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불교재가연대를 비롯한 11개 불교시민단체들이 ‘부산 선암사 사태의 바른 해결을 위한 불교단체연석회의’(약칭 선암사 대책회의)를 결성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선암사 대책회의는 11월 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선암사 사건은 사찰의 재산을 사사로이 유용한 공금횡령 사건”이라고 전제하며 “모든 분란이 조속히 종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암사 대책회의는 △횡령된 금액은 철저히 환수하는 교단적 작풍을 만들어야 하고 △선암사 사건의 실질적 주도자 법주 중원 스님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권무죄(有權無罪)’ 근절을 위해 종회의원 불징계 특권을 폐지하고 △교단의 자주권 확보를 위한 합리적 균형적 대처를 촉구했다.
선암사 대책회의는 10월 29일 결성됐으며, 앞으로도 11월 3일 조계종 중앙종회가 개원하는 것에 맞춰 ‘종회의원에게 드리는 글’을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부산 선암사 토지보상금 횡령사건에 대한 불교단체의 입장
부산 선암사 경내지 수용금의 사용권을 둘러싸고, 교단 내부의 갈등이 법정분쟁으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먼저 이 사태를 바라보는 우리 불교단체의 기본시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선암사 사건은 사찰의 재산을 사사로이 유용한 공금횡령 사건이다.
선암사의 재산은 사찰의 주지나, 법주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개인 재산이 아니라, 1천년 이상 선암사를 가꾸어 온 사부대중공동체의 재산이다. 종단의 관리체계가 미흡하여 불신이 있다 하여도, 행정적으로 총무원에 재산의 처분과 승인, 사용권한을 부여한 것도 역시 사찰재산이 갖고 있는 공공성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도 선암사측은 자신들의 부정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법정에서 “본래 총무원이 선암사 사찰의 재산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이처럼 삼보정재의 공개념을 철저히 무시하고 1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사사로이 사용한 것은 명백한 공금횡령 사건에 다름 아닌 것이다. 또한 선암사측이 보상금을 포교나 교육, 수행, 복지 등 사찰본연의 기능에 사용하지 않고 재산증식을 염두에 두어 상가를 매입하고, 지역주민과 수년째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장례식장 건립 공사비로 지출한 사실 역시 공금횡령의 성격을 더해준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에 우리 불교단체들은 선암사 주지 정야스님과 법주 중원스님이 지금이라도 대중 앞에 공개참회하여, 모든 분란이 조속히 종결되기를 희망하면서, 아울러 이번 사태에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첫째, 횡령된 금액은 철저히 환수하는 교단적 작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선암사 사태는 종단내 공직에 종사하는 기간동안 돈을 착복하고서도, 떠나면 그만이라는 종단내 그릇된 악폐, 이를 별 문제의식 없이 용인하는 교단내 전근대적 문화의 산물이다. 지금까지 국고보조금 편취사건과 같이 적지 않은 공금횡령 사건이 있었지만, 교단이 당사자에게 돈을 추징, 회수하기 위해 노력을 벌인 적이 없다. 이러한 문화적, 제도적 헛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선암사 사건은 필연적으로 다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삼보정재를 사사로이 유용, 횡령한 사건에 대하여 종단은 일차로 내부 제도에 의거하여 추징, 구상권을 행사하고, 이러한 내적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시에는 사회법에 의거하여서라도 개인재산을 추적하여 환수하는 선례를 만들어야한다. 삼보정재 횡령은 반드시 환수한다는 전기를 차제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선암사 사건의 실질적 주도자 법주 중원스님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징계를 받은 정야스님은 현재 중앙종회의원 중원스님의 상좌이며, 중원스님은 선암사 자체 사규를 만들어 ‘법주(法主)’라는 직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사찰의 인사권, 재정권을 틀어쥐고 권한을 행사해왔다. 오죽하면 토지보상금을 수령하자마자 제자인 주지가 함부로 재산처분을 못하게 변호사 입회하에 ‘재산처분약정서’를 만들어 자신의 허락 없이는 재산처분을 못하게 만들었겠는가? 자신의 제자를 앞세워 물의를 일으킨 선암사 문제의 실질적인 당사자 중원스님을 중징계해야 할 것이다.
셋째, ‘유권무죄(有權無罪)’ 근절을 위해 종회의원 불징계 특권을 폐지하여야 한다.
문제를 야기한 중원스님의 경우 현재 중앙종회의원으로, 종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없이는 징계를 할 수 없도록 초유의 면책특권이 주어져 있기에 유권무죄가 될 개연성이 높다. 수년전 범어사 국고보조금 횡령사건으로 실형을 받았던 범어사 한 스님의 경우에도 실형 2년6월을 복역하였음에도 중앙종회의원의 직위를 유지하면서, 종단내 징계를 받지 않았다. 이러한 유권무죄의 악습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중앙종회는 관련 종헌종법의 개정을 즉각 추진하여야 하며, 개정 전이라도 중원스님에 대한 징계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자구노력을 중앙종회가 먼저 하지 않는다면, 유권무죄의 근원지로 중앙종회를 지목하고 문제삼지 않을 수 없음을 밝혀둔다.
넷째, 교단의 자주권 확보를 위한 합리적, 균형적인 대처를 촉구한다.
종교단체의 자율성은 종교단체 내부의 자정 노력과, 사회적 상식에 준하는 운영 시스템 구축 등 내적 노력이 우선되고, 이와 더불어 외적으로는 각급 국가기관이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정교분리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데서 신장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사법부의 가처분 판결은 종단 내부의 적법한 자정절차 자체를 인정치 아니하고, 사찰재산의 소유권에 대한 공공적 개념을 인정치 않은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 사법부는 본안소송에서 이러한 결함에 대하여 분명하게 해명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법부로만 문제의 원인을 돌리기에는 툭하면 소송으로 날밤을 샌다 할 정도로 만연해 있는 소송폐단에 대해 뾰족한 개선책을 못내놓고 있는 교단내부의 문제도 적지않다. 지금부터라도 문제를 밖으로만 돌리기 전에 스스로의 문제를 겸허히 돌아보고, 투명한 사찰재정관리를 위한 제도개선에 힘 쏟아야 할 것이다. 또한 차제에 종단 사법권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기울여 횡령, 면책특권, 소송의 각종 악폐를 극복할 근본적 대안마련에 적극 나서기를 희망한다.
2004년 11월 2일
부산 선암사 사태의 바른 해결을 위한 불교단체 연석회의(약칭, 선암사 대책회의)
대한불교조계종중앙신도회 불교여성개발원 불교환경연대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연합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사찰생태연구소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 우리는선우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보리방송모니터회 참여불교재가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