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대안학교를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하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초·중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이 이번 정기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불교계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불교의 교육이념이 대안학교의 교육이념과 맞닿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교계의 대안교육 인식은 타종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0월 4일 국회교육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대안학교를 각종학교(미용·예술·외국인 교육 등의 특수교육을 법적으로 인정,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19일 확정된 참여정부의 ‘교육복지 종합대책 5개년 계획’에도 관련법 개정은 물론 대안학교 설립·운영 규정 법률안 제정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이 ‘입시교육’ 위주로 흘러 인성교육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 10여 년 전부터 국내에서 시도되고 있는 교육 체계다. 입시위주의 공교육에 부적응, 학업 중단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사회적으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다.
종교계 대안학교 관계자들은 종교계가 교육의 다양화를 모색해 학생들이 각자에게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써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종교계가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선택 권리를 수호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계는 아직까지 대안학교 필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등 주요 종단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어떤 공론화된 논의도 이루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진각종 관계자도 “한 차례 안건으로 제시된 적은 있지만 구체적 계획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전했다.
반면 개신교와 원불교는 9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대안교육에 힘써왔다. 이들 종교들은 교육 참여와 포교활동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개신교에서는 인재양성과 교리전도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대안학교 2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자유터학교’도 개신교에서 운영하는 대안학교다. 개신교의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원불교에서는 대안학교 개념이 들어온 초기부터 관심을 가져 6개의 학교를 개교했다. 원불교는 주로 공교육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했다. 이들 학교에서는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학업 중단 학생들의 사회 불신 해소 방법을 원불교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계에서는 남원 실상사 ‘작은학교’가 유일하다. 2001년 개교한 ‘작은학교’는 10명의 교사들과 지역주민, 학생들 간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생태주의적·연기적 학습 방법으로 주목받는 대안학교다.
‘작은학교’ 학생 38명 중 절반 수에 가까운 15명 이상이 타종교 학생이라는 점은 불교의 넓은 포용력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곧 불교계 대안학교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학교 이경재 대표교사는 “조계종만 해도 교구 본사가 몇 개인데, 대안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점을 통해 불교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는 이런 대사회 활동을 왜 놓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실상사 ‘작은학교’관계자를 비롯한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불교계 인사들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한다는데 입장을 함께 한다. 이들은 우선 각 종단별로 대안학교 설립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타종교의 대안학교 운영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불교 이념에 맞는 대안학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특히 원불교 대안학교가 불교계가 눈여겨 볼 좋은 사례다. ‘마음공부’와 같은 프로그램도 그렇지만, 운영 체계도 참고할만하다. 원불교 대안학교들은 각 지방 교육청으로부터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 인가를 받은 후 학교제도의 개념인 ‘자율학교’ 인가를 다시 받는다.
이런 방법으로 각 지방교육청의 심사를 거쳐 자율학교가 되면 학교 재량권이 강화돼, 자율적 교육 과정 권리를 50%까지 확대 시행할 수 있다. 원불교 학교가 교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특징적’ 대안학교의 면모를 보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운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