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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취 교수, 엑카르트와 대행스님 사상 비교
롤란드 피취 뮌헨대교수가 본 종교의 진리
롤란드 피취 교수.
“종교간 형식은 다르지만, 절대적인 진리를 내면적인 방식으로 추구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10월 30일 동국대 일본학 연구소가 주최한 제36회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가해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대행 스님의 사상 비교를 통해 종교간 진리가 다르지 않음을 밝힌 롤란드 피취 뮌헨대 교수(비교종교학). 독일 신비주의와 불교는 물론 이슬람교 수피즘, 베단타 인도철학에 정통한 비교종교학자 피취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종교들은 각각 그 최고 정점에서 서로 만나며, 그 지점이 절대적 원리이자 공생의 근거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폈다.

이 같은 주장을 피취 교수는 신비주의자 엑카르트와 대행 스님(한마음선원 원장)의 사상을 비교함으로써 입증하고자 했다. 그는 엑카르트의 ‘합일성(Einheit)의 회복’ ‘영혼의 근저(Grund)’ ‘신의 탄생’이라는 개념은 각각 대행 스님의 ‘근본자리로 돌아감’ ‘주인공(主人空) 한마음’ ‘참 나의 발현’과 유사하며, 그에 도달하기 위한 수행 과정으로 엑카르트가 제시한 ‘놓음(loslassen)’ '초탈(Abgeschiedenheit)' 등 또한 대행 스님의 ‘관법(觀法)’과 다르지 않음을 밝혔다.

이어 피취 교수는 엑카르트와 대행스님의 단순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유사성 근저에는 “형식을 넘어 이면에 놓인 보편적 진리와 내적 통일성”이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그는 “신비주의는 ‘기독교의 정수(精髓)’로서, 신비주의와 대승불교적 진리의 동일성은 기독교와 대승불교의 진리가 다르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다”고 강조하며 “다만 기독교는 성부·성자·성신의 ‘형식’에 얽매여 그 같은 형식이 전혀 없는 불교와 단적 비교가 어려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교를 통해 밝혀진 동질성 및 차이에 대한 이해는 상이한 종교·문화간 대화를 가능케 하는 근거가 된다고 피취 교수는 의의를 부여했다.

다음은 롤란드 피취 교수와의 일문일답.

▷ 중세의 신비주의란 무엇인가
신비주의(Mysticism)는 ‘눈이나 입을 닫는다’는 뜻의 그리스어 myein에서 유래하는 말로 ‘눈을 감고 안으로 찾아들어간다’는 의미다. 신비주의자를 현실을 피해가는 이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은 소수다. 신비주의는 절대적 진리에 대한 추구며,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지칭하는 용어라 볼 수 있다. 신비주의자는 대단한 용기를 가진 자들이다. 신비주의가 이단으로 간주된 적도 있지만 오늘날 신비주의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 중세 신비주의자들은 불교의 영향을 받았는가
중아시아 실크로드를 통해 신비주의자들이 불교를 접하고, 사상적 영향을 받았던 것은 확실하다. 다만 엑카르트의 경우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는 확증은 없다.

▷ 기독교와 불교의 교리는 상당히 다른데, 궁극적인 가르침은 동일한가
기독교는 인간을 창조했다고 하고, 불교는 인간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불교가 기독교에 비해 훨씬 인본주의적이며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형식적인 차이일 뿐이다. 양자의 궁극적인 가르침은 공생이며, 그것이 영원한 진리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 종교의 궁극적 지향점이 같다면 종교분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모든 종교는 분명 공생을 추구한다. 다만 일부종교 지도자들이 종교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고, 자신의 권리를 남용하고 있는 것이다.

▷ 불자인가
종교의 통일성, 동일한 지향점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나는 불자라고 말할 수 있다.

▷ 그렇다면 기독교 신자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웃으며) 그렇다

▷ 대행 스님을 접하게 된 계기는
1999년 대행 스님이 독일에서 법회를 열었던 무렵 <해탈의 문>이라는 책이 발간됐다. 원효·지눌 스님의 책은 이미 접해, 한국불교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대행 스님의 가르침을 보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이 같은 살아있는 설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왔다. 이때부터 대행 스님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 독일에서 한국불교는
한마음 선원 독일 지원만 보더라도 독일인 불자가 더 많을 정도로 한국불교는 독일 사회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불교적 가르침은 예로부터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던 독일인의 정신세계와 통하는 것 같다. 피히테가 자아(Ich)를 말했고, 니체는 기독교보다 불교가 현실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좀 더 일찍 원효 스님 등의 불교사상을 접했다면, 독일인의 정신세계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 한국불교를 널리 알리려면
한국불교의 스승들은 한국인이기 이전에 보편적 진리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마음을 열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연구 계획은
오늘 발표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를 심화할 계획이다. ‘용수보살과 엑카르트 비교연구’ ‘이슬람의 신비주의’ ‘대행 스님 연구’ 등을 주요 연구과제로 설정해놓고 있다.
특히 다음 학기에는 용수보살, 엑카르트, 대행 스님과 이슬람의 신비주의자 아라비를 비교하는 강의를 개설할 것이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한국어로 불교학을 공부할 욕심도 있다.


◇마이스터 엑카르트(Meister Eckhart·1260~1327)는

중세 신비주의 사상가. 중부 독일에서 태어나 도미니크회(會)에 들어가 쾰른·파리 등에서 공부했고, 1307년에는 보헤미아지방 부주교 등을 지냈다. 같은 도미니크회의 선구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를 계승하는 스콜라학자였으며, 설교자로 큰 영향을 끼쳤으며 ‘부정의 길(via negativa)’을 통한 ‘부정신학(theologia negativa)’을 계승하고 있다. 말년에 이단으로 몰렸으나, 그의 사상은 독일 관념론과 신비주의 전통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선을 세계에 알린 스즈끼 다이세츠도 그의 사상을 높이 평가했으며, 유럽에 불교가 확산되던 1920년대에 엑카르트의 사상이 불교 이해에 큰 도움을 줬다. 국내에서는 서강대 길희성 교수가 저작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사상> 등을 통해 불교와의 접점을 모색한 바 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10-31 오전 1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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