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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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수행ㆍ점검으로 간화선 대중화 '성공'
도심사찰 성공비결-안국선원



법문과 질문이 이어지는 법회의 열기는 뜨겁다.
최근 불교계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재가불자들의 간화선 수행 열풍. 그 진원지를 따라 가다보면 안국선원(원장 수불)에 이르게 된다. 그만큼 안국선원의 간화선 수행을 통한 포교는 일찍, 서서히 빛을 발해 왔다.

1989년 10월 안국선원이 부산 진구 가야동에 개원할 당시 첫해 부처님오신날 연등수는 2천여개. 15년만인 올해 부산 안국선원은 9배가 늘어난 1만8천개의 연등이 도량을 불밝힌 대형사찰로 자리매김했다. 또 96년 서울과 99년 창원에 선원을 개원해 각각 7천개, 1천개의 연등이 안국선원에 걸렸다. 여기에 미국 L.A.와 휴스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분원을 설립해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는데도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재가불자들의 안거 모습.


서울 안국선원의 경우 96년 개원당시 서초동의 80평 임대건물에서 200여명의 신도들이 모여 법회를 열었으나 2001년 가회동에 600여평 규모의 선원을 개축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처럼 안국선원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간화선 수행을 재가불자들의 수행법으로 끌어들인 것이 주효했다. 재가불자의 수행에 대한 갈증이 안국선원에서 간화선과 스승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풀린 것이다. 재가불자들이 참가하는 안거를 처음으로 실시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수행하고 싶으면 안국선원으로 모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게다가 안국선원은 여느 성공한 도심사찰에 비해 늦게 문을 열고도 독특한 수행체계와 신도중심의 운영체계로 ‘알찬 도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051)892-9803. www.ahnkookzen.org

◇간화선 생활·대중화 ‘일등공신’

재가불자들의 간화선 수행도량으로 유명한 서울 안국선원 법당. 일년 두 차례 실시되는 안거 때는 재가불자들로 가득 차 발 디딜 공간이 없는 곳이다.
특별활동으로 이뤄지는 다도 강습.

“바른 불교를 해보겠다고 이 절 저 절 다니기를 십수년, 안국선원에서 비로소 가야할 길을 찾았어요. 이 법당에 있는 불자들은 그렇게 모였어요. 그래서 이제는 ‘이 길 따라 가면 내가 찾던 불교가 보이겠구나’하는 마음으로 수행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안국선원 천양자 총신도회장(64·법명 무량심)이 가슴에 묻어두었던 말이다. “큰스님들을 다 찾아다녀봤지만 결국 답을 얻지 못했다”는 천 회장. 막혔던 가슴의 덩어리를 쏟게 해 준 곳이 안국선원이었단다.

왜 안국선원이었을까. 이유는 어느 절에서도 알려주지 않던 간화선 수행을 접했기 때문이다. 또한 ‘간화선 수행’을 통해 만난 도반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천 회장은 “지금도 ‘스님도 하기 어려운 것을 재가불자가 감히…’하고 질타하는 스님들이 많다”며 “수행에 목말라 하는 불자들이 많은데 언제까지 스님들의 전유물로 생각할거냐”고 반문한다.

안거라고 하면 선방이 있는 사찰에서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안국선원은 이같은 통념을 깨고 재가불자들의 안거를 진행함으로써 재가불자들도 간화선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간화선을 대중화하고 생활화한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국선원의 안거대중은 1천5백명을 넘어선다. 지난 갑신년 하안거때 방부를 들인 재가불자들의 수는 부산 안국선원 6백명, 서울 안국선원 8백명, 창원 안국선원 1백30명이었다.
안거 방식은 재가불자들의 생활패턴에 맞춰져 운영된다. 선원에서 오전·오후 각각 2시간, 가정에서 2시간 등 하루 6시간으로 시간을 정한 것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배려한 것이다. 재가불자들에게 최고의 참선도량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안거기간이 아니라도 4백명 이상의 재가불자들이 화두 참구에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많은 재가불자들이 행주좌와 화두를 놓지 않는 용맹정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만하다.

