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최후 123년>(박종일 지음, 화남, 9천5백원)
538년부터 660년까지 123년 동안 백제의 수도이자 마지막 도읍지였던 충남 부여. <백제 최후 123년>은 부여에 대한 문학 지리서이자 백제의 숨결을 더듬어 가는 역사 기행문이다.
부여가 고향인 지은이는 “적막 속으로 사라진 백제에 대한 것들을 기어이 찾아내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백제의 아름다움을 강, 돌, 소박(素朴), 웃음, 한(恨), 곡선, 삼라만상, 해학 등 10가지로 찾아내 스러진 역사 속에서 길어 올린다.
금강에 대한 단상을 ‘슬픔, 슬픔으로 흐르는 얼굴이여’라는 부제로 풀어낸 글에서 지은이는 문화강국 백제의 패망 역사를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이를 위해 <일본서기>를 참고하는 것은 물론 ‘산유화가(품앗이할 때 부르는 노동요)’, 신경림의 시 ‘갈대’ 등을 자유롭게 인용한다.
‘웃음’에 대해 쓴 ‘천년의 미소를 돌아본다’라는 글에서는 금동반가사유상의 백제 제작설과 백제시대 미륵사상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반가사유상의 미소에서 어지러운 시대를 살았던 백제인들의 염원을 읽어낸다. “세상이 어지러워서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사람들은 메시아를 기다린다”고 말하는 저자는 “나라를 잃은 백제인의 그 마음을 금동반가사유상이 미소로 달래주었을까?”라고 묻는다. 그 밖에도 정림사지 5층 석탑에서는 백제의 ‘소박’한 미를, 주조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백제금동대향로에서는 백제의 문학, 역사, 음악, 미술, 민속 등을 포함한 ‘삼라만상’을 발견한다. 각 주제와 관련된 문헌과 문화재, 역사적 장소, 인물 등도 풍부하게 소개된다.
지은이는 이토록 눈부신 백제의 문화와 역사가 고구려와 신라에 묻혀 후세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아쉽고 그립겠지만 백제에 대한 연민을 나는 이제 그만 버리고 싶다. 그래야만 새로운 세상이 보일 것만 같다”는 저자의 고백에서 오히려 백제에 대한 버릴 수 없는 애정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