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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바다 내음을 맡으며 이어진 취재 길에서 만난 거제, 통영, 고성의 불교는 지역의 생산 구조나 경제 사정, 인구 비례 등의 특성에 따라 변화를 꾀하고 있었다. 젊은 인구가 도시로 빠져 나간다거나, 경제 활동이 침체되었다거나 하는 이유들로 생긴 지역의 변화가 사찰들의 포교활동 변화로 이어지고 있긴 했지만 세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받는 불교’를 ‘나누는 불교’로 바꾸겠다는 것.
#거제
거제의 경우가 최근 들어 ‘베푸는 불교’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아지고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굵직한 업체에 종사하는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복 불교를 탈피, 불교의 바른 가르침을 펴기 위한 활동들을 꾸준히 이어왔던 거제로선 당연한 변화.
이 변화의 중심은 계룡사를 비롯, 세진암, 백련암 등의 쌍계사 말사와 최근 거제에 자리 잡은 비구니 스님, 재가자 모임이다. 특히 올해 초파일에는 계룡사, 용주사, 세진암, 신광사, 금강사, 대성암, 백련암을 주축으로 거제불교원륭회를 결성, 불교의 역할 찾기에 나섰다. 거제불교원륭회는 매년 외국인 노동자와 노인들을 위한 경로잔치와 거제포로수용소 천도재 및 다례제 개최 등에 뜻을 모았다.
거제 불교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계룡사는 보현법우회, 보슬회를 중심으로 타국 생활에 힘겨워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소년소녀가장 돕기, 이미용 봉사, 노인급식, 장애시설 봉사 등을 6년째 펼치고 있다. 서예, 수지침, 염색 등의 교양 강좌와 불교교리 강좌를 열어 배움의 장으로도 자리를 굳혔다.
‘베푸는 불교’를 주도하는 사찰로 빠뜨릴 수 없는 곳이 금강사. 최근 거제에 불어오는 변화를 주도하는 비구니 스님인 주지 성원 스님은 96년 거제와 인연을 맺은 이후 거제와 통영에서 어린이 교육 불사를 이끌어 온 장본인. 또한 지난해에는 자원봉사금강회, 금강다도회, 신도회를 주축으로 외국인 노동자, 지역민 초청 한가위 잔치를 열며 거제불교원륭회 태동의 견인차가 되기도 했다.
또한 세진암(주지 진성)은 기도 위주로 신도들의 신심을 일으키는 한편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요사채인 육화실 중창불사를 발원하며 재도약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재가불자들의 활약상도 눈부시다. 기복 불교가 판을 치던 거제에 고승대덕 스님들을 초청, 법회를 가장 먼저 연 것이 재자불자들이었다. 이들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법을 구하는 열정을 보이며 신심을 다져왔다. 매년 개최하는 연꽃음악회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 하는 불교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으며 매월 한번 꼴로 법회를 열어 대중교화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 거제불교는 자긍심 높은 재가 불자들과 의식 있는 스님들의 과감한 투자와 실천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거제불교원륭회에 참여하지 않는 기타 종단 사찰들의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긴 하지만 점점 편리해지는 인근 도시와의 교통망과 비례해 ‘베푸는 불교’ ‘실천하는 불교’의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통영
유달리 예술가가 많이 나는 도시로 알려진 통영엔 사명 스님, 효봉 스님, 석두 스님을 비롯 선지식들의 토굴이 많았다. 그만큼 불교의 기운이 성한 곳이다. 세존도, 연화도, 욕지도, 미륵도 등 불교적 지명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처럼 통영 불교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정감어린 불교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통영 불교 이야기의 중심 줄거리는 효봉스님의 토굴이 있었던 미륵산 미래사가 쓰고 있다. 통영 불교를 대표하는 불자들이 대부분 미래사 신도일 정도로 통영불교의 핵심. 자원봉사자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미래사는 잘 가꿔진 도량만큼이나 복지나 포교에 대한 원력이 남다르다. 장애인 화장실 설치, 장애인 차량 운영을 진행 중이며 치매 중증장애 노인 시설 건립도 발원하고 있다. 관음회, 지장회, 보현회 등은 봉사활동과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충무불교청년회, 공무원불자회, 통영 가족 법회인 룸비니회 등이 모두 미래사 창건주 구산 스님에 의해 만들어진 단체라 외부 조직도 든든하다. 사찰 보다는 통영 전체를 우선하는 일들에 역점을 두고 있다. 통영에 있지만 거제지역 젊은 불자들 모임을 별도로 결성하고 있는 한마음선원 통영지원도 눈에 띈다. 특히 어린이법회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오히려 부모를 포교할 정도로 어린이법회가 활성화돼 있다. 통영 봉축 행사에서 한마음선원 통영지원 아이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이벤트를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연화도 연화사(주지 도응)는 통영의 불교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1988년 고산 스님에 의해 창건된 연화사는 연화도를 중심으로 한 불교테마 관광벨트 조성을 이끌어 내며 관음기도도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11월 2에는 사명대사와 보원, 보련, 보월 세 비구니 스님이 수행했다는 토굴터를 복원한 보덕암 불사 회향법회를 열어 통영팔경으로 이름난 연화도에 기도도량의 이름을 하나 더 보태게 된다.
