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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노숙자 자활 지원 '썰렁'
자매결연, 거리상담 등 자비심 절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매일 밤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지는 잠자리를 마련하려는 노숙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10월 23일 거리 노숙자 쉼터인 영등포 보현의 집에서 만난 정현득(49ㆍ가명)씨. 3개월간 영등포 등지를 떠돌며 노숙하다 쉼터에 입소한지 2주 됐다는 정 씨는 삶에 대한 애착도,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했다.

“사찰에서 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정 씨는 “여기 있으면 밥 세끼 해결되는데, 낯선 곳에는 뭐하러 가느냐”며 거부감을 표시했다.

쉼터에 들어온 지 6개월 됐다는 이우종(53ㆍ가명)씨는 이제는 쉼터를 벗어나면 온전히 살아갈 수 없을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한다. 앞서 정 씨에게 했던 질문을 이 씨에게도 던져봤다.

이 씨는 “정기적인 일거리만 있다면 당장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매일 밤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지는 잠자리를 마련하려는 노숙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2004년 9월 현재 노숙자 수는 약 4,300명으로 추산됐으나 노숙자 시설 실무자들은 드러나지 않는 노숙자들이 많아 실제 수는 약 2만 여명 이상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거리 노숙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불교계 노숙인 쉼터들의 수용인원도 평소 정원보다 늘어나고 있다.

현재 불교계의 노숙자 시설은 조계종에서 운영하는 ‘보현의 집’ 4곳을 포함해 모두 8곳이다.

이 중 여성 노숙인 전용 시설로는 본동 사회복지관과 (사)우리는 선우에서 운영하는 화엄동산이 있다.
불교계 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억지 포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타종교 시설에서 종교 활동을 강요받았던 노숙자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요인이다.

그러나 불교계 시설은 자활 의지를 가진 노숙자들에게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수송 보현의 집 정윤훈 사무장은 “여러 프로그램을 해 봤지만 노숙자들이 잘 듣지도 않을 뿐더러 꾸준히 시행하기도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며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니만큼 더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 사무장은 가까운 조계사에서 불사를 하거나 행사 일손이 필요할 때 쉼터 노숙자들과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일거리가 자주 있지는 않지만 한 푼이라도 아쉬운 쉼터 노숙자들에게는 한 번의 사찰 노역도 소중한 기회가 된다.

그런 점에서 부산 보현의 집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부산 보현의 집은 ‘사찰 휴경지 경작 프로그램’을 마련해 쉼터 노숙자들이 직접 농사를 짓게 한다. 그래서 가을이 되면 그 결과물을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에게 회향한다.

이런 활동은 노숙으로 피폐해졌던 마음에 자존감을 되찾고 사회인으로서의 역할 행동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박찬정 총무부장은 불교계 전반에 노숙자 자활에 대한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단 거리 노숙자들에게 노숙자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활에 대한 가능성을 의미합니다. 시설에 입소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공동체 생활의 질서를 지킬만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불교계 노숙자 시설 관계자들은 이들에게 자활 의지를 불어넣어주기 위해 불교계 봉사단체들의 거리 상담 참여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매일 밤 9시부터 ‘전국실직노동자대책종교시민단체협의회(운영위원장 최부식 신부)’ ‘노숙자다시서기지원센터(소장 황운성)’ 등을 비롯한 노숙인 지원 단체들이 서울역과 영등포역 등지를 돌며 실시하는 거리 상담은 적지 않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노숙자 돕기 단체에서 시설에 입소한 사람들끼리의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도록 스포츠 활동, 영화 관람 활동 등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찰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영등포 보현의 집 오진환 부장은 “사찰 신도회와 노숙자들 간에 자매결연을 맺어 자활 의지를 북돋아주면서 직업 훈련과 함께 일자리를 찾아주는 방안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진 기자 | kangkang@buddhapia.com
2004-10-30 오전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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