◇신도조직 체계화…신도중심 사찰운영

안국선원 신도들의 자긍심은 다른 사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아무나 신도가 될 수 없는 까다로운 등록과정과 사찰운영 및 봉사활동 참여, 잘 짜여진 조직체계 등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간화선 수행을 통해 얻는 만족도가 높은 점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먼저 안국선원에 신도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조계종에서 정한 신도기본교육 외에 행해지는 초심자 과정의 별도교육이 그것이다.
초심자 과정은 여느 사찰과 달리 초심자법회와 집중수행으로 이뤄진다. 일단 화두공부를 신청한 불자들은 초심자법회에 참가해 선원장 수불 스님의 ‘종교를 믿는 이유와 목적’에 대한 법문을 듣는다. 이로부터 1개월이 지난 후 안국선원에서 1주 내지 10일 가량의 집중적인 화두공부를 해야 한다. 초심자들은 매일 선원장 수불 스님의 점검을 받는 등의 과정을 통과해야만 법명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배출되는 인원은 매월 50%의 통과율에도 불구하고 50~80명에 달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다음 신도용 법복을 입을 수 있으며, 안거에 동참할 수 있는 자격을 받는다.

신도가 되면 연령 및 신앙 경력 등을 고려해 총신도회(회장 천양자) 산하 각종 모임에 자동으로 배속돼 선원내 수행과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게 된다. 총신도회는 고선회, 도림회 등 7개 모임으로 구성된 거사회와 대각회, 성불회 등 30개의 모임을 거느린 보살회로 구성돼 있으며, 선원 운영에 관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총신도회는 부산, 서울, 창원의 안국선원 건립불사를 비롯해 해외분원 건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불사를 총괄하는 등 사찰운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총신도회와 별도로 다도회, 꽃꽂이회, 산악회, 합창단 등의 특별활동반이 있어 신도들의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이 외에 대학교수, 문인, 사업가 등으로 구성된 안국선연구원과 국제선연구원 등의 연구모임은 간화선 연구와 서적 발간 등을 담당한다.
총신도회는 개원과 함께 시작했던 장학사업 뿐만 아니라, 해를 넘기면서 재단법인 불국토 지원, 보리방송문화상 상금전액 후원, 12사단과 7군단 범종각 건립불사 지원 등 대외적인 활동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안국문화원 개원 등 ‘업그레이드’

안국선원은 2001년 재단법인 설립을 인가받아 (재)안국선원으로 한단계 끌어올리는 변화를 시도했다. 내년 4년 개원 예정인 부산 안국문화원에서도 업그레이드된 안국선원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기공해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건립중인 안국문화원은 3천6백여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건평 2천평 규모로 총 3개동의 종합불교회관이다. 250평의 대웅전은 1천여명이 동시에 정진할 수 있는 규모다. 안국문화원은 간화선 위주의 커리큘럼으로 불교교양대학을 비롯해 각종 불교강좌, 문화강좌 등이 열리는 도심속의 수행·교육·문화 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한국의 선불교를 세계속에 알리기 위한 전진도량 해외분원 확장도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이미 설립돼 있는 미국과 뉴질랜드의 3개 분원 외에도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에 내년 상반기중 문을 열 예정이다. 특히 원활한 해외포교를 위해 연구모임인 국제선연구원을 중심으로 영문불서 발간, 법문 번역 등 측면에서의 지원활동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선원장 수불 스님

수불 스님
“신행을 우선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행도 중요합니다. 수행이 빠지면 반쪽의 불교를 믿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재가불자를 비롯해 일반인들에게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은 참불교를 펴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계종 종지에 따라 간화선 수행을 근간으로 하는 안국선원을 개원해 재가불자들을 이끈 것도 이같은 생각에서다. 따지고보면 지금의 안국선원이 있었던 것도 수행에 갈증을 느끼던 재가불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수불 스님의 생각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포교의 길을 나선 이상 불교의 참맛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간화선의 대중화·생활화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재가불자도 간화선 수행을 해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참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를 바로 보고 불성을 닦는데 남녀노소, 종교를 가릴 것이 없습니다. 간화선이라는 바른 길이 있는데 다른 길을 택할 이유가 없는거지요.”

수불 스님은 사찰운영에 있어서도 신도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사찰 운영은 물론 크고 작은 모든 불사를 신도들의 힘으로 이루도록 유도함으로써 자긍심과 주인의식을 높여주기 위함이었다. 이 방식은 주효했다. “사찰의 힘은 신도들에게서 나온다”는 스님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스님은 수행자에게 있어 좋은 스승을 만나는 일만큼 큰 복이 없다고 강조한다. 좋은 스승에게 배워야 바른 가르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가불자도 마찬가지다. 좋은 스승 밑에서 공부해야 참불자가 된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길을 열어주는 스승이 있어야 참선이든 염불이든 제대로된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재가불자들도 반드시 스승을 모시고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박봉영 기자 | bypark@buddhapia.com
2004-11-04 오후 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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