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불심, 부부애가 하나로 통한 강도식(55)ㆍ남도예(54) 부부. 결혼 25주년을 훌쩍 넘기고도 늘 신혼 같은 이들 부부의 남다른 사랑은 성북 승무사무소 불교법우회에서 시작됐다. 가족 모임 중심의 법우회는 불심 깊기로 소문난 회원들은 물론이고 부인들까지 신행활동으로 이끌어, 일과 신행이 둘이 아닌 실천불교의 틀을 제시했다.
.“2000년 승만부인회가 조직되면서 10여 년간 드문드문 참여하던 교리모임, 법회를 비롯해 성지순례까지 함께 참여했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좋다는 절은 다 가본 것 같네요.”
강 거사 말대로 그들은 법우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불성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두 명 모두 불자가정에서 성장한 터라 불교가 낯설지 않았지만, 본격적인 공부와 수련은 법우회에서 이어갈 수 있었다. <초발심자경문>부터 <선가귀감>까지 꾸준히 공부해 불자로서의 소양을 키웠고, 틈틈이 절수행에 뛰어들면서 하심을 배웠다. 불교 공부에 있어서만큼은 부부 관계를 넘어 불법을 함께 배우고 나누는 도반이 되고자 했다.
이들의 신행은 법우회 밖에서도 지속됐다. 철도 기관사로 30여년을 근무했던 강 거사는 계속되는 업무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경전 독송으로 극복했다. 성북 승무사무소 기지 안에서 철도 신호 점검을 담당하는 현재도 경전읽기와 염불수행을 놓지 않는다. 근무처를 벗어나도 마찬가지다. 산을 유난히 좋아하는 강 거사는 팔도 산천을 유람하며 사찰 참배도 계속하며 신심을 키우고 있다.
아내 남 보살은 승만회 활동을 바탕으로 소외받는 이웃들을 위한 대사회적인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혜명보육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 봉사활동을 벌이기도 하고, 수년 전부터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해 생계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이른 새벽엔 가부좌를 틀고 화두에 집중하는 등 참선수행에도 열심이다.
아이들도 부부의 불심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딸은 불교가 낯선 아이들에게 불법의 진리를 소리없이 전하고 있으며, 동국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들 역시 아침마다 <천수경>을 들으며 산란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강 거사 가족은 이제 굳이 ‘신행’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가족 모두가 부처님 법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우리같은 사람들이 열심히 실천한다면 그 실천이 모여 곧 불국토 건설의 밑받침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들의 서원에서 문득 피어오르는 보살의 향훈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