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지음 / 궁리출판 /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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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기다리지만 몇십 년 후 당면하게 되는 자신의 늙은 모습을 떠올리며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로마의 정치가며 문인이었던 키케로는 <노년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 노년의 외롭고 불행한 이유에 대해 반론을 펼치고 있다. 노년에는 오랜 항해 뒤에 항구에 도착한 배처럼 인생의 원숙함이 자연스럽게 풍겨나는 것에 반하여 유년기에는 연약하고 청년기에는 인생의 격렬함에 떨며 중년기에는 장중함에 힘겹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 노인들의 노년이 아니 나 자신의 노년이 키케로의 말처럼 인생의 원숙함을 향유할 수 있게 자리 잡고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 인구의 8%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너무도 낮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고령화의 심각성에 대해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심각한 두려움으로 다가올 고령사회에 대한 우리의 준비는 너무도 미흡하다.
이 책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은 초고령 국가인 일본의 노인정책의 한계와 어려움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조명하면서 우리의 현실과 배울 점을 찾아 나섰다. 효사상과 맹목적 희생으로 노인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에서 이 책은 노인과 그를 부양하는 가족 그리고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1년에 걸친 취재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바람직한 노인수발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유명한 니가타 현 야마토마치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자세히 다루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본식 복지가 가져온 문제점을 기자출신답게 냉철하게 꼬집고 있으며 그 대안은 노인복지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전문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노인 부양에 대한 힘겨움은 가족들의 목소리로 이야기 하고 있어 누가 보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본문 중 20년 동안 시부모와 남편을 수발한 50대 후반 여성의 이야기는 노인수발에 있어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면 제일 먼저 무엇이 하고 싶으냐?”는 물음에 “노인시설에서 자원봉사로 노인을 돌보고 싶다. 20년 넘게 했으니 이제 베테랑이고 달리 잘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나의 능력을 다른 사람을 돕는데 쓸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가족수발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평생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라는 인터뷰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일본의 구체적인 노인관련 통계자료와 참고할 만한 서적과 전문가를 소개하고 있어 노인복지나 노인정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한번쯤은 읽은 만한 참고서다.
현재 우리사회는 노년의 행복과 존엄을 한 개인과 가정이 책임지게 하고 있다. 그 속에서 노인과 부양하는 가족들의 감정적 피폐와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먼저 고령사회를 겪었던 일본의 야마토마치에서는 노년의 행복과 존엄을 개인과 지역공동체 행정이 나누어 역할분담을 해 그 해결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세 명의 청년의사 활동이 돋보인다.
야마토마치를 이끈 청년의사들의 역할을 우리사회에선 누가 맡아갈 것인가? 하는 생각이 사회복지 아니 노인복지실천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깊은 사유(思惟)를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