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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인도네시아, 몽골, 폴란드, 독일, 프랑스 등 주한 외국대사관의 외교관과 CEO 16명은 10월 28일부터 29일까지 직지사에서 특별한 하루를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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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시장 김관용)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의 후원으로 구미4공단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직지사 템플스테이를 마련한 것이다. 이는 구미시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갖는 행사다.
“비즈니스라는 말을 쓰지 않고 최고의 기억을 심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의 비즈니스입니다. 직지사 템플스테이가 바로 그렇습니다. 거의 비슷한 인센티브를 걸고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지방자치단체 중 구미시는 직지사 템플스테이를 통해 절대 잊을 수 없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성공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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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구미시가 개최한 투자설명회의 성공을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변정환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28일 구미 센츄리호텔에서 구미4공단 투자설명회를 듣고 구미공단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구미4공단 투자현장을 둘러본 참가자들은 오후 5시경 직지사 일주문에 들어섰다.
“beutiful!” “Great!”
산사체험에 대한 설레임으로 상기된 참가자들은 연신 심호흡을 통해 가을 산사를 빨아들이며 주위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다.
드디어 방사가 배정되고 수련복이 주어졌다.
“다닐 때는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아야 합니다. 법당을 들어갈 때는 중앙을 피해 들어가세요.”
간단한 사찰예절 안내와 함께 산사체험이 시작됐다.
입제식에 이은 발우공양시간. 처음 보는 발우도 신기하고 예법도 특이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발우공양의 절정은 그릇 씻은 물을 마셔야한다는 것.
“김치 한 조각으로 그릇을 깨끗이 닦습니다.”
정관 스님의 안내에 따라 그릇을 깨끗이 닦았다.
“이제 이 물을 마시세요.”
서로 둘러보며 웅성거린다. “이 물을 마시라니…”
스님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모두 눈을 꼭 감고 물을 죽 들이켰다.
순간 유일한 꼬마 참가자 스테판(steffanㆍ7)이 벌떡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한마디 한다. “잘했어요(that's good)”
스테판의 칭찬에 설법전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이렇게 한국불교문화가 하나씩 하나씩 모습이 다양한 외국인들에게 전해졌다.
저녁 7시 30분, 만덕전에서 다도시간이 이어졌다. 직지사 다도회 회원 18명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가을 단풍으로 다상을 한껏 장식했다. 사방으로는 오미자, 식혜, 구절차, 연꽃차가 정 중앙에는 녹차가 준비됐다. 먼저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헌다의식이 진행되고 직지사 다도회 회원들은 큰 절로 이방인들을 환영했다.
갓을 쓴 꼬마 선비(동준,9)가 스승을 찾아가 차를 다려올리며 가르침을 청하는 스승맞이 차례 시연에는 모든 참가자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특히 스테판은 꼼짝도 않고 아빠의 무릎에 기대어 뚫어져라 쳐다본다. 또래 아이가 절을 올리고 차를 올리는 모습에 감동한 빛이 역력하다.
한국 불교와문화, 다시과 다구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다담시간이 끝나고 연꽃으로 장식된 컵초가 하나씩 주어졌다. 만덕전을 시작으로 대웅전을 지나 천불전 박물관 앞의 삼층석탑을 돌아 설법전으로 돌아오는 탑돌이가 이어졌다. 산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은 설법전 앞에서 자신의 서원을 발표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어머니 아버지 가족을 위해 또 인도네시아가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sutopo, 인도네시아)
“빨리 결혼하고 싶어요”(Jed Dayang, 핀리핀)
나라와 모습은 다르지만 가족과 나라를 생각하는 서원은 같았다.
29일 새벽3시, 스님과 함께한 새벽예불, 처음 듣는 법고와 범종소리가 산사를 울리고 참가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무엇인가' 알기 이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내가 누구냐(who am I?)’는 것입니다.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이것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 화두입니다.”
직지사 천불선원장 정묵 스님의 법문에 참가자들은 진지하게 귀기울였다.
대나무비로 도량마당을 쓸어보기도 한국 불교와 문화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만덕전에서 펼쳐진 탁본체험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사업차 자주 한국에 왔지만 절에 온 건 처음이라는 프랑스 사업가인 나탈리(Elkhiati Nathalieㆍ49)는 “평화롭고, 자연경치가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독일에서 핸드폰에 사용되는 세라믹 핀을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는 스테판 아버지 아민 알버(Armin Alberㆍ39)는 관련업체인 삼성에 관심이 많다. 발우 공양 때 ‘깨끗한 물을 받았으니 깨끗한 물을 돌려줘야 한다’는 정관 스님의 말에 감명 받았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산업무역통상부에 근무하는 스토포(sutopoㆍ47)는 한국과 인도네시아간의 교역과 산업투자 관련 임무를 띠고 한국에 왔다. 무슬림이라는 그는 항상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곤 했는데, 참선 시간 스님이 같은 물음을 던져 남다른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런 한국의 문화를 체험한 기업가들이라면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느냐”며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