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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심장은 20대 '마음평화'가 건강법
'용서' 공동저자 빅터 챈 강연회 및 인터뷰
[ 달라이라마 영상 메시지]

달라이 라마.
“가장 큰 수행은 용서, 용서할 때 행복해져.”
달라이 라마의 저서 ‘용서 -오래된 미래 刊’가 세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지성이자 전 세계인에게 가장 존경받는 종교인 달라이 라마가 이번에는 ‘용서해야 행복해지며, 가장 큰 수행은 용서’라며 한국 불자와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11월 3일, ‘용서’의 공동저자이며 30여 년간 달라이 라마의 지근거리에서 함께해온 빅터 챈이 보성 대원사(주지 현장) 티벳 박물관에서 ‘독자와의 만남’시간을 가졌다.

빅터 챈의 한국방문은 ‘용서’를 번역한 류시화 시인의 초청에 따른 것. 홍콩출신 중국계 캐나다인인 빅터 챈은 현재 캐나다 콜럼비아 대학 동양학 연구소 교수로 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있다.
<용서>의 공동저자 빅터 챈.


빅터 챈은 달라이 라마와의 첫만남을 “엉뚱한 시간에 엉뚱한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다”며 독자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빅터 챈은 1972년 대학 졸업 후 떠난 세계 여행길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서양 여성 두 명과 함께 무장반군에 납치됐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됐고, 함께 탈출했던 미국 여성과 여행을 계속하게 됐다. 동행했던 그 여성이 달라이 라마에게 보내는 소개장을 가지고 있어 뜻밖에 북인도 달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친견하게 됐던 것이다.

“중국의 티벳 점령으로 수많은 티벳인이 죽고 사원이 파괴된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중국인을 보면 미워하거나 적대감을 표할지, 아니면 무시할지 두려웠죠. 그렇지만 히피 모습을 한 저를 보며 숨넘어가듯 웃으셨습니다. 그리고 중국인을 미워하지 않고 완전히 용서했으며 형제 자매와 같이 여긴다고 했습니다”

빅터 챈은 달라이 라마가 인도 망명 후 13년만에 만난 첫 중국인이었다. 그렇지만 달라이 라마에게 빅터 챈은 적대자가 아니라 꽁지머리에 검은 망토를 입은 우스꽝스런 가족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우정은 3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독자와의 만남’시간을 주선한 현장 스님.


달라이 라마에게 있어 ‘용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달라이 라마는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있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50년 넘게 몸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한 가족입니다. 그는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강연할 때 한사람 한사람 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마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집중했는데,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그대로 눈으로 느끼고 확인합니다”

강연하는 빅터 챈.
빅터 챈이 들려주는 또하나의 일화 속에 달라이 라마의 ‘동체대비’를 읽을 수 있다.
3년전, 빅터 챈이 달라이 라마와 함께 보드가야 순례길에 나섰다. 달라이 라마가 갑자기 차안에서 복통으로 힘들어했다. 급성이어서 생명까지 심각한 상황이었다. 몸을 일으키지도 눕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연히 차창 밖의 가난한 소아마비 소년을 보게 됐다. ‘나는 보호받고 있는데 저 소년은 그렇지 못하다’는 연민의 정과 소년을 위하는 마음에 자신의 고통을 잊었다. 숙소에서도 신체적 고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면서 길가의 소년을 떠올리며 명상을 했다. 남을 위한 생각에 자신의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병원 치료 후 달라이 라마의 건강은 호전됐다.

-요즈음 달라이 라마의 건강은 어떨까.

“달라이 라마의 갑작스런 복통을 치료하던 의료진은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65세 나이에 비해 심장이 20대 젊은이의 것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은 “꾸준한 운동을 해야 이런 심장을 유지한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달라이 라마는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다만 매일 새벽 3시 30분이면 일어나 대부분 명상으로 아침을 보낸다. 달라이 라마는 빅터 챈이 본 사람 가운데 유일하게 시차를 느끼지 않은 사람 이다.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바로 그곳 시차에 적응해서 새벽 3시3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어느날 빅터 챈이 건강비결을 묻자 “마음의 평화”라는 한마디였다. 빅터 챈이 가까이서 본 달라이 라마는 “즐겁거나 슬픈 감정이 오더라도 그대로 구름가듯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쯤해서 또하나의 의문이 든다. 달라이 라마는 신(神)일까.

