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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위기의식과 초발심이 필요한 때”
‘한국을 버려라’
◆【전문가서평】“지금, 위기의식과 초발심이 필요한 때”

‘한국을 버려라’
이성용 지음 / 청림출판 / 1만원

근래 우리 주변에는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거나 조기유학을 보내 놓고 기러기 아빠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여건상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머지않아 인류는 다시 유목민이 된다고 하지만 한국은 그렇게 ‘떠나고 싶은 나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인가?

저자는 베인엔컴퍼니 소속의 컨설턴트 이성용 대표. 그는 이 책에서 컨설턴트의 시각으로 한국과 한국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진단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인인 그는 한국인의 유전자를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한국의 문제점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존경하는 한국인이 없다는 점, 잭 웰치 같은 위대한 CEO가 나올 수 없는 문화, 낮은 수준의 기업문화와 거래관행, 정부정책의 신뢰성과 교육문제, 경영투명성의 문제, 경쟁심과 불안감의 문화 등 수 많은 문제들이 한국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문제점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GE의 독특한 교육과 인재양성 과정, 일본이 ‘기무치’를 브랜드화 하는 과정, 중국 경제의 급성장 배경을 우리의 현실과 대비하면서 우리의 과오를 들추고 있다.

한국인의 공동체적 행동방식을 단순히 ‘사회주의적 성향’으로 비하한 부분이라든지, 함께 비행기를 탄 김우중 씨에 대한 평가 부분에 대해서 필자로서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고,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하는 대신 대안제시에 인색한 점이 좀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문제점을 구석구석 파 해친 내용이 매우 신랄하고 공감 가는 대목이 많다. ‘갑’과 ‘을’간에 거래의 불공정성이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비체계적인 교육훈련시스템(1년 경험, 20년 되풀이) 등에 대한 내용은 경영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껴온 필자의 체험과 일치한다.

특히 흥미를 끈 것은 ‘경쟁력 반감기’, ‘전문성 반감기(professional half-life)’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저자는 어떤 개인이 입사당시 갖고 있는 전문성(기술 등)의 50%를 상실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3년 정도라고 한다. 10년이 지나면 최초능력의 10% 정도 밖에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대학졸업 후의 ‘제도적인 학습’이 매우 중요한 근거이기도 하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5년에 불과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의 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기업과 개인은 최소한 3~5년마다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평범하게 생존하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움직이는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정한 사회변화를 시작하는 ‘초발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다시 위대한 세대가 되는 길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길이다. 그것만이 한국을 버린 사람들이 후회하면서 되돌아오게 하는 길이다.

■손기원(지혜경영연구소 대표)
in-gan | in-gan@buddhapia.com |
2004-11-10 오후 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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