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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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형사찰 부산 삼광사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로 살아 있는 도량
부산을 찾는 중국, 일본 등의 불교지도자나 외국 귀빈,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싶은 사찰로 손꼽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대한불교 천태종 삼광사(주지 도원)이다. 도량의 규모나 신도 수뿐만 아니라 부산 불교계에서 삼광사가 차지하는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이다. 한국불교를 알리는 창으로 한국불교 세계화에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삼광사.

삼광사의 동지 팥죽 나누기. 현대불교 자료사진.
삼광사의 등록 신도 수는 35만 명. 3만 5천여 평의 대지 위에 연건평 5천 평 규모로 조성된 대가람. 연 건평 3천 평 규모로 1만 여 명을 동시 수용해 각종 대법회나 문화행사를 봉행할 수 있는 매머드 종합 불교회관인 지관전. 최첨단 종무 행정 시스템. 정기법회 참석 인원 2만여 명. 백양산 자락에 자리한 삼광사를 설명하는 숫자들은 모두 부산 최고, 혹은 한국 최고의 기록들이다.
그러나 1969년, 상월원각대조사의 증명 아래 첫 법회를 본 삼광사 신도 수는 단 30명. 신도의 가정집, 극장, 예식장 등을 오가며 법회를 보던 부산신도회가 33년이 지난 오늘, 신도 수 35만 명을 자랑하는 부산 최대 도심 사찰로 급부상했다. 결코 길지 않는 시간동안 부산 최고의 사찰로 성장한 삼광사의 승승장구 뒤에는 천태종지를 받들며 정진해 온 승가와 재가의 노력이 숨어 있다. 삼광사 발전의 역사 속에는 상월원각대조사의 가르침인 ‘애국불교’ ‘생활불교’ 그리고 ‘대중불교’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대명제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애국 불교 -부산 발전 삼광사가 책임진다

10월 25일. 밤 11시 30분 삼광사 지관전.
10월 관음기도 회향법회가 열리고 있다. 매월 일주일동안 철야로 진행되는 특별정진을 회향하는 이날 5천 여 명의 신도들이 운집했다. 매일 밤 11시 30분에서 새벽 3시 30분까지 이어졌던 관음기도를 마무리하면서 ‘국운융창과 평화통일’을 위한 묵념과 관음정근을 빠뜨리지 않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5천 여 명의 사부대중이 관음정근을 이어가는 시간, 나라 사랑의 마음으로 혼연일체가 된다. 바쁜 일상을 쪼개고 졸음을 쫓아가며 이어온 일주일간의 기도 공덕을 국운융창을 위해 회향하는 순간이다. 이처럼 삼광사는 애국불교의 기치 아래, 나라가 잘되는 길, 지역이 발전하는 길을 모색하는 중심에 서 왔다.
삼광사 신도라면 누구나 부산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의 중심에 있다는 자긍심을 가진다. 2002년 아시아경기대회 미얀마 선수단 시민 서포터즈 활동이 그러했고, 주지 도원스님이 아․태 장애인경기대회 후원회장을 맡은 일이나 현재 부산 최대의 관심사인 APEC 범시민지원협의회 후원회장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시아경기대회 당시, 삼광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활약에 기독교 단체가 혀를 내둘렀을 정도로 불교계 시민운동, 사회 참여에서 합격점을 받으며 불교의 이미지를 확 바꿔놨다. ‘무슨 일이든 삼광사가 하면 최고로 한다’는 인식은 곧 불교에 대한 격상된 평가로 이어졌고 삼광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부산의 일꾼이 되었다.
한글발전과 불교문학 발전을 위한 삼광한글학술상 제정, 삼광효행상,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청소년기원제 봉행 등도 교육계, 학계 등이 미처 챙기지 못한 일을 대신하며 사회전반을 주도하는 사찰로 인식되고 있다.

#생활 불교 -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삼광사로 오세요!

