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 제 4부(이홍훈 부장)는 일본에서 도난당한 고려불화 '아미타삼존상'이 대구지역 암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난 10월 30일경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의 요구대로 고려불화가 일본으로 반환될 것인지의 귀추가 주목된다.
검찰청은 지난 10월 12일 일본 경찰청의 수사 공조요청에 따라 일본사찰에 들어가 국가지정 중요문화재 47점(감정가 합계 31억 원 상당)을 훔친 김 모씨와 황 모씨 등 2명을 검거해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이 훔친 아미타삼존상(阿彌陀三尊像, 감정가 1억엔), 성덕태자회전(聖德太子繪傳, 감정가 6천 만엔) 등은 고려시대에 제작된 국보급 문화재들이다. 김 씨는 검거 당시 "우리나라의 귀중한 고려불화들이 일본의 사찰에 소장돼 있다는 어느 대학교수의 책을 읽고 일본이 약탈해간 우리의 문화재를 찾아오기로 결심하게 됐다"고 범행 동기를 말했다.
그러나 검찰 측은 "학림사에서 훔친 고려불화를 국내로 가지고 들어와 중간상인에게 1억 1천만 원에 판매한 것은 애국적 동기가 아니라 재산 축적을 위한 범행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소재지가 파악된 '아미타삼존상'은 김 씨가 일본에서 훔쳐온 직후 중개상에게 넘겨졌으며, 여러 단계를 거쳐 한 조선족을 통해 개인 사업가에게 4억 원에 팔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사업가는 또 사업 파트너에게 투자조건으로 불화를 증여했다. 불교신자인 사업 파트너는 대구의 모 암자에 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려불화를 구입한 개인 사업가가 조선족으로부터 '북한의 고려불화인데, 중국을 통해 들여왔다'는 말을 듣고 감정을 거쳐 4억 원에 구매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선의 취득'이 인정 된다"고 밝혔다. 민법상 장물이더라도 현 점유자가 정상물품으로 알고 합당한 가격에 구입한 경우 '선의취득'이 인정돼 일본에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절도범에 대한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건의 증거물 확보 차원에서 불화를 회수해야 한다.
현재 고려불화를 소장하고 있는 암자는 "시주 받은 것은 사실이나 잃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암자가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할까봐 '불화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나 지금까지의 조사에 따르면 선의취득이 인정되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다"며 "조만간 사찰을 방문하여 스님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