표하며, 불교음악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 놓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의 불교 음악 사랑은 단순히 작곡에만 그친게 아니였다. <박범훈 찬불가, 1994> <한국불교음악연구, 2000> 등과 같은 저서와 ‘중국 불교음악의 한국 전래와 변천에 관한 연구’ ‘불교사상에서 본 판소리 심청가 연구’ ‘진감범패의 음악적 특징에 관한 연구’와 같은 수 편의 불교 음악 관련 논문을 발표하며 불교음악 이론을 체계화 하는 데도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