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구룡사, 능인선원, 부산 삼광사, 안국선원, 한마음선원…. 이들 사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규모가 크고, 신도가 많고 조직체계가 잘 잡혀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뿐이 아니다.
이들 사찰이 한국불교 도심포교의 대명사이자 한국불교 현대화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이고,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본지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이들 사찰들의 성공비결을 차례로 살피면서 현대 사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대구 영남불교대학 관음사를 시작으로 매주 한 사찰씩 집중 분석한다.
'누구든 최고 될 수 있다’ 명확한 신행목표로 일사불란
대구 영남불교대학 관음사(회주 우학, 이하 영남불교대)는 1992년 5월에 창건됐다. 전세 3000만원 월 50만원 70평 규모의 작은 포교당이 교회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지금 영남불교대학은 대구 남구 영남대학교 네거리 도심 한복판에 건평 2,000평 7층 규모의 최첨단 시설을 갖춘 법당으로 우뚝 섰다.
지난 8월에는 어린이 포교를 위한 연면적 2240평 규모의 유치원불사 기공식이 있었고, 내년 초에는 노인 전문요양병원을 건립할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도심사찰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신도 수 6만여 명. 이중 3만~4만 명이 수행정진을 위해 일주일에 한번 이상 사찰을 찾는다.
올해 영남불교대학 신입생 수가 연 7,000명을 넘었다. 병원봉사단, 간병인회, 교도소 봉사회 등 64개의 신행·봉사 단체가 대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펼치며 불교를 알리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불교계가 전반적으로 어린이 청소년 포교가 거의 답보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어린이, 학생, 대학생, 청년 법회를 어느 곳보다 활발히 운영하고 있어 불교계는 물론 타종교의 부러움까지 사고 있다.
*철저한 교육, 체계적인 조직 장점- 1천여명 매일 봉사 '막강파워'
영남불교대학의 창건이념은 ‘바른 깨달음의 성취와 온 세상의 정토구현’이다. 이를 위해서는 바른 수행을 하는 참불자를 키워야하며, 무엇보다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그렇기에 회주 우학 스님은 절을 창건할 때 불교대학을 열고, 관음사 앞에 ‘영남불교대학’ 이름을 넣었다.
영남불교대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신(信) 해(解) 행(行) 증(證)의 명확한 신행목표를 가지고 생활에 접목될 수 있도록 쉽게 교육한다는 점이다.
신해행증의 신행목표는 믿음을 바탕으로 배우고, 행동하여 증명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신해행증의 강조는 나와 가정의 복만을 기원하던 불자들의 의식과 마음을 깨워내 행동·실천·수행하는 참불자로 이끌었고, 64개의 신행·봉사 단체 결성이라는 결과를 이끌었다.
병원에서의 간병인회, 호스피스, 무의탁노인 무료급식회, 교도소 봉사회, 기도봉사회, 경내 복도 청소모임인 청정회, 화장실 청소 봉사회, 불기 닦기 모임, 주차관리 등 매일 봉사활동을 하는 신도만도 1천여 명에 달한다.
또 영남불교대학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교재와 이해하기 쉬운 강의는 불자들이 배운 불교 교리를 생활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끈다.
다른 불교대학에서는 대학 강사가 자기가 맡은 과목만 이론적으로 몇 달 지도하고 가버리는데 비해 영남불교대학은 6개월, 1년, 2년, 4년, 10년의 체계를 두고 일관되게 지도하는 점도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다.
*믿음과 존경속 투명한 재정관리
영남불교대학은 △총동문신도회 △사회복지법인 영남불교대학복지재단 △어린이 포교를 위한 유치원 세부분으로 조직되어 있으며, 최소단위는 ‘관음’이다. 1개 관음은 16명으로 조직돼 있고, 6개 관음이 모여 1개 구역을, 6개 구역이 1기를 이룬다. 현재 대구에만 1기부터 86기까지의 동문들이 구성돼 있고 경산, 칠곡, 감포, 서울, 뉴욕까지 분원이 있다.
요일마다 각 기수별 수업이 교대로 이뤄지도록 조직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바뀌면서 수행정진하러 온다. 신도회의 모든 일은 총동문신도회가 총괄하는데 산하에는 총무국, 홍보국, 재정국, 호법국 등 12국이 마련돼 있어 각 기와 단체를 관장한다.
