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기명사설
성태용(건국대 교수)
이명박 서울시장이 수도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봉헌서를 낭독하여 규탄을 받더니, 이제 또 정장식 포항시장이 포항시를 기독교 도시로 만들자는 모임의 창립을 주도하는 등 종교편향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참으로 공직자들의 기본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과 공직자가 그 공적인 지위에 있는 한 종교에 대하여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이를 어기는 공직자는 단순히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공직자의 기본 윤리와 강령을 어겼다는 점에서 엄한 징계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문제들이 종교 사이의 갈등과 오해의 깊은 골을 만드는 것은 모든 종교에 다같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혹 그렇게 신앙심 깊은 공직자가 있어 자신의 종교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야말로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공직자가 믿는 특정 종교를 공격하거나 매도하려는 방향으로 다른 종교에서 나서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모든 종교들이 함께 나서서 비판하고 단죄해야 할 일이다.
자신의 종교를 믿는 사람이 공직자의 기본 윤리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고, 그런 몰지각한 공직자가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을 해치는 사태에 대하여 다함께 우려하고 그 재발을 막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직자의 종교편향 문제가 단순한 사과와 해명에 그치고 봉함될 것이 아니라 공적인 징계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불교계가 그동안 어떤 특정 종교의 공격적인 포교로 인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좀더 대승적인 차원에서 종교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큰 움직임을 주도적으로 일으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과잉 신앙의 표출 정도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종교들에 이 문제의 본질과 심각성을 깊이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원종교시대의 평화로운 종교 공존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마당으로 끌어내야만 한다. 그러한 일에 앞장서고, 그러한 움직임을 위한 이념을 제공할 때 종교적 관용성을 지닌 불교의 수월성이 드러날 수 있으며, 미래사회를 주도하는 종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종교적 편향에 엄하게 대응하되, 그에 그치지 않고 더 큰 화해와 공존을 지향하는 큰 움직임을 일으킬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