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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 예순의 나이에 도보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그것을 말하자면 콤포스텔라를 여행한 이야기를 말해야 한다. 본격적인 실크로드 대장정을 떠나기 석달 전에 파리에서부터 스페인의 데 콤포스텔라까지 3개월간 2325km를 도보여행 했다. 나는 걸으면서 내 존재이유를 찾으려 했었고, 두 가지를 결심하게 됐다. 하나는, 내가 살면서 누렸던 행운에 대한 감사와 환원의 의미로 여생을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것. 이것은 2000년 보호시설에 수감된 비행 청소년의 교화를 위한 쇠이유(seuil, 문턱이라는 뜻의 프랑스 어이자 ‘구두밑창’을 뜻하는 라틴어) 협회를 창설하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는, 계속해서 걷겠다는 결심이었다. 이것이 실크로드 대장정에 오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 실크로드를 여행지로 택한 이유는?
-실크로드는 동서양이 만나 서로를 풍성하게 해준 길이자, 진정한 세계화가 시작된 곳이다. 나는 선조들이 간 길을 되밟아가며 선조들이 만든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가며 내 자신을 성찰하고 싶었다.
△ 걷는 것이 자기성찰에 적합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모든 종교는 성지 순례지를 갖고 있으며 종교에 귀의한 사람들은 순례길에 오른다. 이것은 걷기가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니라 자기를 성찰할 기회를 주고 철학적 생각을 하도록 돕는 기능이 있다는 뜻이다. 자기를 성찰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여행할 것을 권한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지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동안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단순하지만 소박한 기쁨을 알게 된다. 또한 어려운 난관이 부딪힐 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단련하게 된다.
△ 걷기의 매력은?
걷기는 우리를 건강하게 해준다. 걷는 동안 우리 몸은 엔돌핀을 생산해낸다. 인간은 차를 타도록 만들어진 생물이 아니라 걷도록 만들어져 있는 생물이다. 따라서 걷는 동안 우리 몸은 모든 감각이 깨어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한 통합을 이루게 된다. 걷기의 또 다른 미덕은 타인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혼자 걷는 것만큼 친구를 귀기에 좋은 방식은 없다.
△ 대장정을 끝내고 나서 얻은 것이 있다면?
-친구들을 얻었다. 그리고 내가 남은 여생동안 무엇을 하고 살지 그 방향을 정하게 됐다.
처음에 여행을 시작할 때는 내 자신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에만 몰두했었다. 그러나 길을 걸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온 게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게 됐다. 힘든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런 작은 행운들 덕택이다. 여행을 끝내고 나자, 자연스럽게 타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걷기를 통해 자기자신을 성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 줄 말은?
-혼자 걷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울 자세를 갖는 것. 그러나 걷는 것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자신이 여행하는 중에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목표를 정해야 한다. 목표가 없으면 도보여행은 단순히 도피를 위해 떠나는 방랑여행이 될 뿐이다. 그리고 목적이 없기 때문에, 여행 중에 난관이 발생하면 견뎌내는 대신 피하려고 하게 된다. 이것은 자기 자신의 성장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 젊었을 때는 ‘물질적인 충족’을 위해 정신없이 일했다. 그러나 더 많은 돈이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적절히 조절하고 자신의 존재이유를 알게 될 때 더 큰 행복을 느낀다. 내게 물질적 풍요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다만 사회가 용인한 테두리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면서 살 수 있고 내 곁에 친구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한다.
올리비에 씨는 2000년 설립한 쇠이유 협회를 통해 감옥에 수감된 비행 청소년들이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는 걷는다>를 통해 들어온 인세를 모두 협회에 기부하고 있다는 그는 “현 사회는 앞만 보고 빨리빨리 달려가는 광기에 물들어 있다. 그러나 내게 지혜는 ‘느림’을 행함으로써 비로소 얻어졌다”고 말한다.
8일에는 오후 2시부터 파주출판도시 효형 출판사 앞에서 출발하는 ‘올리비에와 함께 걷기’행사에 참가한다. 이 행사에서 올리비에 씨는 파주 시민들과 함께 파주시 일대를 걷고 심학산을 두 시간 가량 등반한다.
청소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올리비에 씨는 9일 길거리로 내몰린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들꽃 피는 학교’에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