삼광사는 개개인의 행복을 중히 여기는 도량이다. 개인의 소외를 부를 수 있는 대형사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교양강좌, 문화교실 등으로 ‘찾고 싶은 사찰’ ‘머물고 싶은 도량’ 가꾸기에 매진해 왔다.
삼광사에서 가장 행복이 넘치는 곳은 삼광한글학교. 배움의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들이 한글을 깨치며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는 행복 교실로 통한다. 졸업식 땐 눈물에 젖은 편지를 가족들에게 띄우며 ‘삼광사에 오길 참 잘했다’고 거듭 생각한다. 이 밖에도 삼광한의학강좌, 삼광한문교실, 서예교실, 청소년 독서실 등은 대중들의 다양한 욕구를 알뜰하게 챙겨주는 강좌들이 하루가 다르게 생겨난다. 크고 거창한 일보다는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보낸 33년의 시간이 삼광사라는 거목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인 셈이다.
그러나 대중들의 욕구에 민감하되, 결코 대중의 욕구에 휩쓸리지는 않는 것, 이것이 삼광사 행복 만들기의 절대 원칙이다. 매년 초파일, 백중, 동지 등 특별 법회가 열릴 때마다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극 공연은 삼광사의 이러한 원칙을 입증한다. 말초적인 즐거움보다 깊은 감동이 있는 무대를 선사하고자 연극을 기획, 무대에 올린다. 대중과 함께 하되 대중문화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도원 스님의 지론대로 불교적 소재를 극화해 무대에 올려진 연극은 보살들을 울리고 웃겼다. 부처님 가르침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받아들이며 극장이라곤 가 본적조차 없던 사람들도 연극이 주는 감동에 젖어 들었다. ‘호랑각시’ ‘목련존자’ ‘심청전’ ‘흥부전’ 등 삼광사 지관전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들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며 불교 연극의 새 장을 열었다. 삼광사 문화포교의 커다란 성과물이다. 이 밖에도 민속명절인 칠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칠석예술제, 다도 시연, 삼광합창제 등으로 신도들의 문화지수를 한껏 높이고 있다.
그러나 각종 강좌나 문화 포교는 개인을 수행과 기도로 건네주는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삼광사는 철저한 수행을 통한 삶의 변화에서 행복의 절대 가치를 찾기 때문이다. ‘삼광사에 다니면 삶이 달라지고, 행복해진다’는 공식이 성립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삼광사는 신도 한사람 한사람의 기도와 신행을 특별히 강조한다. 체계화된 초심자 교육을 마치면 매월 관음기도에 동참하는 것은 기본. 7일간 이어지는 철야기도에 동참하는 인원이 매일 5천 여명을 훌쩍 넘길 정도다. 심지어 종무소 직원들까지 월 5일 이상의 철야기도가 의무화 돼 있고 1500명에 달하는 신도회 간부들에게도 일주일 철야기도, 매년 두 차례씩의 하안거, 동안거 정진이 요구된다. 특히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에서 전 종도들이 함께 하는 특별 행사는 천태종도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며 신심에 불을 당기는 기폭제가 되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삼광사에서는 행사 때만 얼굴을 내미는 간부는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기도하고 수행해보니 불법이 이렇게 좋은 것이더라”하고 신명나게 불법을 전하는 일등 포교사들이 15개 구별 지회에 포진해 부산 전역을 향한 전방위 포교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승려들만 하는 불교는 희망이 없다. 재가 불자들이 함께 해야 진정한 불교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상월 원각대조사의 가르침이 삼광사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도량이 24시간 개방된다는 것. 이런 저런 이유들로 밤이면 굳건하게 잠겨지는 여느 사찰의 법당과 비교한다면 바쁜 일상으로 낮에는 사찰을 찾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겐 좀체 만나기 어려운 배려이고 희소식이다. 도량의 24시간 개방은 도심에 있는 사찰의 가장 큰 특징이자 도심 사찰의 역할을 극대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중 불교 - ‘나 혼자’의 불교 아닌 ‘우리 모두’의 불교로

수행 체험을 통해 불심이 싹트게 되면 부처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싹튼 감사함이 불은(佛恩)을 갚겠다는 봉사의 마음으로 이어지며 그것이 삼광사 신도들이 이웃이나 소외 받은 이들을 위해 베푸는 모든 행위의 기본이 된다. ‘나 혼자’ 만의 불교가 아닌 ‘우리 모두’가 누리는 불교로 승화되는 것이다.
84명의 종무소 직원, 1천 5백 명의 신도회 간부를 비롯, 전통요리연구회, 삼광사차문화연구회, 봉사회, 일심회, 부일회, 합창단 등 크고 작은 신행단체 회원들은 사찰 안팎으로 일어나는 대소사에서 발로 뛰며 봉사하고 있다. 신도회 간부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35만 신도들의 신행과 수행을 챙기는 한편, 지역 사회를 위한 갖가지 활동들에 동참하고 있다. 무급 봉사지만, 불은을 갚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타인을 위한 봉사에 망설임이 없고, 몸을 아끼지 않는다. 성애원, 정화양로원, 천마재활원, 평화의 집, 그리고 부산교도소 등 부산 전역에서 삼광사 신도들은 불보살의 천수천안을 대신하고 있다.

삼광사 주지 도원 스님

“삼광사가 부산에 있음으로써 부산 시민 모두에게 공덕이 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연구와 노력으로 또 새로운 사고와 지혜로 대중들 속으로 한 발 더 다가설 것입니다.”
삼광사 주지 도원스님은 언제나 종교와 사찰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시대 문화를 선도해야 할 곳이 사찰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 고려 시대에 불교가 사회, 문화전반을 주도했듯 현대의 사찰도 사회 전반에 지혜를 주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
스님의 이러한 소신은 삼광사의 활동 곳곳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문화 포교에 남다른 관심과 탁월한 감각을 갖춘 스님은 삼광사를 부산 문화를 선도하는 중심 도량으로 가꾸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현대와 전통의 조화를 꾀하며 삼광사만의 색깔과 멋이 녹아 있는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스님의 노력은 연극, 칠석예술제 등에서도 좋은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아직 스님의 고민은 진행형이다.
“직접 해보고, 직접 느끼고, 직접 맛보아야 하는 체험의 시대에 맞는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강조한 스님은 향후 그림, 사진 등 문화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상설 전시공간과 일반 시민들이 사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수행공간, 체험 공간 마련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또한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사찰 음식 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이미 맛깔스런 사찰 음식을 만들기로 소문난 삼광사전통요리연구회와 함께 사찰 음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날을 정하고 대중 공양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천미희 기자 | gongsil@korea.com
2005-01-04 오전 1: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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