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월 24일 금강대 국제불교학술회의에 참석, '의상 계통에 있어서의 화엄과 선의 통합'을 발표한 화엄학의 대가 이시이 코세이 교수(코마자와 단기大)는 한국 불교의 특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시이 교수는 "한·중·일 삼국에서 선종·화엄·정토사상은 통합된 양상을 띠지만 그 구체적 양상은 다르다"며 "중국에서는 화엄학이 선종의 기초교학 위치로 전락했고, 신앙적 측면에서는 정토사상이 지배적이며, 일본에서도 화엄학이 기초학문으로 간주되지만 신앙의 대상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화엄경 신앙이 존중되며 선종사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발전해왔다"며 "화엄신중을 신앙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원효 스님의 통불교 사상에서 찾는 입장에 대해서는 "한국불교에서 주류는 의상 스님 계통이었고 원효 스님은 비주류였다"며 "원효 스님이 20세기 들어 부각된 것은, 그가 중국·일본에서 공통되게 존경받는 선사였기에 한국불교의 상징으로 재발견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불교 전체에 대한 정체성을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8세기 신라불교'에 대한 규정이 가능하듯이 특징은 엄연히 존재했다"며 한국불교의 정체성에 대해 회의적인 버스웰 교수와는 입장을 달리했다.
이시이 교수가 현재 관심 갖고 있는 주제는 화엄학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족주의적 성향과 어떻게 결합됐는가 하는 부분이다. 가령 일본의 경우 에도시대 신도와 유교 신봉자들의 불교비판 및 명치유신 때 박해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불교계는 호국불교임을 강조했고, 국가주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 그는 "화엄경의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 사상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논리로 이용됐는데, 서양식 제국주의가 일방적으로 지배-피지배 관계인 데 반해 일본의 지배는 '일즉다 다즉일' 사상에 입각, 대동아공영권 내에서 평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억지 논리를 폈다"며 "이처럼 불교가 정권과 결탁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왜곡시키는 사례는 한국과 중국에서도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시이 교수는 현재 이 같은 관점에서 <근대 아시아 불교와 민족주의>를 집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