통영 불교의 교육사업은 충무불교교양대학(학장 노낙현)이 도맡아왔다. 1990년 설립돼 노낙현 학장과 고인이 된 송정년 지도 법사의 지도로 통영 불교의 일꾼들을 대거 배출했다. 충무불교대학 총동문회는 염불봉사, 불우이웃돕기, 지역 청년불자들의 한마음 체육대회 등 주최하며 통영불교에 활기를 불어넣어왔다.
지금 통영의 진산 미륵산이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으며 그로인해 통영불교도 한동안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미륵산이 살아야 통영이 산다’는 믿음으로 미륵산 케이블카 문제의 지혜로운 해결을 위해 불심을 모아나가고 있다.
#고성
2006년 경남고성 공룡세계엑스포가 열리는 고성. 고성불교는 세계적인 축제 공룡엑스포를 불교가 주도하겠다는 각오로 새롭게 뛰고 있다. 2005년 공룡세계엑스포 성공개최를 위한 기원대법회를 전국적인 규모로 열어 고성을 알리고 고성불교의 새로운 활로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본사인 쌍계사를 능가하는 사세로 고성불교의 중심역할을 해온 옥천사를 비롯 신라고찰로 주지 법진 스님이 고성사암연 회장을 맡으며 고성불교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계승사, 보리수동산을 운영하며 복지와 포교의 양 바퀴를 굴리는 청련암, 고성읍포교당 보광사(주지 도홍) 등의 활동들이 드러나지 않게 고성 불교의 맥을 잇고 있다. 공룡의 거대한 발자국이 오늘날 공룡엑스포 개최의 인연으로 이어졌듯, 고성불교는 먼 미래에 전해질 불교의 새 역사 쓰기에 분주하다.
미래사의 특별한 해우소
미래사 해우소는 냄새가 없다. 꽃과 나무를 유달리 좋아하는 여진스님이 특별 고안한 해우소는 사방으로 물이 흐르고, 물에선 부레옥잠이 자라고 물고기가 헤엄쳐 다닌다. 물이 암모니아 질소를 흡수하고 냄새를 말끔히 없애며 그 작용으로 생기는 이끼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친환경적이고 생태적 해우소. 풀과 물의 특성을 이용해 정화 작업을 마친 물은 다시 사용해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미래사를 찾는 관광객들은 해우소 앞까지 왔다가도 물고기, 부레옥잠 같은 것을 보고 해우소가 아닌 줄 알고 돌아서곤 한다.
친환경적 해우소의 본보기인 미래사 화장실은 또 한 가지 특별한 변화를 예감하고 있다. 11월 중 공사를 시작해 곧 훨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 화장실 시설을 갖추게 된다. 시와의 협의를 모두 마친 상태. 여진 스님은 “장기적으로는 법당까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싶다”며 “아픈 사람, 불편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첫 출발로 장애인들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해우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연 스님
거제 계룡사 주지
불교원륭회 회장
“스님이 공부는 안하고 불사만 해서....” 말꼬리를 흐리지만 지연스님에게 불사는 곧 수행이다. 10년 전 계룡사는 다 허물어가는 도량이었지만 지금은 사찰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관음전, 산신각, 다목적 회관까지 갖추었다. 뒤에 오는 스님들이 불사 걱정 없이 수행하고 포교하길 바라는 한 생각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아직 남겨놓은 불사가 있긴 하지만 늦어도 11월 중순이면 시민선방을 열고 불사회향 점안법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스님의 불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장학 사업, 종교 화합, 봉사 등에도 앞장서는 스님은 최근 뜻 맞는 스님들과 불교원륭회를 결성, 거제 불교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현제 스님
거제 백련암 주지"
‘스님’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현제 스님. 처음 거제도와 와서 적잖이 놀랐다. 기복 불교가 주를 이루고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생전에 효행하고, 팔정도에 맞게 잘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도 신통을 바라고 복을 비는 불교가 주를 이루는 거제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스님은 쌍계사 말사인 세진암을 비롯한 조계종 사찰을 중심으로 대덕스님 초청법회를 열어 거제에 정법의 씨앗을 심겠다는 각오다.