영남불교대학의 운영은 월 1회의 신도회의에서 이뤄지며, 일단 한 가지 목표가 정해지면 모든 신도가 군대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영남불교대학은 순식간에 신도 1만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실제 총동문회에서 갑자기 어떤 사안이 결정되자 인터넷을 통해 각 국장과 기장, 구역장, 관음장에게 전달되면서 순식간에 모든 신도들에게 전달됐다.
위와 같은 영역별 시스템 외에 분야별 시스템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영남불교대학은 초발심자를 위한 지도선배단이 조직되어 있다. 신입생 1관음마다 한명씩 배치해 이름표를 다는 것부터 합장, 절하는 것까지 불자로서 사찰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또 출판사, 꽃집, 찻집 등을 두어 신도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자체 조달하고, 탁아방, 사진관, 노래방, 상담소, 시민선방 등 신도들의 수행에 도움이 되고 사찰을 친숙하게 느끼게 만드는 여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구석구석 잘 비치된 안내서와 수행자료, 종무직원의 친절교육까지 모두 시스템 차원에서 기획 관리되고 있다.
재정 역시 스님과 관계없이 신도와 종무직원 등 몇 단계의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다.
결국 이런 시스템은 모든 신도들의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시켜 불교의 대외적인 활동에 큰 힘을 발휘하며, 무슨 목표든 성취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모든일 신도회 회의 통해 결정'
영남불교대학 신도들은 하나같이 회주 우학 스님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이 대단하다. 여기에는 솔선수범하는 스님의 수행이 신도들에게 큰 감화를 준 탓으로 보여진다.
스님은 처음 창립당시 어려운 시절 손수 전단지를 들고 시내에 나가기도 하고, 전봇대위에 올라가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또 무의탁노인을 위한 무료급식을 추진하며 직접 쓰레기를 치우고 밤새 청소를 하기도 했다. 그때의 모습이 지금까지 일관되게 이어왔다고 한다.
신도들은 한결같이 “스님은 언제나 소박, 검소하며, 한시도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법이 없다”고 말한다. 아무리 바빠도 매년 한철 안거를 빠뜨리지 않는 수행정진하는 스님의 모습은 신도들에게 상당한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다.
스님 또한 신도들을 믿고 맡겨준다. 모든 조직을 이끄는 장(長)을 신도들이 정하고 기획부터 운영까지 신도들이 다 맡아서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스님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절대 간섭하는 일이 없다. 만약 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물음표 하나를 달아줄 뿐이다.
*확고한 자신감과 비전 제시
영남불교대학 불자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자신이 다니는 사찰을 최고로 여기고, 또 이곳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신도들만큼은 공부든 신행이든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런 비전은 그냥 갖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영남불교대학은 △근본불교 △세계불교 △첨단불교를 3대지표로 삼고 있다. 뉴욕분원을 마련했고 영어교리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첨단 불교를 강조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동시화상강의와 통신방송, 문서포교에 주력하고 있다. 명문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애정과 비전을 갖듯이, 영남불교대 신도들도 그렇다. 이런 과정 속에서 신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구든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이곳 신도들이 자원봉사 등 사회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자신감과 여유 때문이다.
이기열 신도회장(46)은 “젊은층 포교를 위한 유치원 불사가 완공되면 10배의 시너지효과가 창출될 것이며, 내년에 노인전문요양병원을 갖추면서 대사회적 봉사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영남불교대는 포교에 전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053)474-8228, www.tvbuddha.co.kr
대구=배지선 기자 jjsun@buddhapia.com
(인터뷰) 회주 우학 스님
미래 불자’ 위한 인재양성에 주력
“사찰은 도시에 있어야합니다. 도시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불법이지요.”
회주 우학 스님은 “한국불교의 중흥은 도심사찰에 달려있다”며, 교육과 수행기능을 갖춘 현대적 의미의 총림 형태를 도심사찰의 모델로 제안했다.
스님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어린이 포교와 불교인재 양성”이라며 전문인 양성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스님을 위해 출가학교와 행자원을 마련했으며, 유치원이 완공되면 유치원 건물에 선원 강원 율원을 모두 개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스님은 넓지 않은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현대와 전통이 접목된 도심속 현대사찰의 건축모델도 제시하며 불교의 세계화 첨단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