이 물음에 빅터 챈은 단호하게 “아니다”고 답했다. 달라이 라마는 “모든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쓸 뿐이다”는 것이다.
“몇 년전 미국에서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가 ‘의심없이 알고있는 확실한 하나가 있다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때 달라이 라마는 ‘이타주의야말로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가장 좋은일이다’고 답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이러한 사상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에 가장 인간적인 사람입니다”

류시화 시인도 덧붙이기를 “달라이 라마는 특이한 피부병이 있다. 하루는 몸을 긁으면서 ‘신이라면 이 병을 낳게 하고싶다’고 말해 인간임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내 몸을 경계선으로 나를 생각하면 인간이지만 내영역을 넓혀 타인과 세상의 모든 존재로 넓힌다면 그것이 신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어느 독자가 “중국의 티벳 점령을 보면서 광주 5.18을 생각했다”며 티벳의 인권, 민주 신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몇몇 나라를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지만 무력은 결코 무력으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달라이 라마의 확고한 의지입니다. 그렇다고 말로만 비폭력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반세기 넘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나라를 빼앗겼다고 테러를 행하지 않고 복수하지 않는 것이 일례입니다. 중국을 용서하고 가족으로 생각할 뿐입니다. 비폭력은 달라이 라마가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우리가 지지해 줄 때 힘을 받는 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빅터 챈은 한국방문에 앞서 ‘달라이 라마가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특별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왔다.
9분 분량의 영상메시지에서 달라이 라마는 "한반도는 불행하게도 남북으로 분단돼 있고, 남한 내에서도 종교, 사상의 견해차로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용서의 실천이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비결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서로 의존하고 함께 살아야 할 한 가족이며 용서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인간적인 길, 가장 평화로운 해결책에 이르는 열쇠”라고 말했다.

대원사에서 열린 ‘빅터 챈과의 만남’ 끝머리에서 ‘용서’를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류시화 시인은 “달라이 라마는 가장 많이 웃는 이다”며 “그 웃음은 용서에서 나오는 당당한 힘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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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영상 메시지 전문>

달라이 라마가 한국인에게 보내는 특별 메시지

먼저 한국에 있는 영적인 벗들에게 인사를 전합니다. 내 오랜 친구 빅터 챈과 함께 작업한 책이 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친애하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작은 선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책의 제목은 <용서>입니다.

나는 이 제목이 이 시대에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전체는 한 가족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함께 살아야만 합니다. 무엇보다 모든 인간은 지구라는 같은 행성에 속해 있습니다. 또한 모든 나라들과 모든 공동체의 미래는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세상 전체가 너무도 깊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 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세상 어디에나 서로 다른 견해, 서로 다른 사상, 각자 다른 삶의 기준들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용서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인간적인 길, 가장 평화로운 해결책에 이르는 열쇠입니다. 용서할 때 우리는 하나가 되며, 서로의 차이들은 저절로 해결됩니다. 충돌과 싸움과 폭력은 사라집니다. 설령 어떤 갈등이 있다 할지라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모두가 한 가족이기 때문에 그러한 갈등과 차이점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 한 편이 이기고 어느 한 편이 져야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양쪽 모두 한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해를 지니고 있으면 서로에게 다소 심각한 견해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정신으로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지구적인 차원에서 세상 전체를 바라보아도 우리는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폭력은 결코 인간적인 방식이 아니며, 실질적인 차원에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든 대화를 통해,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통해 그것을 해결하는 길을 발견해야만 합니다.

불행하고도 슬픈 일이지만 한반도는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또한 남한 내에서도 당연히 인간 사회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믿음, 서로 다른 사상과 관점들이 날마다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용서의 실천은 대단히 중요하며, 그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나는 존재계가 상호 의존하고 있는 측면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상호 의존은 불교의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입니다. 이것은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통찰력입니다. 오늘날 전 지구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깊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환경적으로도 모든 것들이 서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몸과 같습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은 전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모두 협력하여 몸을 움직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서로 의존하고 협력하여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의 몸에서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더 나아가 태양과 행성들을 포함한 우주 전체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떤 것도 외떨어져 있거나 제외되지 않습니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모든 존재가 상호 의존하고 있다는 지혜는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불교 사상이자 현실적인 진리입니다. 이 진리는 정치, 경제, 환경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불필요한 문제와 다툼들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물의 어느 한 단면만을 바라보는 편협한 시각은 종종 불필요한 문제들을 만들어, 우리의 정신적 성장을 방해합니다. 새로운 책 <용서>가 많은 사람들이 용서의 정신과 상호 의존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나의 바람입니다.

-2004년 10월 29일 인도 델리에서
이준엽 기자 | maha@buddhapia.com
2004-11-04 오전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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