여진 스님
통영 미래사 여진스님
꽃과 나무을 유달리 좋아하는 스님, 절에 가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스님이 바로 여진스님이다. 사람들이 찾아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도량을 가꾸기 위해 3-4천 그루의 크고 작은 꽃나무를 직접 심고 가꾸었다. 이제 미래사는 사시사철 꽃이 피고 꽃향기 은은한 통영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었다. 88년부터 경상전문대 병원 법당을 만들고 병고로 고통 받는 이들을 보살펴온 스님은 당시 의대불교학생회를 결성, 지도법사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든든한 후원자. 병든 사람을 보살피고, 꽃나무를 키우는 스님의 생명 사랑은 이제 통영불심을 가꾸는 일에 쏠려 있다.
법진 스님
고성 계승사 주지
고성사암연 회장
올 4월 사암연 회장직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각 사암 방문. 연합회의 근본은 화합이라 여긴 스님은 파악된 150여개의 사찰 중 이미 80여 군데의 사찰 방문을 완료했고 회원 사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2006년 고성에서 개최되는 공룡 세계엑스포 성공개최를 위한 기원대법회를 앞두고 고성 불교의 힘 모으기에 돌입한 것이다. 스님은 공룡 엑스포를 전국적인 행사로 승화시키고 고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불교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연합회 기금 1천만 원을 선뜻 내놓았다. 월하 스님의 상좌인 스님은 30여 년 전부터 결혼식 주례를 청하는 이들이 많아, 많은 부부들에게 불연을 맺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지성 스님
고성 옥천사 주지"
88년 지성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은 이후 쌍계사는 쇠락한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을 정도로 도량의 면모를 일신했다. 1989년 사천왕 조성불사를 시작으로 사찰 진입로 포장, 성보박물관 건립, 극락전 복원 등을 이뤄냈고, 당황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적멸보궁을 낙성했다. 스님은 불사추진위를 꾸리고 천일기도를 봉행하며 법촌(法村)이라 불리는 연화산 자락의 열두 암자 복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청소년 교화연합회 경남지부장을 맡아 청소년 포교에 주력하는 한편, 고성사암연 회장을 10년 동안 맡아 고성불교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개천초등학교 운영위원장, 고성경찰서 경승 등을 맡아 찾아가는 포교의 선봉에 서 있기도 하다.
승욱 스님
고성 청련암 주지
보리수동산 원장"
‘100남매 키우기’ 원을 세운 승욱 스님은 지금 65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시내에서 구두 닦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다보니 아이들이 좋아졌고 아이들 키우는 것이 수행이고 공부라 믿으며 살아왔다. 30년전, 비어있는 청련암에서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천 번을 용서하자’는 게 스님의 좌우명이 됐다. 내 피를 나누지 않아도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은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스님은 이제 아이들에게서 받는 즐거움이 더 커졌다. 하루가 다르게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아이들을 볼 때면 큰 법당 지은 스님이 부럽지 않다. 아이가 바로 훌륭한 법당이기 때문이다.
성원 스님
거제 금강사 주지"
스님은 유아교육 전문가다. 동국대 불교아동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93년부터 의정부에서 자비유치원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거제와 통영에서도 유치원을 운영 중이다. 성원스님이 운영하는 유치원엔 일주일에 한번 보시의 날이 있다. 받기 보다는 베풀기를 강조하는 성원스님은 거제에 들어와 베푸는 불교의 전형을 보여주며 불교에 대한 인식을 확 바꾸어놓았다. 외국인 근로자와 지역 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고 유치원생들의 보시금으로 경로잔치도 열고 있다. 또한 전통 예절교육, 다도교육을 어린이교육이나 신도 교육에 접목시켜 전통문화저변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혜연 스님
한마음선원 통영지원장"
스님은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마음 도리를 전하는 것, 그것밖엔 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처음 통영지원으로 올 때만 해도 바닷가 사람들이 억세지나 않을까 내심 불안해했다는 스님은 4년이 지난 지금, 통영 사람들의 아름다운 심성과 양보심에 오히려 놀라고 있다고. 도심에서도 좀체 경적을 울리지 않는 통영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내면에 깃든 불심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통영지원은 스님의 믿음만큼 젊은 불자들이 주를 이루는 포교 도량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법회에 나오는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들을 포교할 정도여서 스님은 어린이 포교에 중점을 두고 새싹불자들의 꿈이 영그는 도량을 만들고 있다.
김만성 회장
거제 재자불자연합회 회장"
김회장은 1981년, 불교의 불모지 거제에 거제불교청년회를 창립하고 거제에 정법의 싹을 틔운 주역이다. 김회장의 집에서 법회를 보던 거제불교청년회 창립을 시작으로 82년 대우불교청년회가 생겼고 90년 거제 거사림회 결성되면서 거제에 비로소 법회가 시작됐다. 지난해, 거제에서 활동하는 대우불청, 거제불청, 거제 거사림, 보슬회, 보현법우회, 선정회의 협의체인 거제 재불련을 결성, 재가불자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민족의 정신이 담긴 불교를 어릴 때부터 접하게 하고 싶어 유아불교교육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김회장은 불교 유치원 건립을 숙원사업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