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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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학생 갑사에서 템플스테이로 수업
종교간 이해의 폭 넓히는 계기

불무도와 선기공을 배우는 한신대 학생들.
올 2학기부터 시작된 신설 강좌 ‘불교의 이해’를 수강중인 한신대 대학생 25명이 공주 갑사(주지 장곡)에서 1박 2일간의 템플스테이를 실시했다. 현재 교양과목인 이 강좌의 수강생은 110명가량.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진행된 이번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학생 가운데는 신학과 종교문화학 전공자도 5~6명이나 포함됐다.

10월 29~30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 갑사의 템플스테이는 빡빡한 일정 속에 진행됐다. 종단 지정 전국 12개 템플스테이 기관 가운데서도 가장 내용이 알차기로 이름나있다. 갑사의 템플스테이는 장곡 스님이 1999년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001년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충청대 태권도학과 연수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았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갑사는 사찰체험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명소’로 인식되고 있다.

첫날 저녁 예불시작을 알리는 사물(四物)이 울리고 30평 남짓한 법당 안에는 황색수련복을 입은 학생들이 차례로 들어섰다. 일부 참가 학생들에게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예불이 문제였다. 막상 불상 앞에서 절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법당 밖에서 다른이들의 예불모습을 지켜봤다.
발우공양을 하며 먹거리의 소중함도 배웠다.


주지 장곡 스님은 “종교를 더나 불교가 가진 장점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 모든 과정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선지 대부분의 참가자들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잘 따르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음날 3시 새벽예불을 마친 학생들은 용담 스님의 지도로 참선에 들어갔다. 반가부좌를 틀고 좌복위에 앉은 모습이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그러나 채 20여분도 지나지 않아 학생들은 조금씩 뒤척이기 시작했다. 좌식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딱 딱 딱’ 죽비소리 3번에 일제히 “하~ 후~”하는 한숨을 내쉬며 가부좌를 풀었다. 발우 공양은 흑임자죽으로 대신했다. 전날 발우공양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어시바루, 찬바루, 청수바루, 국바루를 가지런히 펼쳐 놓고 새벽 5시 때 이른 아침을 받았다.

숲길 걷기, 울력을 마치고 오전 8시, 갑사만의 독특한 체험과정인 ‘불무도’ 특강이 시작됐다. 갑사 총무과장 사희수 전수자가 직접지도 하는 ‘불무도’와 ‘선기공’은 대웅전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불교무술 고유의 여러 가지 동작과 호흡법을 배우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지 스님과 함께하는 다담시간은 학생들의 종교에 대한 거침없는 토론장으로 변모했다. 자신의 기독교적 신앙이 구원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처럼 불교도 해탈이라는 인간의 이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많았다. 유범식(신학과 1) 학생은 “기독교나 불교나 근본이 마음을 통해 자신과 진리를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별로 다른 것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가지 잘 몰랐던 불교의 형식과 철학적 깊이를 새롭게 발견한 것은 큰 소득”이라고 밝혔다.

할아버지가 한신대의 전신 ‘조선신학교’를 나와 3대가 한신대 동문이라는 강승구(신학과 3) 학생은 “내가가진 종교 밖에서도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 구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만 갈구하던 나 자신이 이곳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며 이틀간의 사찰체험에 대한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의 종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광고 강의석 군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학교 측의 비상식적 대응을 성토해, 사회와 교단의 모순에 대한 젊은 학생들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찰체험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구약에 나오는 예지자의 이름을 가진 오바댜(종교문화학 2) 학생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불교의 참선이나 호흡법 같은 실천적인 수행의 전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음기회에 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종교간 벽을 허물기 위한 서로 다른 종교 성직자들의 노력이 낯설지 않은 요즘도 기독교대학에서 불교관련 강좌가 개설된 것은 흔치않은 일이다. 더구나 강좌제목에 ‘불교’라는 단어가 들어간 과목은 국내 처음이다. 강의를 담당하는 이효원(정신문화연구원 박사과정 수료) 강사는 “한신대가 자유주의 신학, 실천 신학을 주창하는 진보적 성향의 대학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대학당국 전향적인 결정에 감사했다. 또 “학생들은 이번 템플스테이를 통해 종교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행사의 성과에 만족해 했다. 조용수 기자
조용수 기자 | pressphoto@hanmail.net
2004-11-02 오후 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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