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된다면 더 나은 학교로 전근”-41%
조계종 종립학교에 복무중인 교직원의 상당수는 공립학교로의 이직이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전근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위원장 원택)가 지난 9월 한 달간 조계종 산하 22개 종립학교 교사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교직원들은 만약 공립학교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근 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25%와 그렇지 않다 59%로 엇갈렸다. 단편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라는 답변의 비율이 높아 보이지만 일부 무응답자ㆍ기타 응답자를 포함하면 암묵적으로 전근의사를 표시한 비율은 41%로 높아져 현실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종립학교 교직원으로서 재적사찰을 갖고 개인적 신행활동을 하는 그룹의 교직원들이 현재의 교직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실제로 설문 대상자의 가운데 현재 자신의 교직활동에 만족한다고 답변한 경우는 70%로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교직에 대한 자부심(51%), 불자로서 종립학교에 근무하는 만족감(22%) 등을 꼽았다.
반면 교직원들은 열악한 학교시설(36%)과 급여, 진급, 복지(32%)에 대한 불만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종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사립학교에 비해 재단의 재정적 기여(시설투자)가 부족한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종립학교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답변 결과로만 본다면 학교현장에서 종립학교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밝히고 “교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선발과정에서 신행활동의 열의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종립학교의 소속종단인 조계종이나 이를 관리, 지도하는 종헌기구인 종립학교관리위원회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낮게 나타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원들이 조계종의 소의경전과 종풍 등을 인지한다는 대답은 20% 미만으로, 대부분 종단 명칭과 대표적 사찰만 인지(78%)하고 있었다.
종단의 종립학교에 대한 역할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할 부분으로는 재정적 기여(51%)를 답한 응답자가 제일 많았다. 다음은 종립학교 관리자의 자질 향상(16%), 종립학교 확대(10%) 등을 꼽았다. 종립학교 재단의 낮은 재정자립도와 그에 따른 미미한 투자가 학교발전의 가장 큰 장애로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대신에 건학이념을 강요(4%)하거나 재단의 지나친 간섭(9%)하는 등에 대한 불만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타종교 재단 학교들의 전횡은 불교계 종립학교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종관위 위원장 원택 스님은 “종립학교들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들을 체계적인 분석한 첫 시도”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종단의 여론을 수렴과정을 거쳐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는 조계종 22개 종립학교에 재직중인 교직원들의 의식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된 것으로 남자 480명 여자 218명 등 7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교직 경력은 만 5년 차부터 25년차까지 다양했다. 연령별로는 주로 30~40대(70%) 교직원들의 답변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