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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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선사상 다각적 조명, 치열한 '논쟁'
'본지풍광' '한국의 법맥' 등 근거 비판적 검토
성철 스님 열반 11주기를 맞아 "근현대 한국 불교 사상의 재조명"을 주제로 고려대 경영관에서 학술회의가 열렸다.
퇴옹당 성철 스님을 동아시아 선종사상사의 맥락에서 조망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스님의 진면목에 다가서기 위한 학술회의가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주최로 11월 5일 고려대 경영관에서 열린다.

성철 스님 열반 11주기를 맞아 열리는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돈오돈수론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어 성철 스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골 주제인 돈오돈수론을 직접 다룬 논문으로는 윤원철 서울대 교수의 ‘돈오돈수론의 문화비평적 의의’와 김종인 고려대 연구교수의 ‘한국불교의 현실과 성철의 돈오돈수’를 들 수 있다.
퇴옹당 성철 스님의 생전 모습
윤원철 교수는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론과 지눌 스님의 돈오점수론은 각각 상이한 근기의 문화적 풍토를 배경으로 제기된 것이라는 주장을, 김종인 교수는 성철 스님의 주장이 새로운 문화적 환경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정체해 있던 한국 불교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뤄졌다는 해석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 김광식 교수(부천대)와 허우성 교수(경희대)는 성철 스님의 사상을 실천적 관점에서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허우성 교수는 간디와의 비교를 통해 ‘순수절대불교’를 지향한 성철 스님의 실천적 측면을 평가한다.

윤원철 서울대 교수
이번에 발표되는 논문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논문은 김영욱 박사(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퇴옹의 간화선’과 박해당 박사(서울대 규장각)의 ‘성철의 법맥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다. 전자는 다루기 쉽지 않은 저술로 정평이 나 있는 <본지풍광>을 통해 성철 선사상을 밝혀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후자는 논쟁적인 이슈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박해당 박사는 <한국불교의 법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성철 스님의 오류를 파헤친다. 다음은 이들 두 편의 논문 요약.

◇김영욱 박사 ‘퇴옹의 간화선’

성철 스님이 직접 100칙의 공안을 선별해 해설을 붙이고, 게송 등을 비평한 형식의 <본지풍광>에는 조사선의 세계와 한 몸이 돼 살아간 수행자 아니고서는 흉내 낼 수 없는 안목과 간화선의 정수가 담겨 있다. 이 점에서 <본지풍광>은 성철 스님의 간화선사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낸 책이다.

<본지풍광>에서 성철 스님은 알려진 선어와 게송 등을 재구성해, 또 하나의 화두로 전환시키고 있는데 여기에는 △화두를 겹겹으로 배치하는 방법 △허언(虛言)을 던져 착각을 유도하는 방법 △경계에 의탁하는 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김광식 부천대 교수


이와 같은 성철 스님의 선법을 이해하면 돈오의 내적 맥락 파악이 훨씬 용이해진다. 본질적으로 은산철벽일 수밖에 없는 화두를 겹겹으로 배치해 접근할 길도, 빠져나갈 길도 막힌 상황에서 화두는 어떤 의미로도 환원되지 않기에 단계적인 공부란 가능하지 않다. 어떤 공안이든 그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는 은산철벽이며 그것을 타파하는 방법은 돈오일 수밖에 없다.

간화선은 돈오를 종지로 표방하거나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사상적 맥락에서 같은 흐름을 타고 있으므로 간화선의 사상과 수행법에서 돈오의 요소를 찾아내는 것은 성철 스님 간화선의 핵심을 밝히는 일과 통한다.

김영욱 박사(가산불교문화연구원)
◇박해당 박사 ‘성철의 법맥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

성철 스님의 태고종조설 옹호의 가장 큰 오류는 자신이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겨 <한국불교의 법맥>에서도 법맥 형성의 핵심 요건으로 제시한 ‘제자의 깨달음에 대한 스승의 직접적인 인정’을 정작 자신의 태고종조설에는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고종조설은 ‘태고보우-환암혼수-구곡각운-벽계정심-벽송지엄-부용영관-휴정’의 법맥을 주장하지만 이들 스님 사이의 직접적인 인가관계는 역사적으로 확인된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은 법맥은 휴정 스님 자신이 밝힌 법맥과도 상이하다. 보조·태고종조설의 핵심 쟁점이 휴정 스님의 법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간과될 수 없는 오류다.

박해당 박사(서울대 규장각)
즉 벽송지엄·부용영관 스님의 법맥을 자신이 계승하고 있으며, 벽송지엄 스님은 멀리 고봉·대혜 스님의 법을 이었다고 휴정 스님은 밝히고 있지만 그 사이의 구체적인 인맥은 제시한 바 없다. 이런 법맥관은 ‘뒤에 깨달은 이가 증득한 경지’에 의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는데, 직접적 인가를 중시하는 성철 스님의 법맥관과는 상반된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며 자기모순적임에도 불구하고 성철 스님이 태고종조설을 옹호한 것은 역사적 사실로서의 사자상승(師資相承)보다는 이념·명분적인 사자상승을 선택한 결과로 봐야 하며, 여기에는 임제선풍을 통한 한국선불교 수행전통 확립에 대한 서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4-10-29 오후 5: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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